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4년, 언론계 안팎에서 지겹도록 ‘저널리즘의 위기’를 우려했다. 4년 내내 ‘우려’하고 나섰지만, 나아진 건 변한 건 전혀 없었다. 더 이상 ‘저널리즘의 위기’를 언급하기도 민망한 상황이 됐다.

특히, 방송 뉴스의 상황은 더하다. 방송 뉴스가 보여준 지난 4년의 보도 행태는 ‘저널리즘의 몰락’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분석하기에 충분하다. 공정성이라는 잣대를 들이대 최소한의 균형만 맞추던 보도마저 사라졌고, 보도해야 할 사안들을 짧게 단신으로 전하던 것마저도 사라졌다. 꼭 보도해야 할 사안 대신 CCTV가 자리를 잡았고, 멧돼지가 자리를 잡았다. 소수의 눈물, 외침 보다는 걸그룹의 다리 각도에 주목했고, 정권 권력의 핵심과 연관 있는 사안 보다는 K-POP 열풍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 11월18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실에서 박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부위원장(맨 가운데)의 사회로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선호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맨 왼쪽), 성재호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왼쪽에서 두번째), 이재훈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오른쪽)이 참여했다. ⓒ미디어스
<미디어스>는 [이명박 정부 4년, 저널리즘 없는 방송] 기획의 마지막으로 KBS, MBC, SBS에서 공정방송 관련 활동을 하는 노조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본사에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사무실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박대용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방송3사를 대표해 성재호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이재훈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 최선호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이 참여했다.

“5공 시절 방송 뉴스와 현재 KBS 뉴스, 과연 뭐가 다를까?”

박대용: 방송3사 민실위·공방위 간담회 연락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 성재호 KBS본부 공정방송위원회 간사 ⓒ미디어스
성재호 = MB정부 4년, 저널리즘을 논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에 와있다. 숱하게 많은 토론회 있었다. 저널리즘을 과연 방송사가 논할 수 있는 상황인지조차 매우 어려운 지경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드는데 ‘5공 군사정권 시절의 방송사 보도와 현재 KBS 뉴스가 과연 무엇이 다를 것인가’ 항상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된다. 적절한 시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토론을 한다면, <미디어스> 뿐 아니라 다른 단체가 진행해도 적절하지 않나 생각된다.

최선호 = 비슷한 생각이다. 오늘은 뭘 또 반성하고 어떤 지점에서 혼이 나야 할까 두렵다. 부담이라고 할 수는 없을 거 같고. 약간 이런 사안이 나올 때 마다 이럴 때마다 각 사 공정방송 이슈를 담당하고 있는 노조 전임자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거 같다. 현업 기자들을 위한 변론을 도의적으로 하면서도 분명히 사회적 기준이 있으니까. 좀 전 KBS 공방위 간사가 말했지만 항상 토론회가 반성에서 그친다는 거다. 그 이후에 실질적인 보도의 변화, 여기까지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부담을 자꾸 느끼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재훈 = ‘부담스럽지 않았냐’ 질문 받았는데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그만큼 우리 뉴스가 잘 못 나가고 있다는 거 알기 때문에. 뉴스가 워낙 잘 못 나가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부담은 있지만 의미있는 토론회라 생각했다.

박대용: 현재 각 방송사 뉴스에 대한 구성원들의 불만 혹은 비판 어느 정도 인가. 혹 괜찮다고 보고 있나?

▲ 최선호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 ⓒ미디어스
최선호 = 괜찮다고 볼 리가 없다. 다 마찬가지 인 거 같다. 구체적으로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지표를 조사한 적 없기에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들의 이야기 등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만들고 있는 기사 콘텐츠에 대한 질·수준에 대한 만족감과 콘텐츠 생산하기 위한 내적 시스템 두 개가 기준이 될 거 같다. 두 가지 다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뉴스를 생산하는 시스템, 편집회의라든지 전체 보도 방향까지 포함한 것에 대해서는 공통된 문제 의식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훈 =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많다. 불만의 내용 중 가장 큰 게 ‘나가야 할 뉴스가 안 나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또, 뉴스가 이상하게 나가서 전체 MBC 이름을 깎는다는 측면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며칠 전 SNS 관련 보도가 이상하게 나갔다. 주변에서 ‘왜 저런 게 나가서 MBC뉴스 전체가 욕을 먹어야 하나’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 발굴해서 만들어 놔도, 아무리 노력해도 가끔 잘못 나가서 욕을 먹으면 저희들끼리 하는 말로 ‘반까이(반도 못 건지는)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니까 거기에 대한 불만 많다.

“정말 나쁜 뉴스, 침묵하는 뉴스”

박대용: <미디어스>는 현재 방송 뉴스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조중동 프레임 따라가기 △정권에 불리한 이슈 눈감기 △연성아이템 전면화로 나눠봤다. 동의하나?

성재호 = 약간 마음에 안 든다. 현장에서 나타나는 뉴스의 현실적인 목표는 시청률이다. 이를 미디어 비평지들이 간과를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시청률은 어떤 뉴스를 내보낼 것인가에 가장 큰 근거가 된다. KBS는 그 정도가 낮은 데도 편집회의에서 ‘시청률이 MBC에 뒤지고 있다, 따라붙었다’ 이야기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KBS뉴스가 이 정도면 MBC·SBS는 (정도가) 더 심각하다고 본다.

조중동 프레임이 뉴스를 비평하기에 좋은 거 같다. 하지만 보수의 프레임을 따라가는 거 아니다. (오히려) 연합뉴스 프레임이 현실적으로 더 강할 수 있다. 연합뉴스가 쓰지 않는 기사를 방송에서 보기 어려울 때도 있다.

정권에 불리한 사안에 눈 감는 거, 연성 아이템 등 계속되는 질곡 그게 맞다. 그 정도가 굉장히 심해졌다. 가령 지금 MB연설문을 미 전문 업체가 작성했다는 뉴스는 KBS뿐 아니라 MBC·SBS에서도 볼 수 없었다. 아마 KBS <뉴스라인>에서 다룬 게 유일할 수도 있다. 그 마저도 청와대 해명만 실었지만. 조선일보에서도 이틀 동안 주요하게 취급이 된 사안이고, SNS에서는 인기뉴스였다. 편집 담당자들이 이 뉴스를 내보내면 시청률이 담보 될 것을 알면서도 그러지 않았다. 이는 분명히 정권 눈치를 보는 거다. 연성 아이템, 멧돼지 뉴스 전에는 CCTV 뉴스가 있었다. 자극적인 보도가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 있다고 보인다. 이는 종편이 출범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거라고 본다.

최선호 = 방금 이야기에 동의한다. 조중동 프레임 따라가기, 연성 아이템 전면화 등 이런 틀로 비판하는 거 굉장히 현상적인 비판 아닌가. 거칠게 말하면 진부하다. 오래된 틀이다.

과거 몇 년 전인지 모르겠지만 방송뉴스가 심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KBS가 탐사보도팀을 만드는 등 주도를 했었다. 시청자와 뉴스를 소비하는 쪽에서 ‘심층 보도를 해라’는 그런 욕구가 분명히 있었다.

이후에 각 방송사가 기존에 해오던 보도를 확대 재편하는 쪽으로 했다. 그런 시도가 왜 좌절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상적으로는 멧돼지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게 된 거다. CCTV의 문제를 CCTV를 통해 심층적으로 하는 거다. 생활 밀착형 아이템을 파서 2분짜리 리포트를 두 개씩 붙여서 하고, 내용과 실질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것이다. 당연히 의제 설정도 안 된다.

이에 대한 비판 역시도 확장되고 깊어질 필요가 있다. 진부하고 현상적인 수준의 비판은 정파적이라고 느껴진다. 이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아파하지 않는다. 지상파 현업 기자 정도 되면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기계적 균형까지 걱정할 정도로 왔는데 무슨 비판 논리를 가다듬으라고 하냐’고 조지면 조짐을 당해야 하지만 그런 논리의 확장 없이는 어렵다. 안 바뀐다.

▲ 이재훈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 ⓒ미디어스
이재훈 = 조중동 프레임 따라가기보다 어떤 뉴스가 안 나가는지 보는 게 방송 뉴스의 문제를 보는 데 중요하다. 주류 매체들이 한꺼번에 (보도를) 누락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조차도 작게 쓰거나 정권에 문제 되는 사안에 대해 누락시키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이게 방송사들이 알아서 눈치를 보는 건지 아니면 실제적인 압력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보도 누락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중요한 게 계속 누락되니까 시간은 채워야 하고, (그렇기에) 이상한 아이템이 보도되는 거다.

성재호 = 사실관계를 삐뚤고 왜곡하는 것도 정말 나쁘지만, 정말 나쁜 뉴스는 침묵이다. 특정 사안에 침묵하는 것. 비등한 예로, MB가 미국 의회에 갔다. <뉴욕타임즈> 등은 박수 친 사람들은 의원이 아닌 대부분 보좌관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부는 연합뉴스를 기본 바탕으로 해서 국제 뉴스를 담당한다. 연합뉴스는 <뉴욕타임즈> <월스트리스저널> 등에 나온 한국 관련 기사 대부분을 써야 한다. 그런데도 안 쓴다. 왜 안 쓰는지 질의를 하고 싶다. 분명히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그런 침묵들이 방송사에서도 횡행하고 있다는 거 분명히 인정을 한다. 결론으로 나타나는 것은 침묵이라는 것이다. MB연설문에 대한 침묵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담합이 의심 된다.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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