북측이 개성공단 내 남북경협사무소에 상주하는 우리측 정부직원 11명에게 27일 철수를 요구했다. 우리측 요원 11명 전원이 결국 철수했는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오늘자(28일) 아침신문들도 이런 저런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사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부터 시작해 주요 당직자들의 대북 관련 발언들을 고려해보면 북측의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살을 조금 덧붙이면, 그만큼 이명박 정부가 대북문제와 관련해 강경일변도의 발언을 해왔다는 말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북측의 이런 조치는 충분히 예상된 행보인 셈이다.

‘햇볕 전도사’ 김하중 장관의 놀라운 변신

▲ 한겨레 3월27일자 3면.
그래서인지 아침신문들의 이런 저런 분석보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의 행보에 더 눈길이 간다. 이번 파문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북핵 문제가 타결되지 않으면 개성공단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김하중 통일부 장관 발언을 북측이 문제 삼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그의 ‘놀라울 정도’의 변신행보가 주는 파격(?) 때문이다.

김 장관은 지난 26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통일부 업무 보고 때 이른바 ‘통일정책 반성문’을 공개적으로 언급,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가 걸어온 행보와 ‘통일정책 반성문’이 주는 극단적인 대비효과 때문이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누군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른바 햇볕정책과 분리가 어려울 정도로 ‘밀착된’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 그가 반성문을? 소신이 바뀔 수도 있고 그런 변화에 따라 반성도 할 수 있지만 지금 국면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오늘자 한겨레 사설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김대중 정부 때 외교안보수석으로서 햇볕정책을 조율한 공을 인정받아 2001년 주중 대사로 부임한 뒤 노무현 정부 말까지 장수할 정도로 두 정권에서 신임을 받았던 ‘햇볕정책 전도사’가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자신이 앞장섰던 정책을 헐뜯고 ‘통일부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도록 대통령의 애정 어린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과거 10년의 김하중과 이명박 정부의 김하중이 딴사람이 아닐진대 보기가 민망하다. 연일 대북 압박 발언을 하고 있는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모습도 이전 정권에서 하던 행보와 크게 다르다.”

살아남기 위한 ‘자기부정’의 처절함 … 보수언론의 침묵

포장 걷어내고 핵심 추스르면 이렇다.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생존게임.

▲ 한겨레 3월28일자 사설.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명발언’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줌으로써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기막힌 역설이다.

사실 더 ‘기가 막힌 건’ 김하중씨를 통일부 장관에 기용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다. 전임 정권에서 중용됐던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주장을 해왔던 한나라당 입장에서 김 장관의 이 같은 행보는 명백히 퇴출감이다. 전임 정권에서는 ‘햇볕’에 코드를 맞춰서 승승장구하더니 이제 정권 바뀌니까 ‘반성문 써서’ 승승장구를 이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조용하다. 김 장관의 행보를 문제 삼고 나선 언론도 극히 일부다. 코드인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열을 올렸던 ‘조중동’과 같은 보수언론 역시 김 장관에 대해선 별 말이 없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는 건가.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한번 배신한 자가 두 번 배신할 가능성이 크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의 이런 ‘무검증 태도’가 결국 훗날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때 후회하면 이미 늦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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