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드라마 <마인>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가 욕을 먹자 tvN은 공식계정 ‘tvn_joy’로 “이번 생은 망해쪄요♥, 하지만 응원해요”, “국민 ㅆㄹㄱ♥축하드려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시청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용어나 밈(meme, 패러디 사진이나 영상창작물)을 적극 활용했다. 해당 댓글의 ‘좋아요’는 500개가 넘는 등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모든 SNS 소통이 환영받는 건 아니다. MBC 스포츠플러스(엠스플)는 12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소속 아나운서에게 부적절한 댓글이 달리자 욕설과 함께 고소를 언급한 엠스플 공식계정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논란이 된 mbcsprtsplus 인스타그램 공식계정 댓글과 사과문 (출처=mbcsportslpus 인스타그램)

지난 11일 MBC 스포츠플러스 김선신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탈모 샴푸 협찬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누리꾼이 “아줌마 헛짓거리 하지마 그래도 탈모야”란 댓글을 달았고 엠스플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이런 댓글 진짜 명치 개 세게 때리고 싶다. 고소하려면 고소하세요! 방송국 본계정임^^”이라는 댓글로 대응했다. 이후 누리꾼이 “함께 해서 별로였고 다신 만나지 말자”고 하자, 엠스플은 “함께 한 적도 없는데 뭔 개소리여 미친X”이라는 대응을 이어갔다.

부적절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 일자 엠스플 측은 12일 “그 어떤 부적절한 댓글이어도 공식계정으로 할 수 있는 대응은 아니었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엠스플은 “SNS라는 조금은 차별화된 공간에서 기존의 TV중계방송과는 다르고 색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 싶은 욕심에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통해 SNS 상에서 시청자와 소통해왔다. 그 과정에서 채널 공식계정에 맞지 않은 언어와 톤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어제와 같은 잘못된 일이 벌어졌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트위터 공식계정에 올라온 기사 게시물 갈무리 (사진제공=민주언론시민연합 유튜브)

뉴스를 다루는 언론사들도 부적절한 SNS 게시글로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조선일보 트위터 계정 게시글을 살펴본 결과, 트위터 운영자는 기사를 첨부하며 개인 생각을 쓰거나 각종 밈을 활용했다. <‘여성도 군복무’ 청원, 나흘만에 20만 넘어...靑 어떤 답 내놓을까> 기사에 “뻔한 대답 예상해봅니다”라는 개인 의견을 더했다. <열에 아홉은 헬멧 안썼다...“어떻게 계속 들고다녀!”“헤어스타일 망가져요!”>기사에는 “헤어스타일 지키려다 머리 깨질텐데”라고 썼다.

<대전 대덕구 “초등 4~6년에 월 2만원 용돈 주겠다”>, <동작 724배, 강동 597배...중산층 덮친 ‘文정부 종부세’>, <대치 은마 보유세 561만→845만원...마래푸는 362만→533만원> 기사에는 “세금 무야호~”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상을 받고, BTS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했을 때는 “주모!!!!!”를 외쳤다.

조선일보 트위터를 살펴본 고은지 민언련 활동가는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상을 받은 후, 조선일보가 '주모'를 부르며 관련 기사를 링크하자 윤 배우를 '주모'라고 부른 거냐며 조선일보 트위터 관리자가 무례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며 “언론사 공식 트위터에서 이런 인터넷 유행어를 쓰는 게 적절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선일보 트위터를 보면 SNS 관리자가 기사에 본인의 생각을 드러내는 경우가 보인다. 종종 신조어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밈을 사용하곤 하는데, 대중 모두가 알고 있는 게 아니다.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유행어를 쓰는 게 과연 기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올바른 방법일까”라고 물었다.

고 활동가는 “언론사 공식계정은 뉴스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통로로서 공적 언어를 사용해 올바른 언어 사용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공적 언어 사용시 비속어나 인터넷 유행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SNS 특성을 알고 이용하는 성인들과 달리 어린이들에게 공식계정의 언어가 언론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유신 서울 석관초등학교 교사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공식 언어를 써야 할 모범적인 미디어에서 ‘이건 SNS니까 이런 식으로 말해야지’라며 SNS 이용자처럼 말하며 기사 링크를 단다. 그걸 보며 많은 어린이·청소년이 재밌다고 하는 게 아니라 한심하다고 하는 걸 많이 봤다. 자신들이 언론인지 모르나 싶은 거다”라고 말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어린이들은 SNS에 올라오는 뉴스를 보면서 ‘프로필 보기’를 많이 한다. 언론사 대표계정이나 기자 직함이 프로필에 있으면 어린이들은 ‘저런 것이 바로 언론의 언어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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