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첫 공개행보에 나섰으나 대선 출마, 국민의힘 입당, 장모 의혹 등 쇄도하는 언론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임팩트도, 메시지도 없었다는 언론 평가가 나온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LH사태에 대한 특검 필요성만을 동아일보에 언급했다. 측근을 통한 일방적 메시지 전달도 반복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9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공원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윤 전 총장이 해당 일정을 미리 언론에 알린 데다 퇴임 후 3개월여 만의 공개행보였던 만큼 많은 취재진이 현장에 몰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취재진에 둘러싸인 모습 (사진=연합뉴스)

취재진은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 정치행보 시작 시기, 장모 비위 의혹에 대한 입장, '간보기 정치' 비판에 대한 입장 등을 반복적으로 물었지만 윤 전 총장은 준비해온 것으로 보이는 자신의 메시지만 언급할 뿐 관련 질문에 사실상 침묵했다.

윤 전 총장은 각종 질문과 무관하게 "어릴 적부터 우당의 삶을 듣고 강렬한 인상을 많이 받아왔다.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망국의 상황에서 정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생하게 상징한다"며 "한 나라가 어떤 인물을 배출하느냐와 함께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의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고 답했다.

이어 "제가 우리국민 여러분들의 기대 내지는 염려, 다 경청하고 알고 있다"며 "오늘 제가 처음으로 나타났는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겠나"라고만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멈추질 않자 그는 "오늘은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날이다. 여기 손님으로 왔다"며 "제가 여기서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답을 피했다.

10일 한국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윤 전 총장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지만,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윤 전 총장의 등장은 화려했지만, '임팩트'는 없었다"며 "최근 '측근발 전언 정치'로 메시지 혼선이 거듭되고 있지만, 명확히 정리하지 못했다. 당분간 '신비주의의 지대'에 머물겠다는 것이 그의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7일 사설을 통해 윤 전 총장의 '등판'을 촉구한 바 있다. 한국일보는 "검증을 최대한 늦추는 게 대선으로 가기 위한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르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메시지만 내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데뷔인 듯, 데뷔 아닌, 데뷔 같은 외출…“차차 아시게 될 것”>에서 윤 전 총장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당장 국민의힘 입당 등 정치적 계획을 내비칠 경우 주목도가 떨어지거나 중도층 확장 효과를 잃을 수 있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내년 대선에 출마할 인사의 ‘모호한 행보’가 길어지면서 ‘간보기’식 정치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에 <'손님'으로 왔다는 윤석열, 답변은 대선주자급>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10일 한국일보·경향신문·한겨레 지면 갈무리

이렇게 자신과 관련한 정치적 현안에 침묵을 지키던 윤 전 총장은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LH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0일 동아일보 기사 <[단독]윤석열 “LH사태 특검해야… 어물쩍 넘기면 국민이 질책할것”>에서 윤 전 총장은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의혹에 대해 "수사권도 없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를 했는데도 국민들이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며 "이젠 국민들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특검을 통해 전모가 밝혀지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LH사태는 4·7 재·보선 전에 특검 수사로 가는 걸로 여야가 합의를 한 사안"이라며 "국민들이 다 그렇게 기대하고 있는데 다 잊어먹었다고 생각하나. 어물쩍 넘어가면 국민들의 실망, 질책을 뒷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야는 지난 3월 'LH사태 특검' 협상을 돌입했지만 수사 대상과 시기 등에 대한 입장차가 커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총장은 LH 사태와 여야 정치인들의 부동산 의혹까지 모두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는 제안을 하며 대선 주자로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덧붙인 뒤 윤 전 총장의 우당 기념관 개관식 참석 내용을 정리했다.

동아일보 10일 <[단독]윤석열 “LH사태 특검해야… 어물쩍 넘기면 국민이 질책할것”> 포털화면

윤 전 총장 행보에 대한 '측근 해설' 역시 반복되고 있다. 윤 전 총장 '연희동 회동'을 유튜브에 공개해 '공보참모'로 알려진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총장,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로 우당을 기리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장 평론가는 '한 나라는 그 나라가 배출한 인물들뿐만 아니라 그 나라가 기억하는 인물들에 의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윤 전 총장 발언에 대해 "존 F. 케네디의 연설을 인용한 것"이라며 "케네디의 연설과 우당의 삶을 연결하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을 인용한 것 자체에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며 "나아가 문화와 인문학에 대한 윤 전 총장의 깊은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윤 전 총장 관련 기사에서 최근 출간된 <별의 순간은 오는가-윤석열의 어제, 오늘과 내일>에 대해 윤 전 총장 측 인사가 불쾌감을 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 인사는 중앙일보에 "자신도 모르는 평전이란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10일 뉴시스 [단독]기사에는 다시 윤 전 총창 '측근'들이 등장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 입당을 발표할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서 한 측근은 "고심 중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다른 측근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 전 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갖고 추측성으로 바로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입장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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