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야당 반발 속 채택됐다. 야당이 '낙마 1순위'로 꼽고, 여당 내 반대 기류가 일었던 임 후보자 채택이 이뤄진 이유는 '여성 장관 비율'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직후 전체회의를 열어 임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의 건 상정, 약 3분만에 의결했다. 의결 과정에서 찬반표결이나 의사진행발언은 과방위원장 직권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원욱 과방위원장은 "일단 의결을 처리하고 나서 의사진행발언을 듣겠다"며 "경과보고서 채택에 대한 이의가 없는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한다"고 했다.

4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임 후보자는 이번 개각인사 중 도덕성에 가장 결함이 많은 인사로 꼽힌다. ▲가족동반 국비 출장 ▲제자 논문 표절 의혹 ▲'논문 내조' 논란 ▲당적 논란 ▲위장전입 의혹 ▲세급체납 ▲자녀 이중국적 ▲2차례 다운계약서 탈세 의혹 등이 불거졌다.

4일 국회 과방위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임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관행'으로 엄호했지만, 이후 이어진 언론보도 등에서 나타난 속내는 달랐다. 임 후보자가 국무위원으로서 부적격하다는 민주당 과방위 의원들의 의견이 보도됐다.

임 후보자 보고서 채택의 배경에 문재인 정부 정책기조인 '여성 장관 비율'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임 후보자가 낙마하면 여성 장관은 3명 뿐으로 비율이 20%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목표는 30% 이상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임 후보자 지명 이유에 대해 "여성들의 진출이 가장 적은 분야가 과기분야다. 여성들이 진출하려면 성공한 여성들을 통해서 보는 로망, 또는 롤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와 관련해 "(임 후보자보다) 의혹이 더 심각했기 때문에 사퇴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임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후 민주당 과방위 간사 조승래 의원은 "임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에 대해 일부 인정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저희도 생각한다. 그러나 논문표절·내조, 외유성 출장, 당적 문제 등 여러 의혹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도 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작은 흠결을 숱하게 침소봉대해왔고, 그것을 마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인 것으로 뒤집어씌우고 있는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 박성중 의원은 "우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임 후보자는 정말 낙마시켜야 할 장관이라고 했고, 여러분(여당)도 어느 정도 공감하지 않았나"라며 "채택을 하든 안 하든 야당 의견을 듣고 해야지 회의진행을 어떻게 하는 건가. 이런 법이 어딨나"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제대로 된 다수결도 아니다. 이런 표결이 어디있느냐"고 항의했다.

14일 주요 언론에서는 임 후보자 임명절차를 밟는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사설 등이 이어졌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박 후보자 못지않게 도덕성 문제가 제기돼 온 임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주당과 청와대 모두 임명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망스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면서 "장관 임명이 상거래도 아니고, 한명 빼줄 테니 한명은 받아달라는 식의 모습도 볼썽사나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기사 <여성 몫 지키려 '낙마 1순위' 임혜숙 살린 청>에서 "민주당에서는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장관 후보자 3명 중 낙마 대상을 골라야 한다면 임 후보자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며 "임 후보자의 가족동반 해외출장, 논문 내조 의혹 등이 더 심각하다는 여론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임 후보자가 살아남으면서 정치권에서 '뒷말'이 나온다며 "'인사검증 실패'를 반성하기보다 후보자들을 인사청문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기사 <女장관 비율 30% 때문에 살았다?… ‘낙마 1순위’ 임혜숙의 생환>에서 "의혹의 종류나 본인의 직접 관련성으로 볼 때 임 후보자가 낙마 1순위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결국 살아남은 것은 청와대가 의혹의 경중을 따지기보다는 고위공직자로서의 태도와 여성 장관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국민 눈높이로 치자면 박 후보자보다는 여러 문제가 제기된 임 후보자가 더 문제"라며 "그런데도 박 후보자만 물러나니 국민 눈높이가 차별적으로 적용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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