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창립 40주년을 맞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어 국회 입법안으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언론과 관련된 준사법 기관인 언론중재위의 ‘독립성'이 보장됐는지 따져볼 게 적지 않다. 또한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에서 언론중재위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도 논의의 한 축이다. 27일 <언론조정‧중재제도 40년의 성과와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언론중재위의 인적·재정적 독립 방안과 역할이 논의됐다.

언론중재위 중재위원은 현직 판사, 변호사, 전직 언론인, 언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현직 판사와 변호사의 경우, 법원행정처장·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권을 행사한다. 전직 언론인·언론 전문가 추천 권한은 법률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재진 한양대 교수는 “중재위원 자격과 관련된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인적 독립을 위해 추천 기관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론 관련 기관·협회·학회 등에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미디어스)

언론중재위 예산은 상당 기간 논란이 된 문제다. 문체부의 감독을 받는 언론중재위 예산은 전액 방발기금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예산안 검토보고서에서 “언론중재위 감독-예산 기관 불일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언론중재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재진 교수는 “방발기금이 아닌 다른 정부예산이 언론중재위에 투입된다면 독립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발기금은 형식상 민간기금이기 때문에 독립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방발기금으로 언론중재위 예산을 지원하는 것 외 다른 대안을 찾기는 힘들다”고 했다.

이석형 언론중재위 위원장은 “방발기금 전체 예산을 놓고 보면 언론중재위 예산은 새 발의 피”라며 “방발기금에서 예산을 받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성낙인 서울대 명예교수는 “언론중재위에 정부예산이 투입되면 ‘국가가 언론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방발기금이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강조했다.

반면 강향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상파의 광고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언론중재위 위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방발기금만으로는 필요 예산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언론진흥기금, 지역신문발전기금 등에서 언론중재위 예산을 각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강욱 대표가 지난 2월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일치했다. 최 대표 개정안은 언론중재위를 문체부 소속 기관으로 두고, 언론중재위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언론중재위 위원장은 호선으로 정한다.

이재진 교수는 “언론중재위를 문체부 소속 기관으로 둔다면 독립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언론중재위가 국가 기관화된다면 중재위원은 사실상 공무원이 되는 것인데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면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 기자 출신인 차기현 판사는 “언론중재위는 사법적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며 “언론중재위를 국가 기관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자칫 ‘언론중재위는 공정한 기관’이라는 대중의 믿음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조정중재제도 40년의 성과와 입법과제>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국회가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자가 언론사·포털 등 사업자를 상대로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열람차단 청구 기준은 ‘기사의 주요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경우’,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하는 경우', '인격권을 계속해서 침해하는 경우' 등이다. 하지만 “청구 기준이 추상적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용성 교수는 “언론중재위를 통한 조정은 당사자의 합의를 전제로 진행한다”며 “언론사가 열람 차단 청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조정 합의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언론자유 침해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국가기관과 공인은 열람 차단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면 남용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현 판사는 “이미 법원은 재판을 통한 ‘기사 삭제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람 입장에선 정정보도와 반론보도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차라리 관련 기사가 인터넷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크다”고 했다. 차 판사는 “언론피해를 구제하는 방법 중 하나로 열람 차단 청구권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은 잘못된 보도라도 기록의 차원에서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구 소장은 “해외 권위지는 오보를 삭제하지 않는다”며 “이들은 무엇이 어떻게 왜 고쳐졌는지 상세하게 기록한다. 언론이 영향력과 함께 책임감을 가져야 하고, 이는 기록의 보존을 통해 지켜진다는 뜻”이라고 역설했다. 구 소장은 “왜곡 보도에 대한 원본에 접근할 수 없다면 여러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며 “열람 차단 대신 열람을 제한하면서 원본 데이터를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언론중재법은 유튜브·SNS 등 다양한 미디어를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성 교수는 “언론 관련 법이 유튜브·SNS 등 신유형 서비스를 언론으로 규정하지 못하더라도 언론중재법은 이를 포섭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튜브·SNS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향원 변호사는 “콘텐츠 생산자와 유통 플랫폼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신유형 서비스는 취재·기사 작성·편집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또한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언론중재법에 포섭되면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도 조정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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