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시즌을 마치고 분주히 팀을 재건하기에 바쁜 스토브리그가 한창입니다. FA가 모두 끝나고 나름의 틀을 갖추기 시작한 그들에게 진정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이지요. 외국인 선수 (재)계약은 팀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어떤 선수들이 2012 시즌 활약하느냐가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두 명의 투수 모두와 재계약한 엘지, 만족할 만한가?

엘지가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손해 보는 장사를 했다고 하지만 다른 팀들과는 달리, 2011 시즌 활약했던 외국인선수 두 명과 모두 일찌감치 재계약을 하면서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후의 행보에 더욱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그들이 FA 역사에서 처참한 기록만 남겼다고는 하지만 이후 적극적인 트레이드(혹은 내부 승격) 등을 통해 미흡한 부분들을 채워나간다면 더욱 강력한 팀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지요.

▲ LG 리즈와 주키치 ⓒ연합뉴스
엘지는 2011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던 리즈와 주키치 모두와 재계약을 맺었습니다. 리즈가 11승 13패, 주키치가 10승 8패를 기록해 수치상의 승패가 아쉽기는 하지만 엘지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두 투수의 활약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160이닝/180이닝을 넘게 던지며 3점대 방어율과 1.41/1.21을 기록한 WHIP만 봐도 그들을 대체할 외국인 투수를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엘지로서는 만족스러운 재계약입니다. 리즈와는 35만 불, 주키치와는 30만 불에 계약한 엘지로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들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듯합니다.

엘지가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모두 재계약을 했듯 삼성 역시 후반기에 영입된 두 명의 투수와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막강 삼성의 마운드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완벽하게 수행해준 매티스와 저마노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선수들임이 분명합니다. 매티스와 저마노가 후반기 합류한 탓에 이닝 투구나 승수가 낮을 수밖에 없었지만 충분히 한국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 삼성이 다른 투수를 찾을 이유는 없을 듯합니다.

10경기 5승 2패/8경기 5승 1패, 64 이닝/45이닝 이상을 던지며 2점대 방어율, 1.45/1.12 WHIP를 기록하며 수준급 선발투수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며 불펜에 비해 미흡했던 선발 투수 자리를 완벽하게 채워 삼성이 정규리그와 한국 시리즈를 모두 우승할 수 있게 한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재계약이 확실한 상황이기에 엘지와 삼성의 외국인 투수 고민은 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 두산 니퍼트 ⓒ연합뉴스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하나로 꼽히는 두산의 니퍼트는 사장이 미국으로 직접 찾아가는 열정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29경기에 나와 187이닝을 던지며 15승 6패, 2.55의 방어율, 1.14 WHIP를 기록한 니퍼트는 두산의 절대적인 힘 중 하나였습니다. 두산 에이스 김선우와 함께 절대적인 니퍼트가 재계약으로 두산맨이 되었다는 사실은 2012 시즌에도 강력한 원 투 펀치의 힘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두산은 여전히 선발진이 약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마무리 투수를 외국인 선수로 고를 예정이라 합니다. 엘지에겐 어리지만 강력한 마무리 기대주가 있고, 삼성은 부동의 철벽 마무리를 두고 있기에 선발 두 명을 외국인 투수로 채워 전력을 극대화했지만 뒷문이 불안한 팀들에게는 마무리 감을 외국인 투수로 선택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듯합니다.

한화가 올 시즌 뒤늦게 합류해 좋은 모습을 보인 바티스타와 재계약한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외국인 마무리 시대도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오넬리, 데폴라 카드가 모두 실패한 후 뒤늦게 영입한 선수이지만 35 2/3이닝 동안 3승 10세이브, 2.02의 방어율, 1.15WHIP를 기록한 바티스타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는 모습이 천상 마무리 투수다웠습니다. 비록 방어율이 마무리 투수치고 높은 게 흠이지만 2012 시즌은 올해보다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화의 재계약은 당연해 보입니다. 한화 역시 가르시아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김태균의 복귀로 그 자리를 대신하고 외국인 선발 투수 영입을 노리고 있기에, 내년 시즌 류현진과 원 투 펀치를 이룰 투수를 데려올 수 있느냐가 새로운 한화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었습니다.

박찬호가 영입된다면 보직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지만 한화로서는 젊은 투수들만으로 선발 라인업을 꾸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류현진의 뒤를 받쳐줄 강력한 선발 투수가 절실합니다. 류현진이 2012 시즌을 끝내고 미국으로 갈 가능성이 100%라는 점에서 한화는 내년 시즌 류현진을 이을 팀의 에이스를 발굴하는 데 모든 것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교 시절 최강이었던 유창식이 얼마나 성장하느냐는 한화의 2013 시즌 나아가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서도 절대적인 존재 가치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차포가 떼인 롯데는 이대호와 장원준이라는 팀의 에이스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느냐가 최대 관건이 되었습니다. 타선이야 폭발적인 파괴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으니 어떻게 넘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팀의 에이스였던 장원준의 공백은 의외로 크게 느껴집니다. FA 시장에서 뒤늦게 이승호를 영입해 선발과 불펜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외국인 투수가 절실하다는 점입니다.

사도스키는 올 시즌 140 1/3이닝 동안 11승 8패, 3.91 방어율에 1.30 WHIP를 기록하며 제몫을 다해 주었습니다. 구단에서도 사도스키와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기에 남은 한 자리를 누구로 채우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송승준과 사도스키에 외국인 선발 투수가 가세하면 의외로 탄탄한 마운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롯데의 겨울 화두는 얼마나 좋은 외국인 투수를 발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SK의 사실상 에이스 노릇을 해왔던 글로버와는 재계약이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후반 좋은 모습을 보인 고든과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SK 역시 강력한 외국인 선발이 절실합니다. 이만수 신임감독이 메이저에서 코치로 있으며 익힌 방식이 기존의 김성근 감독 스타일과는 많이 다르기에, 벌떼 투구보다는 철저한 선발 투수 위주의 마운드 구성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글로버는 후반기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포스트 시즌에서 제외되며 이미 퇴출이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팔꿈치 통증을 보인 글로버가 4년차 한국 생활을 하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SK가 과연 어떤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느냐는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다른 팀들에 비해 선발 라인업이 문제인 SK가 고든과 함께 짝을 맞출 외국인 투수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2012 시즌 성적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선택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넥센은 외국인 타자였던 알드리지와 이미 재계약을 포기했고, 삼성에서 넥센으로 옮겨온 나이트와 재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172 1/3이닝을 던지며 7승 15패, 4.70의 방어율과 1.55 WHIP를 기록한 나이트와 재계약을 했다는 것이 조금 의외이기는 하지만 30경기에 출전해 퀄리티스타트 경기가 많았다는 점에서 나이트의 넥센에서의 존재감은 승패나 다른 기록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좋은 외국인 투수 찾기가 힘든 상황에서 넥센이 나이트를 대신할 선수를 과연 찾을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려도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넥센이 이번 FA에서 이택근을 50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에 영입한 그들은 알드리지를 대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넥센 역시 외국인 선수를 투수로 영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원 투 펀치 역할을 해줄 선수를 어떻게 수급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일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고의 외국인 투수 영입을 해왔던 기아가 선동열 감독이 영입되며 두 외국인 투수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투수 영입에 나선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완벽한 한국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았던 로페즈가 후반기 부상 이후 자신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며 그의 행보가 묘연해졌습니다. 트레비스 역시 전반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기 최악의 피칭과 함께 자신의 몸만 사리는 행동으로 인해 이미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퇴출이 확정된 모습이었습니다.

문제는 기아가 이 두 투수를 능가하는 외국인 투수를 영입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기아 프런트가 국내 프런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탁월한 외국인 투수 영입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더욱 갈수록 옥석 고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보석을 찾아내느냐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 KIA 로페즈 ⓒ연합뉴스
구단에서 로페즈는 재계약을 하고 싶어 했지만 선동열 감독이 로페즈도 교체 대상으로 올려놓으며 고민이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욱 외국인 투수 두 명을 모두 왼손 투수를 원하는 선 감독의 요구에 맞춰 쓸 만한 외국인 투수를 찾아야 하는 프런트로서는 더욱 힘겨운 스토브리그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국보급 투수였던 선 감독이 특별하게 주문한 선수라는 점에서 프런트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는 없지요. 그동안 왼손 투수 육성에 소홀했다는 점에서 무조건 왼손 투수 영입을 못 박은 선 감독의 요구대로 외국인 선발 투수들이 영입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기아로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메이저를 노렸던 윤석민이 기아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고 구단에서도 투수 4관왕에 MVP를 받은 그에게 최고 대우를 약속한 만큼 내년 시즌 기아의 에이스는 결정되었습니다. 윤석민을 받쳐줄 외국인 투수 2명과 서재응, 양현종, 한기주 중 두 명이 선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선발 라인업에 두 명의 왼손 투수가 영입되면 상당히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2012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는 모두가 투수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타자의 경우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리는 한계가 큰 벽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구단들의 선발 투수 모시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는 곧 외국인 투수 수급이 생각보다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선수는 한정되어 있고 데려오려는 팀들이 많아진다면 당연하게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현재로서는 실력과 능력이 입증된 삼성의 두 투수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한국 야구에 익숙해져 내년 시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은 엘지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두산이나 한화 역시 대체불가로 여겨지는 좋은 재목과 재계약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듯합니다.

과연 기아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탁월한 선발 능력을 이번에도 발휘해 새로운 기아의 모습을 2012 시즌 보여줄 수 있을까요? 다른 팀들의 경우 역시 막강한 외국인 선발 투수를 내세워 마운드 굳히기에 들어갈 예정이기에 2012 시즌은 선발 대결이 흥미로운 대결 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진흙 속 보석을 누가 찾아내느냐는 힘겨운 경쟁을 치러야 하는 각 구단의 프런트들에게 스토브리그는 무척이나 힘겨운 두뇌 싸움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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