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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정보 7천여 건이 유통되고 있다"[인터뷰] 김영선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장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5.11 08:0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출범 지연으로 디지털성범죄 정보 차단·삭제 기능이 마비됐다. 4기 방통심의위 임기 만료 이후 미해결로 남아있는 디지털성범죄 안건은 7천여 건에 달한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구성을 전적으로 맡고 있는 정치권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선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장은 “디지털성범죄는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5기 방통심의위가 조속히 꾸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현재 남아있는 디지털성범죄 정보는 악성 정보”라며 “이대로 방치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밝혔다. 또한 김 단장은 방통심의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스는 6일 김 단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김 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Q. 5기 방통심의위 출범이 늦어지면서 디지털성범죄 정보 심의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안건이 얼마나 되는가

4기 방통심의위 임기가 만료된 1월 30일부터 5월 6일 오전 9시까지 1만 3천여 건이 신고됐다. 이 중 4천여 건 정도는 자율 조치를 실시해 삭제가 완료됐고, 2천여 건은 미유통 등의 사유로 조치가 완료되었다. 문제는 7천여 건의 디지털성범죄 정보가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삭제되지 않은 정보 대부분은 악성 정보다. 일부 사업자는 문제가 될만한 정보인 것을 알면서도 삭제하지 않고 버틴다. 이런 정보가 신속히 차단·삭제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정보가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일부 사업자가 방통심의위의 자율규제 요청을 악용하기도 한다. 디지털성범죄 정보 삭제를 요청하면 지워준 후, 방통심의위의 아이디를 차단하는 것이다. 관련 수사를 받을 때 책임을 피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최근에는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성범죄 정보가 불법 정보 유통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디지털성범죄 정보를 유포하는 것이다. 

Q. 최근 일부 언론이 디지털성범죄 문제를 고발하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관련 키워드를 적시해 논란이 일었다

관련 기사가 나온 후 포털 사이트에 디지털성범죄 정보와 관련한 연관검색어가 노출됐다. A라는 키워드를 치면 피해자 이름과 직업이 함께 나온 것이다. 연관검색어가 등록됐다는 것은 이용자들이 관련 정보를 검색했다는 뜻이다. 기사를 통해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독자가 관련 정보를 찾아본 것이다. 피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면 이런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언론에 피해 사례가 드러나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는데도 이런 상황이 생긴다. 실제 최근 모 언론에서 키워드를 적시한 이후 관련 민원이 증가했다. 보도 때문에 디지털성범죄 정보 확산 속도가 가속화되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

Q. 디지털성범죄 정보를 심의하는 직원들의 고충이 클 것 같다. (방통심의위 디지털성범죄지원단은 2교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 중이다)

물론 힘들다. 특히 방통심의위 출범이 늦어져 디지털성범죄 정보에 대한 삭제·차단이 안 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절박한 호소를 하는 피해자에게 ‘현재 심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편치 않다. 예전에는 빠르게 심의한 후 결과를 전달해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벼랑 끝에 서 있는 피해자에게 명쾌한 답변을 못 주고 있다. 답답할 뿐이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최근 어떤 직원이 나에게 “이 업무를 더 해야 겠다”고 했다.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디지털성범죄 정보 심의 업무가 더 강화되어야 하고, 자신이 그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Q.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부, 경찰청, 방통심의위 등 4개 기관이 디지털성범죄 정보 확산 방지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기관 간 협조는 잘 되고 있나

2019년 협약 체결 이후 분기마다 한 번씩은 꼭 얼굴을 마주 보고 회의를 진행한다. 다른 기관에선 5기 방통심의위 출범 지연으로 심의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디지털성범죄 정보 차단·삭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Q. 실제 5기 방통심의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디지털성범죄 관련 심의 방법을 간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통심의위 출범이 늦어지면서 자율규제를 최우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자율규제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가 스스로 디지털성범죄 정보 확산을 방지하게 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방통심의위 위원 임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새로운 위원회가 구성되기 전까지 기존 위원 임기를 종료시키지 않고 연장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위원회 임기 만료 30일 전까지 새 위원을 선임해야 한다는 규정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음 기수에선 똑같은 일 반복되지 않도록 법을 개선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디지털성범죄가 특정 피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 모두의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해줬으면 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해 ‘피해자의 잘못된 행동으로 문제가 불거졌다’는 일부의 시각이 있다. 하지만 디지털성범죄는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려선 절대 안 된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시각이 바뀔 필요도 있다. 최근 법이 바뀌면서 디지털성범죄 정보를 소지·시청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디지털성범죄는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사안을 바라봐줬으면 한다.

방통심의위 직원들은 디지털성범죄 문제가 조금이나마 해결되고 있다는 자부심에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10년 뒤에도 나아진 것 없이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직원들은 큰 좌절감에 휩싸일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방통심의위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하루빨리 교육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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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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