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MBC플러스 PD가 MBC 노보 263호와 관련된 기고문을 보내와 게재합니다.

[미디어스] 지난 5월 4일 MBC 노보에 실린 “다가오는 도쿄 올림픽... ‘스포츠 강호’ MBC 명성 지킬 수 있나”를 읽고 느낀 감정은 분노보다는 오히려 참담함에 가까웠다. 자신들이 살아 남기 위해 기꺼이 동료마저 팔아버리는 이들의 행태에서 그들이 그토록 지키려했던 스포츠 정신은 없었다. 스스로 ‘스포츠 강호’라고 칭하며, 올림픽 중계에 사활을 걸었던 그들이 담고 싶었던 진짜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제작할 사람이 없어요”로 시작된 노보는 제작기능의 자회사 이관을 통한 스포츠국의 효율화를 비판한다. 스포츠국의 인력이 22명에서 10명으로 줄었는 데 반해 MBCsports+(엠스플)에서 파견된 인력이 2명밖에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노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파견을 간 2명의 업무역량을 세세하게 밝히며 조롱식의 문장을 이어간다.

(자료사진=MBC노보)

애초에 2명의 PD가 파견된 것은 그들의 의지가 아니라 본사의 요청에서였다. 빠듯한 제작스케줄 속에서도 PD를 지원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도움이 안 된다며 지탄하고 있는 것이다. 각 방송국마다 제작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익히는 시간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그런 과정을 깡그리 다 무시한 채 단지 본인들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해 엠스플의 PD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더군다나 이 노보가 언론을 통해 재배포된 5월 6일은 MBC의 스포츠국과 MBC스포츠플러스가 함께 올림픽을 잘 이끌어 나가보자며 서로 격려하고 다짐했던 워크샵 날이었다.

모든 스포츠에서 승패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페어플레이와 동업자 정신이다. NBA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를 추모하기 위해 동료들은 24초 동안 공격을 하지 않으며 그를 기렸다. 토론토 랩터스의 한 선수는 결승전에서 상대편 에이스가 부상을 당하자 환호하는 홈 관객들에게 자제시키며 넘어진 선수를 위로한다.

하지만 ‘스포츠 강호’인 MBC 스포츠PD들에겐 페어플레이도 동업자 정신도 없다. 애초에 ‘본사 스포츠 중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연 ‘편성 시간’과 ‘CM 송출’이라고 말하는 이들이다. 어떻게 하면 더 역동적인 앵글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더 감동을 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얼마나 적절한 시간에 ‘정규방송관계로 중계를 마칩니다. 양해바랍니다’라는 자막을 흘릴 수 있느냐로 역량을 판단하는 이들은 PD라기보단 타임 키퍼에 가깝다. 9회말 2아웃. 중계를 끊을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이들은 스포츠 PD로서의 아쉬움이 아니라 편성시간을 지켰다는 만족감을 느꼈던 것이었다.

지난 20여 년간 MBC스포츠플러스는 NO.1 스포츠채널로서 입지를 다져왔으며 관계자와 시청자들에게도 그 역량을 인정받아왔다. 누구보다 스포츠를 사랑했으며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MBC에 파견된 PD들 역시 역량과 열정 면에서 손꼽히는 이들이었다. 인력 공백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회사는 MBC에 파견을 보냈으며, 그들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였다.

그들에게 아직 스포츠 정신이 남아있다면, 지금이라도 노보를 통한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한다. 엠스플의 PD들은 당신들의 밥그릇을 뺏으러 간 것도 아니며, 싸워야 할 대상도 아니다. 도움을 주러간 이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당연히 고마움이다. 부디,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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