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콘텐츠 제작사와 국내 OTT 플랫폼 사업자가 제작비를 투자하고 콘텐츠지적재산권(IP)을 가져가는 넷플릭스 방식에 대해 입을 모았다. 그러나 IP에 대한 제작사와 플랫폼 사업자의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8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OTT시대, 드라마 제작사의 고민과 도전> 세미나가 열렸다.

글로벌 OTT의 한국시장 진입과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드라마 생태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연속극을 제외하면 1년에 약 70편 정도의 드라마가 만들어지고 제작에 투자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CJ ENM은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총 5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콘텐츠웨이브는 같은 기간 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8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열린 <OTT 시대, 드라마 제작사의 고민과 도전> 세미나 모습 (사진제공=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유튜브)

드라마 제작의 황금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김운호 도레미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평균 미니시리즈 제작비를 7억 원으로 잡으면 광고를 완판해도 3.6억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아 방영료(제작비의 60%)를 충족하지 못하는 구조인 데다 광고가 완판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시청률이 높다고 제작비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JTBC <SKY캐슬>, <부부의 세계>, SBS <스토브리그>는 각각 12.5%, 18.8%, 12.5%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방송사는 적자를 고민했다. 반면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아스달 연대기>, SBS <더 킹>은 5~7%대의 낮은 시청률에도 글로벌 OTT와 사전 계약을 맺어 제작비를 보장받았다.

김 본부장은 “tvN <사랑의 불시착>의 경우 혜택을 본 건 IP를 가져간 넷플릭스”라며 콘텐츠 IP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로벌 OTT의 경우 제작 원가 전부를 부담하는 동시에 IP를 가져간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넷플릭스가 모든 IP를 가져가고 제작사에 하청을 주는 수익모델을 들고 나온 뒤 업계에는 콘텐츠IP 배분에 대한 질문이 던져졌다”며 “제작비는 보존해줄 테니 IP를 전부 달라는 모델이 과연 우리가 꿈꾸는 모델이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콘텐츠가 팬덤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팬덤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에서 IP 보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미국 TV프로그램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다큐멘터리 IP를 확보해 영화 등 오리지널콘텐츠를 만들어 최종적으로 플랫폼 가치를 높이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IP 권리를 가져야 다양한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 모델이 유일한 수익배분 모델이 아니다”라며 “제작사와 플랫폼 모두의 상생을 위한 콘텐츠 IP 산업 전반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콘텐츠 IP 중심의 상상력을 키우는 것으로 ‘마블코믹스’는 IP를 회사가 보유하며 커진 경우”라며 “플랫폼, 제작사 모두 콘텐츠 IP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하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OTT 플랫폼 사업자들은 글로벌 OTT만큼의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콘텐츠 IP 확보를 고민하고 있다.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5월 100% 지분을 투자한 자회사 기획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정책협력부장은 “플랫폼이 왜 스튜디오를 설립해서 기획까지 하냐고 묻는데 글로벌 사업자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콘텐츠IP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부장은 “넷플릭스가 국내에 들어와 기존 제작시장의 관행을 파괴했다. 제작시장의 변동을 가져왔고 그 중심에서 국내 플랫폼으로서 고민한 끝에 기획 스튜디오를 만들었다”며 “웨이브는 올해부터 기획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외부에 있는 파트너사와 협업 모델을 고민하고 있고 OTT 플랫폼에서만 공급할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양시권 티빙 콘텐츠사업담당 팀장은 “우리도 웨이브와 비슷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제작사들과 빠르게 성장해서 글로벌 안에서 소구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게 가장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제작사들은 IP 확보 방안을 모색하기 전에 당장 콘텐츠 제작 작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절박함이 크다고 호소했다. 오승준 키이스트 본부장은 “한국드라마의 근본적인 한계는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제작비를 벌충할 수 없다”며 “해외 플랫폼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지만 돈은 없는 최적의 투자처로 보일 것 같다. 제작사 입장에선 IP 주인이 방송국에서 플랫폼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 본부장은 “제작사로서는 IP 확보보다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더 중요하다.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이에 상응하는 보답을 받을 수 있는지, 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절박함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김운호 도레미엔터테인먼트 본부장은 “IP는 콘텐츠를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주도하는 곳이 가져가야 한다”며 “영국 BBC처럼 공영방송부터 IP를 제작사에 주는 관례를 만들어야 한다. 공영방송은 제작보다는 투자, 유통에 중점을 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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