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26일) 사회면 주요기사를 장식한 ‘사건’이 있습니다. ‘러브샷’을 강요할 경우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인데요, 전 이 ‘사건’을 접하면서 좀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건 말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러브샷’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될까 하는 생각.

이유가 있습니다. 오늘자(26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사실 좀 죄질이 좋지 않은 경우입니다. ‘러브샷’이라는 제목을 달아서 그렇지 사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건 성폭행이나 다름 없습니다. 대략 보도된 내용을 추리면 이렇습니다.

▲ 한겨레 3월26일자 10면.
“일명 ‘러브샷’을 강요해도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는 구모씨(48)는 지난 2005년 8월 골프 라운딩 뒤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다 일행과 폭탄주를 마시게 됐다. 음식을 나르던 식당 여종업원 A씨(28)에게도 폭탄주를 건넸다. A씨가 거부하고 나가려 하자 구씨는 ‘회사 잘리고 싶나. 잘리기 싫으면 이리 오라’고 윽박질렀다. 겁먹은 A씨는 구씨의 일행과 서로 목뒤로 손을 돌려 껴안고 술을 마시는 러브샷을 했다.

구씨는 또다른 여종업원 B씨(28)에게도 1만원짜리 지폐 3장을 건네면서 러브샷을 요구했다. B씨가 거부하자 구씨는 또 ‘내가 여기 부회장이다. 마셔도 괜찮다’며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웠다. 그는 종업원의 목을 팔로 껴안고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비면서 러브샷을 했다. 1심 재판부는 ‘회장과의 친분을 빌미로 협박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ㄱ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성적 욕구보다는 음주습관으로 인한 것으로 보여 1심 형량이 무겁다’며 벌금 300만원만을 선고했다.”

이런 행동의 근저에는 자신보다 돈 없거나 힘 없는 ‘여자’들은 막 대해도(?) 된다는 못된 의식이 깔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렇지 못한 자들을 ‘노예 부리듯’ 해도 된다는, 그런 천민자본주의적 속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이런 ‘악질적인’ 경우 말고, 우리네 일상적 회식문화에서도 대법원의 ‘이런 취지’가 적용될까요. 회사 회식자리나 모임 등에서 ‘러브샷’이 등장할 때가 있죠. 보통 이른바 ‘병권’을 가진 사람이 특정인을 ‘찍어서’ 러브샷을 하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이런 경우에도 이번 판결의 취지가 적용될까요.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병권’을 가진 사람이나 주변사람들이 ‘러브샷’을 강요(?)한다면 그래서 ‘약간의 신체적 접촉’을 하면서 ‘러브샷’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아마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회식자리에서 ‘거부의사’를 밝히는 분들이 나올 거라고 보는데, 만약 그렇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궁금해서 묻습니다. 사실 신문이나 방송뉴스를 보면서 정말 궁금했거든요. 언론사 회식문화에서도 ‘러브샷’ 많이 등장하던데 기사를 쓴 기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동안 저도 혹시 동료나 후배들에게 원치 않는 ‘러브샷’을 강요하지는 않았을까. 뭐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원치 않는 ‘러브샷’을 강제로 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구요, 더구나 불필요한 신체접촉까지 하게 된다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러브샷’ 이전에 원치 않는 술을 마시도록 하는 것도 문제죠. 상사가 강제로 하게 한다면 그건 ‘권력남용’이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 안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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