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가 뉴스 영상으로 2차 제작물을 만든 유튜버에게 ‘저작권 위반’으로 삭제 조치를 한 뒤, 비슷한 영상이 보도본부 뉴미디어 채널에 업로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한 유튜버는 KBS 뉴스에서 보도된 바지락 채취 영상에서 경운기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장면에 영화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주제곡을 얹어 2차 창작물을 만들었다. 일명 ‘머드맥스:바지락의 도로’로 SNS 상에 크게 화제가 됐다.

하지만 KBS 대전방송총국이 저작권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해 해당 영상이 삭제됐다. 논란은 4월 8일 KBS 보도본부 디지털뉴스부 ‘크랩’에서 <이것이 ‘머드맥스’? 바지락 잡이 대장관>이란 제목으로 유사한 장면이 담긴 콘텐츠를 올리며 시작됐다.

4월 8일 <[크랩] 이것이 ‘머드맥스’? 바지락 잡이 대장관> 영상 갈무리

유튜버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제기됐다. 유튜브에 ‘머드맥스: 바지락의 도로’란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 콘텐츠에 “다른 공영방송사들 전부 뉴스자료나 TV프로그램 편집한 거 놔두는데 수익도 안나오는 45초짜리 영상은 내리라고 하고 아이디어를 베껴서 비슷한 영상 자기네 소속 유튜브인 '크랩'에 올렸다가 지우는 건 양심터지는 일”, “최초 업로드된 머드맥스 패러디 영상이 KBS로 인해 순교당하고 패러디에 감동받은 유저들이 양산형 밈을 뿌리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지난 13일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권순택 위원이 해당 논란을 거론했다. 권 위원은 “KBS가 어떤 절차에 따라 유사한 제작물을 만들게 됐는지,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며 “공영방송 KBS의 경우 비영리 목적의 2차 저작물에 대해서는 유연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장원 통합뉴스룸 국장은 “민간에서 제작한 2차 제작물에 대해 대전방송총국이 저작권 제한을 요청한 부분과 KBS 보도본부 디지털뉴스부 크랩팀이 2차 제작물을 만들어서 유통한 부분은 서로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소통 없이 이루어진 별개의 행위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사로부터 독립적인 취재 제작 기능과 권한을 가진 대전총국이 저작권 관리 차원에서 2차 제작물 삭제를 요청했고 본사 디지털뉴스부에서 2차 제작물을 제작·유통하는 시기가 겹치며 발생한 오해라는 설명이다.

임 국장은 "공교롭게 시기가 겹치면서 KBS가 2차 제작물을 독점하기 위해 민간의 2차 제작물을 삭제하려 했다는 오해가 빚어진 것"이라며 "여러 사람이 일종의 밈을 활용해 2차 제작물을 만드는 행위를 아이디어 도용이나 표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보도부 통합뉴스룸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또한 뉴스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 비영리 2차 제작물에 대한 존중 사이에서 유연하고 균형감 있는 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병걸 부사장은 “엄청나게 많은 KBS의 2, 3차 저작권 침해가 유튜브 상에 발생하고 있다. 기업형 도용에 대해서는 독일에 있는 전문기업과 협업해 대응하지만 개인 차원에서 유튜버들의 활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용인하고 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다만 “KBS가 유튜브를 100개 정도 열어놓고 또 너무나 다양한 소스들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일괄로 컨트롤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지 못한 부분”이라며 “9개 지역국과 총국을 하나로 보고 저작권 관련해 서로 간의 모순이나 충돌,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KBS의 기본 기조는 '밈'과 같은 비영리적인 개인 활동들은 비교적 유연하게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4000명 구독자 이내, 4000시간 미만의 경우 비영리적이지만 상당히 많은 구독자를 보유해 사실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개인 유튜버들이 많아 어떻게 구분할지 미묘한 문제가 있다”며 “이번 기회에 유튜브 마스터 등 선진국 언론들이 도입하고 있는 형태로 체계적인 OTT나 온라인 공간 속에서의 KBS 콘텐츠 관련 이슈들을 다룰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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