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광택 칼럼] 지난 한 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변화를 경험하였다. 시행착오(試行錯誤)와 창의적 사고를 번갈아가며 비대면 소통이라는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는 프로세스가 전개되었다.

이에 따라 언론의 환경은 다른 영역보다 훨씬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부터 지역신문을 비롯해, 지방일간지와 전국지 등 종이로 발행되는 신문의 구독료에 대한 소득공제가 시행되었다. 이는 2019년 12월에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2(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의 개정에 따른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동안 국세청과 함께 신문업계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행 방안을 마련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도서·공연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등 문화비 소득공제의 대상을 신문 구독료까지 확대한 것으로,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는 총 급여 7천만 원 이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적용되며, 공제율은 30%, 공제한도는 문화비 총액 최대 100만 원이다. 총급여 7천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 중에서도 신용카드, 직불카드, 선불카드, 현금영수증 발행분 등 사용액이 급여액의 25%가 넘는 경우 문화비 공제율은 39%로, 최대 100만 원까지 추가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경향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소득공제 해택을 알리며 신문구독을 독려하고 있다.

이 정책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 신문 구독률이 6.4%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1998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신문 구독률이 64.5%였는데, 21년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은 스마트폰의 발달로 뉴스 소비 패턴도 급격히 변했고, 각 신문사의 디지털 의존도 역시 엄청나게 커진 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종이신문을 얼마나 발행하는지, 이 가운데 유료로 판매하는 부수가 얼마나 되는지는 여전히 신문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준이다. 신문사들이 광고를 수주하거나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때 발행부수와 유료부수를 근거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신문 부수를 공인하는 기관인 한국ABC협회에 등록된 신문사들은 분기마다 전 지국의 월별 부수를 보고한다. 협회는 이 보고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역할을 하는데, ABC협회에 등록된 신문사들은 분기마다 전 지국의 월별 부수를 보고하고, 협회는 이 보고가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표본지국을 선정하고, 지국별로 2인 1조의 공사원을 배치해 실사한다. 최근 ABC협회가 이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고발이 제기됐다. 회장의 독단과 전횡으로 부수 왜곡이 자행되고 있으니,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확인해달라는 진정서가 제출된 것이다.

한국ABC협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11월 사무검사에 착수하여 현장점검을 한 뒤 이를 토대로 내용을 분석한 끝에 3월 16일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검사 결과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난 부분은 유가율과 성실률의 왜곡이었다. 유가율은 신문사가 발행한 신문의 발행 부수 대비 유료부수의 비율이다. 쉽게 말해 어떤 신문사의 유가율이 90%라면, 이 신문사가 100부를 발행할 때 90부는 유료로 판매된다는 뜻이다. 성실률은 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의 비율이다. 해당 신문사가 ABC협회에 보고한 부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체부가 일부 신문지국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입수 자료를 분석해 봤더니 그동안 협회의 보고는 사실과 많이 달랐다. A, B, C 세 신문사에 대한 문체부 조사 결과 평균 유가율은 62.99%, 성실률(신문사가 보고한 유료부수 대비 실제 유료부수의 비율)은 55.37%에 불과했다. 각 신문사는 '부수보고관리시스템'을 통해 전 지국의 월별 부수를 ABC협회에 분기마다 보고하는데, 특정 주요 신문사는 ABC협회의 특정 관리자에게 이메일로 신고하고 별도 관리되고 있었다. 협회 조사 7일 전 신문사 직원이 표본지국을 방문해 유료부수 증빙자료를 직접 수정하고, 조사 당일에도 직원이 해당 지국에 방문해 대기한 상태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조사 과정에서 지국의 통장이나 영수증 등의 증빙자료를 현장에서 공사원이 확인만 할 뿐 사본을 따로 보관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 때문에 공사원이 부수를 무엇으로 어떻게 확인했는지 점검할 방법이 없었다. 문체부는 지국의 조사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이 밖에 문체부는 신문사가 유료부수 여부를 증명하기 위한 추가 자료를 인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부수 최종 확정을 위한 인증위원회에 제삼자 추천인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신문지국 인터뷰에서 확인된 실제 유가율과 성실률에서 신문지국의 표본 수와 자료량 등이 한정된 점 등을 고려해 추가로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6월 말까지 현장 실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무 검사 권고사항이 6월 말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ABC 부수공사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는 등 추가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이신문(사진=연합뉴스)

주류 언론에 속하는 수백 부의 신문들이 비닐 포장된 채 폐지 수집상으로 넘어가는 것도 관찰되었다.

구독료에 대한 소득공제는 세제 혜택이며 정부의 광고비도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것이다. 종이신문을 살리기 위한 국민의 성의에 대해 종이신문은 정론직필(正論直筆)로 화답해야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된다. 이 역할을 포기한다면 종이신문의 종말이 앞당겨질 것이다.

언론의 디지털화에도 불구하고 원조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종이신문의 순기능 회복을 위한 감시와 격려를 게을리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 이광택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04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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