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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고 더 치지 말고 조용히 떠나길"[인터뷰]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 후보
곽상아 기자 | 승인 2011.11.25 00:40

   
▲ 제2대 KBS 새 노조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선거 팸플릿 1면 캡처
2008년 정연주 KBS 사장이 불법적으로 해임될 당시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투쟁의 전면에 나섰다가 '파면'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았던 김현석 KBS 기자가 KBS 새 노조위원장 후보로 돌아왔다. 2009년 1월 근무기강 문란 등 KBS사규 위반을 이유로 '파면' 조치를 받은 지 거의 3년 만이다.

KBS 내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징계 수위는 '정직 4개월'로 경감됐으나 김현식 기자의 '시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인규 사장 취임 직후인 2010년 1월 춘천총국으로 갑작스럽게 전보 발령을 받은 것. 김 기자는 지역순환근무 1년을 마친 데다 당시 발령에 대한 사전 고지도 없어 '보복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미디어스>는 새 노조 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김현석 후보를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새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24일은 공교롭게도 김인규 KBS 사장의 취임 2주년 되는 날.

김현석 후보는 김인규 사장의 지난 2년에 대해 "제대로 한 게 없으니 평가할 것도 없다"며 "이제 임기가 1년 남았는데, 더 이상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떠났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BS기자협회장 출신이기도 한 김현석 후보는 '기계적 균형을 가장한 편파보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KBS뉴스에 대해서도 "결국 '눈치보기'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내곡동 사저와 관련한 KBS뉴스의 침묵에 대해서는 "예민한 문제를 다루면 괜히 귀찮게 되니까 기자들이 먼저 발제를 안하고, 윗선에서도 지시를 내릴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청와대 해명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쉽게 넘어가는 상황"이라며 "예전 같았으면 내곡동 전체 땅 소유주를 다 뒤져서, 소유주의 몇 퍼센트가 공직자이고 누가 이득을 보고 있는지 탐사보도했을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내달 5~8일 투표를 거쳐, 8일 저녁 새 노조 위원장 당선자로 확정될 김현석 후보는 "KBS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KBS내의 1%가 99%를 더 이상 좌우할 수 없도록 KBS 체질을 개선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김현석 후보는 △관제특집ㆍMB주례연설 폐지 및 제작자율성 회복 △탐사보도팀 부활, <추적60분> 콘텐츠본부 원상 회복 △보도, 제작 주요 국장 직선제 도입 및 간부 상향평가 전면 실시 △방송장악 백서 발행 및 진상규명 청문회 추진 △부당징계, 보복인사 철회 및 책임자 문책 △국회 도청 의혹 진상규명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음은 김현석 후보와의 일문일답.

- 파면됐던 2009년 1월로부터 거의 3년 만이다. 위원장 출마를 결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춘천에 있을 때부터 권유가 있었다.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 최용수 PD 등 보복인사를 당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귀향 집행부'를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본사 발령을 받게 됐다. 본사로 복귀해서 보니까 내가 제일 힘이 남아 있더라. 지난 몇 년을 거치면서 다들 많이 지친 거다. 현 집행부 후배들도 그렇고, 집행부 아닌 후배들도 그렇고, (2대 집행부를) 맡아달라고 말하기 안쓰러울 정도로. 어차피 누군가 맡아야 한다면, 춘천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돌아온 내가 낫다는 생각을 해서 권유를 받아들였다."

"아주 자연스럽게 '예민한 이슈' 안 다룬다…문제제기도 없어"

- 공교롭게도 오늘(24일)은 김인규 취임 2주년 되는 날이다. 지난 2년에 대해 따끔한 평가 부탁드린다.

"뭐, 평가할 것도 없다. 한 게 있어야 평가할 게 아닌가. 수신료인상도 국회에 가서 상처만 입었고, 제대로 한 게 없다. 임기 1년 남았는데, 더 이상 사고치지 않고 조용히 떠났으면 한다."

- 춘천총국에서 근무할 동안 본사에서는 새 노조 파업, 민주당 도청 의혹 등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춘천에서 이런 일들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춘천에 가서 보니까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KBS를 좋아하더라. 본사 같은 경우는 시민사회에서 '김비서'라고 비판하면서 굉장히 싫어하는데 말이다. 왜 그런 차이가 있는지 들여다 봤더니, KBS지역국에서는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노골적으로 장난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큰 갈등도 없고. 결국 사장을 비롯해 정말 몇 명 안 되는 친정권 인사들이 KBS를 망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 KBS뉴스에 대해 '기계적 균형을 가장한 편파보도'라는 비판이 있다. KBS기자협회장 출신으로서 KBS뉴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결국은 '눈치보기'의 문제다. 전반적으로 보도국이 의기소침해져 있고, 눈치를 보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가 사실상 타결된 지난 9일, 원래는 9시뉴스에서 그 사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오기 전날인데, 갑자기 경찰이 오는 바람에 김진숙 위원이 당일 내려오지는 못했었다. 그래도 충분히 뉴스가치가 있지 않나. 그런데 편집 권한을 가진 몇 명이 이야기하더니 '김진숙이 안내려왔으니 보도할 필요가 있느냐' '내일 하면 되지'라며 9시 뉴스에서 빼버리더라. 기자들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누가 나서서 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김인규 사장이 빼라고 한 것도 아닌데 아주 자연스럽게 의사결정이 되더라. 이건 좀 문제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치를 보니까 판단이 흐려지는 건데, 선배들도 그렇고 후배들도 그렇고 이제 눈치 좀 그만봤으면 한다.

대놓고 "'비판적 아이템 하지마라!'고 하는 건 없다. 다만 귀찮게 할 뿐이다. 뉴스도 그렇고 시사프로도 그렇고, 정권에 좀 안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갑자기 요구의 수준이 높아진다. '확인은 했느냐' '자료를 갖고 와봐라'고. (지난 7월) 권재진 법무부장관 후보자 스폰서 의혹 관련해서 '카드 영수증을 갖고와야 보도할 수 있다' '누가 말해준 거냐' 그런 류의 요구도 있었다고 한다. 엄청난 요구를 들이대면서 귀찮게 하니까, 한두 번 겪고 나면 '나 안해' '쉬운 거 할래' '어차피 잘 안되겠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

내곡동 사저 문제만 해도 예전 같았으면 내곡동 전체 땅 소유주를 다 뒤져서, 소유주의 몇 퍼센트가 고위공직자이고, 누가 이득을 보고 있는지 탐사보도했을 사안이다. 그렇게 하면 '잘한다'며 격려해주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예민한 문제를 다루면 괜히 귀찮게 되는 거다.

그러니까 기자들은 자발적으로 발제를 안하고, 윗선에서 시키면 하기야 하겠지만 윗선에서는 시킬 생각도 없다. 그냥 그렇게 '청와대 해명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쉽게 넘어가게 된다. 옛날 같았으면 '이걸 왜 안다루냐'고 싸움이라도 해야 하는데 말이다."

"KBS의 1%,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 외에는 관심없어"

- 12월 1일 개국하는 종합편성채널로 인해 내년 KBS를 비롯한 지상파 광고가 1천억원 감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는데, KBS는 종편 특혜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도 않고 비판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KBS는 영상자료 MOU 체결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등 종편을 도와주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는데.

"KBS가 현 정치권력이 밀고 있는 종편을 비판하게 되면, 정권과 척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KBS의 1%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에 도움이 안 되고, 정권과 대항해야 하는 선택을 하실 분들이 아니다. KBS의 윗선에 있는 1%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 외에는 관심이 전혀 없다. KBS의 장기적 미래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1991년 SBS가 개국할 때는 KBS 구성원들이 SBS에 빠져나가지 않도록 신경도 쓰고, 시청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좋은 프로그램도 많이 만들었다. 종편에 적극 대응해야 할 시기이지만 회사측은 아무런 고민도 안하고 있다. 종편이 빨리 정착해서 정권이 흡족해하길 바라는 것인지…."

- 임기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은?

"KBS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KBS내의 1%가 99%를 더 이상 좌우할 수 없게 KBS 체질을 개선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1%는 인사권을 가지고 말 잘듣는 이에게는 당근을 주고, 말 안듣는 이들에게는 채찍을 때리는 방식으로 KBS를 지배하고 있다. 좀 더 좋은 직위에 오르고자, 손해를 보지 않고자 윗선의 지시를 따르는 게 KBS 조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성향이다. 정권이 바뀌는 것에 촉수를 곤두세우는 이 체질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 전인, 지금 바로 이런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체질개선 작업의 적기다. '저 사람들은 얼마 안있다가 갈 건데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굴복하나. 당장 힘들어도 KBS가 바로 서야 하지 않느냐'는 자각을 새노조원 뿐 아니라 전체 KBS인들이 공유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내년 1월부터 KBS 체질 개선 작업을 하려고 한다."

- 지난 몇 년을 거치면서 내부가 많이 침체돼 있다.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릴 묘책이 있다면?

"당장 생각해둔 묘책은 없다. 그래도 나는 긍정적으로 본다. 2003년 정연주씨가 사장으로 왔을때는 (KBS 내부에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언론의 자유'라는 해방이 주어졌다. 정 사장이 가장 개혁적이었고, 오히려 조직원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새 노조가 생기고, 언론자유/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기자ㆍPD의 자각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2003년과는 비교가 안 된다. 2010년 3월 새 노조 출범 이후 KBS 내부에서 1000명 이상이 흔들림없이 싸웠다. 이것은 예전과는 분명 다른, 큰 힘이다."

"내년부터는 상황 달라진다…지켜봐 달라"

- KBS노동조합(위원장 최재훈)은 새 노조의 김인규 공동신임투표 제안에 '통합 집행부 구성'을 전제로 내걸었다. 통합집행부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KBS노조와의 관계에서) 여전히 상처가 깊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정치적 욕망에 의해 KBS를 능욕하는 1%를 제외한 모든 사람과는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서로의 차이는 인정하되,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은 같이 해나가려고 한다."

- KBS는 지배구조 상 현재의 정치권력에 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권력교체를 앞둔 지금, KBS 내부에서 미래권력으로 유력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에게 줄 서려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줄 서려는 움직임은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KBS 지배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지만 핵심은 아니라고 본다. 지배구조에 흔들리지 않는 KBS 내부 구성원들의 자각이 더 중요한 문제다."

- <미디어포커스> 진행을 맡은 바 있는데, <미디어포커스>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비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미디어포커스>는 제대로 된 언론이 되기 위한 '방향성'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는데, <미디어비평>은 그런 게 좀 약한 것 같다. 이런 한계는 있지만, 그 범위 내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새 노조에 희망을 거는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그동안 새 노조는 'KBS가 아직 죽지 않았다' '안에서 그래도 싸우고 있다'는 존재 증명의 역할밖에 못했다. 워낙 억압적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바리게이트 안에서도 살아있음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었다면, 내년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질 것이다. 이제 시민들도 '이쯤 되면 바꿀 때도 되지 않았느냐. 언제까지 살아있다고만 외칠 거냐'며 더 강한 요구를 해주실 거라고 생각하고, 우리도 그에 부응하겠다. 지켜봐 달라."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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