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한때 명문 구단이었던 기아와 롯데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연패에 빠졌던 롯데는 기아를 상대로 분풀이를 하며 기사회생했다.

기아의 신인 투수 이의리가 등판하는 경기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결론적으로 거칠 것 없어 보였던 이의리가 처음으로 프로야구의 무서움을 맛본 경기가 됐다. 스스로 피해 가는 대결을 벌인 결과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의리는 성장통을 경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경기 전까지 이의리의 투구는 말 그대로 으리으리했다. 초반 의구심을 가진 것이 사실이었지만, 이의리는 실력으로 이 모든 것들을 헤쳐 나갔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번 경기에서 이의리는 갑작스럽게 주눅이 들어 보였다. 정면돌파보다 안 맞기 위해 피하기 시작하며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다.

이의리는 1회 간단하게 삼진 2개를 섞어 삼자 범퇴시켰다. 문제는 2회였다. 선두타자인 이대호에게 좌전안타를 내줬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의리가 다음 타자를 상대하며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KIA 타이거즈 신인 이의리 [KIA 타이거즈 제공=연합뉴스]

한동희와 안치홍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무사 만루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피해갈 이유가 없음에도 어렵게 승부를 벌이며 오히려 독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싸움닭처럼 상대해도 상관없는 상황에서 지키겠다는 강렬함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장두성의 타구가 유격수에 걸렸다. 정 위치가 아닌 3루에 보다 가까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간단하게 병살로 이어갈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3루 주자였던 이대호가 발이 느리다는 점에서 박찬호는 바로 홈으로 송구를 했다.

문제는 포수 김민식이었다. 물론 유격수 박찬호가 완벽하게 송구를 해줬다면 고마웠겠지만, 포수 김민식이 홈을 지키는 것이 아닌 볼의 방향을 따라갔어야 했다. 발이 빠른 주자라면 모를까, 리그에서 가장 느린 선수 중 하나인 이대호라는 점에서 김민식이 유연하게 대처했다면 2회 대량 실점을 막을 수도 있었다.

이 실책 하나는 이의리를 무너트렸다. 후속 타자를 삼진으로 잡기는 했지만, 2회에만 안타와 볼넷을 모두 3개씩 내주며 5 실점을 했다. 모두 자책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 흐름은 결과적으로 롯데를 움직이는 이유가 되었다.

3회에는 안치홍에게 홈런까지 내준 이의리는 이번 경기에서 3이닝을 소화하며 67개의 공으로 4 피안타, 3 사사구, 1 피홈런, 5 탈삼진, 6 실점, 3 자책을 기록했다. 데뷔 후 가장 짧은 이닝을 소화했고, 난타를 당한 경기이기도 했다.

KIA 타이거즈 터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를 통해 이의리가 무엇을 배웠느냐가 중요하다. 피해 가는 승부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지 않으면 이의리의 성장은 더디거나 멈출 것이다. 2회 연이은 볼넷이 결국 모든 것을 망쳤다. 실책이 큰 몫을 차지했지만, 보다 적극적인 승부를 하지 못하고 피해 간 이의리의 실패다.

의도적으로 피해갔는지 어려운 승부를 하려다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연이은 볼넷이 화근이 되었다는 것이다. 볼넷을 내주기보다 안타를 내주는 것이 옳다는 판단해야 한다. 볼넷을 자주 내주는 투수치고 최고가 될 수는 없다.

남재현, 박진태, 이승재, 김현수로 이어진 기아의 불펜은 엉망이었다. 신인급 선수들이 대다수였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1실점이나 하는 불펜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어찌 되었든 1군에 있는 투수들 아닌가?

박진태 역시 제 몫을 해주지 못했고, 다른 신인급 선수들은 마운드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번 경기 불펜 투수들의 공은 밋밋하고 가운데로 몰렸다. 높은 공들은 말 그대로 배팅볼에 가까운 느낌을 줄 정도였다. 이 정도면 기아의 마운드 운영에 문제가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9-17이라는 점수는 프로야구에서 자주 나와서는 안 되는 점수다. 이번 경기는 양팀의 타자들의 타율과 타점을 올리는 데 이득이 된 경기이기도 했다.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회 초 2사 1, 2루에서 KIA 유민상 안타 때 1루 주자 이정훈이 홈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는 이번 세 명의 타자들이 제 몫을 해주며 그나마 팬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유민상이 출전하며 좌익수로 수비 위치를 옮긴 터커가 3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2 타점, 2 득점을 기록한 것은 반가웠다. 중요한 순간 우전 2루타를 2개를 터트리며 완벽한 타격감을 찾아가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타격폼이 홈런이 아닌 안타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만족할 수준의 타격감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터커의 파괴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기아로서는 다행스런 일이다. 여기에 포수 이정훈의 존재감이 롯데 경기를 통해 폭발했다는 점이다.

이정훈은 17년 입단 후 상무 제대를 한 미래 자원 중 하나였다. 포지션이 포수라는 점이 문제다. 기아는 현재 1군에 3명의 포수를 두고 있다. 김민식, 한승택에 백용환까지 기아에는 1군 포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중 이정훈은 타격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다. 최형우가 부상으로 빠지자 윌리엄스 감독이 그 자리에 이정훈을 세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감독의 바람에 이정훈은 확실하게 실력으로 보여주었다.

올 시즌 4번 출전했다. 앞선 두 경기는 대타였고, 선발로 나선 경기는 롯데와 2연전이 전부였다. 5일 경기에서는 5타수 3안타, 2득점을 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6일 경기에서는 3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볼넷 2개를 얻고, 3점 홈런을 치며 왜 자신이 중심 타선에 있는지 증명했다.

최형우와 김민식의 홈런 외에 홈런이 사라진 기아에 이정훈은 자신도 홈런 타자임을 증명했다. 잘 던지던 롯데 플랑코를 마운드에서 내린 이정훈의 완벽한 홈런은 기아가 이번 경기에서 패했지만, 걸출한 타자를 얻었다는 만족감을 주었다.

선발 3루수로 나선 김태진 역시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잡고 있는 중이다. 류지혁이 다시 지난해 얻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나간 사이 주전으로 출전하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kt와 3연전부터 선발로 나서고 있는 김태진은 매 경기 안타를 만들고 있다.

KIA 타이거즈 김태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섯 경기 연속 안타다. 9개의 안타에 5타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그가 주전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타가 없었던 김태진이 이번 경기에서는 3루타까지 기록하며 장타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기아로선 패배했지만 많은 것을 얻은 경기이기도 했다. 이의리에게는 한 번은 넘어야 할 성장통이라는 점에서 이 정도 경험은 필요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보다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선수들에 치여 제대로 선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정훈과 김태진이 주전 자리를 차지하자 팀의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 물론 표본치가 너무 적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경기에 나서야 이들의 진짜 실력이 검증될 것이다. 그런 검증을 받기 위해서는 벤치의 확신을 얻어야 한다.

두 선수는 최소한 장기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틀은 잡았다. 파워를 갖춘 이정훈이 포수로 나설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날 것이고, 대타 등으로 타격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강구될 것으로 기대된다.

류지혁의 부상으로 다시 고민거리가 된 3루수에 김태진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되었다. 류지혁이 돌아온다고 해도, 김태진이 일정부분 중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만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기아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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