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연합뉴스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보도에 심층적인 분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서 양국이 분쟁을 벌이는 근본적인 이유와 역사적·문화적 맥락에 대한 설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는 한국 언론이 취재 없이 외신 기사를 받아쓰고 있어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성일광 연합뉴스 수용자권익위원회 위원(서강대 유로메나 문명 연구소 연구교수)은 지난달 20일 열린 회의에서 “연합뉴스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보도에서 하마스, 이스라엘 지형에 대한 설명이 들어간 분석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진=미디어스)

성 위원은 <이·팔 사흘째 무력 충돌…민간인 수백 명 사상·전쟁범죄 우려>(5월 13일) 보도에 대해 “전쟁범죄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고 평가했다. 성 위원은 “(연합뉴스 기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왜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 설명이 없었다”며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상세하게 다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 위원은 “가자지구에 있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단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왜 이렇게 무모한 짓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분석 기사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들이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 짚어주면 국제 분쟁을 이해하는 데 독자의 상식이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성 위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전체를 크게 조명해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도대체 분쟁이 언제부터 있었고, 왜 해결이 안 되고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한 분석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 위원은 연합뉴스의 <[속보]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진입 작전 개시">(5월 14일) 보도를 ‘가장 큰 오보’로 꼽았다. 연합뉴스가 AFP 통신을 인용해 속보를 냈지만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진입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속보가 나간 이후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헤럴드경제 등이 동일한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성 위원은 “이스라엘군 대변인이 표현을 잘못했고, 일부러 허위 정보를 흘린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면서 “물론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P·AFP 다 그렇게 보도 하니 한계가 있다고는 보이지만 중요한 기사는 몇 번 확인을 해봐야 하고, 결과적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제뉴스1부 측은 “세심하게 살펴서 제작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언론인권센터는 지난달 27일 <한국 언론의 여전한 국제뉴스 보도 관행> 논평에서 연합뉴스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보도의 정보 출처 대부분이 외신 인용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문제는 연합뉴스 국제 기사 대부분이 외신을 그대로 인용하는 데 있다”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보도의 정보원은 해외 통신사, 주요 TV, 현지 언론, 유명 해외 일간지가 전부다. 특파원이 있는 경우에도 외신 보도를 인용한 기사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서구 언론이 생산해내는 담론은 그들의 이해관계만을 담고 있다"며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여 인과관계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언론인권센터는 “두 나라 사이에는 지난한 탄압과 학살의 역사가 있다”며 “이를 무시한다면 죄 없는 약자들이 수없이 죽어간 사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많은 기사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배제한 채 쓰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언론인권센터는 “‘따르면’이라는 문구 없이 본인들의 취재 기사를 쓸 순 없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물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위험지역이라 입국이 어려워 취재가 힘들다는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얀마 사태를 두고 방콕에 파견된 KBS 기자는 국경지대에 나가 취재하고, 한 마을의 공습 직후 영상을 자체적으로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중동지역에 나가 있는 특파원 중 대부분이 가자지구와 맞닿아있는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봤을 때,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서울에서보다는 분명히 더 많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대하는 방식을 재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언론인권센터 논평에 대해 연합뉴스는 “현장에 가서 취재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아랍권에서 이스라엘로 이동도 쉽지 않은데다 최근 코로나19가 만연한 중동과 북아프리카 상황 등도 출장 취재를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연합뉴스 카이로 특파원은 현지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 나오거나, 현지 언론보다 서방 외신이 먼저 보도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서방 매체를 인용하지 않는다”며 “지역 상황에 정통한 로컬 매체 소스를 다수 확보해 팩트를 크로스 체크하는 방식으로 취재하고 있다. 특파원 혼자 모두 커버하기는 버거운 것도 현실이지만, 되도록 분쟁을 무력충돌 자체로만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도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현지 시간이 밤이거나 휴일인 경우 서울 국제부에서 중동기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부득이 외신을 인용해 보도한다”며 “긴급한 기사의 경우 국제부에서 속보로 처리한 뒤 특파원에게 연락해서 후속 취재를 하도록 한다. 독자 입장에서 보면 특파원이 파견된 지역인데도 외신 인용 보도가 잇따른다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연합뉴스는 “국제뉴스 보도를 충실히 하기 위해 현지 취재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로선 제한된 예산문제 등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에만 취재보조인력을 두고 있다”며 “모든 지역에 이를 적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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