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과거 동료 카메라 기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해고된 MBC 기자에 대한 회사의 조치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상환)는 지난달 29일 권 전 카메라 기자가 MBC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등 청구의 소’에서 권 씨의 손을 들어준 2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권 씨의 해고 사유 3가지 중 2가지가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2심을 뒤집었다.

2012년 MBC 파업 당시 '제대로 뉴스데스크' 보도 화면 갈무리

권 씨는 2018년 블랙리스트 문건을 만든 당사자로 지목돼 해고당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MBC영상기자회는 2017년 기자회견을 열고 MBC 내부에서 카메라 기자들을 회사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격리대상’, ‘방출대상’, ‘주요관찰대상’, ‘회유가능’ 등 4등급으로 분류한 블랙리스트가 작성됐고 이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었다고 문제 제기했다.

MBC 감사국은 2018년부터 ‘MBC블랙리스트 및 부당노동행위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권 씨가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고 판단해 인사위원회에 징계를 요청했다. 인사위원회는 2018년 5월 권 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권 씨의 해고 사유는 ▲복무 질서 위반 ▲블랙리스트 문건에 기초해 작성한 인사이동안을 인사권자에게 보고해 결과적으로 실행된 점 ▲블랙리스트를 작성·전달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 등 3가지였다.

권 씨는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일부 승소했다. 고등법원은 권 씨에 대한 징계가 정당하다고 본 1심을 뒤집고 “권 씨의 해고는 무효”라며 “MBC는 권 씨에게 임금 8000만 원과 복직 시까지 월 8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등법원은 “블랙리스트를 기반으로 인사이동안을 작성, 인사권자인 취재센터장에게 보고해 복무 질서를 어지럽힌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취재센터장의 부당노동행위에 공범으로 가담했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는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권 씨가 블랙리스트와 인사이동안을 작성 및 보고하고 다른 직원들에게 전달한 행위는 상호인격을 존중해 직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한 MBC의 사규를 위반한 행위로 ‘명예훼손 내지 모욕죄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MBC는 취업규칙에서 민·형사상 불법행위만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징계규정을 그와 같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볼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권 씨의 비위행위가 모욕죄 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징계사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경우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이 진행된다. MBC는 지난해 9월 임시복직된 권 씨에 대한 인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MBC 관계자는 10일 미디어스에 "단협의 해석과 파기환송 판결의 법리적 문제를 검토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권 씨가 복직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들은 당시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개인 일탈 행위로 보면서 권 씨가 동료들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기술했다”며 “백번 양보해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꾼 납득할 수 없는 말”이라는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 : MBC 블랙리스트는 일부만 공유해 '문제없다'는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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