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에게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발의해 당장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29일 발송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차별금지법 논의는 중단됐으며 민주당 내 평등법 발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민주당 차기 지도부의 답변을 요구한 것이다. 회신기한은 내달 1일이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공개서한에서 "180석 거대여당 민주당은 정치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은 '지금 당장'하고, 한국사회의 심각한 혐오 차별 문제는 '나중에'로 일관하고 있다"며 "혐오와 차별이 점점 더 우리 사회를 갈라놓는 현실에 대한 책임은 '차별금지법 나중에'로 일관하는 국회에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나선 홍영표(왼쪽부터)·송영길·우원식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6월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안이 발의요건을 채웠지만 미뤄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김기홍·변희수 등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평등법 제정을 거듭 요구해왔지만 국회는 침묵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노무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시작되었고, 17대 국회 이후 8차례 발의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더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며 "민주당이 정의와 진보를 말하면서 혐오에 타협하거나 굴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 민주당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는 그간 차별금지법 추진 과정에서 현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민주당 진영의 입장이 퇴보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은 노무현 정부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안을 법무부에 제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는 차별금지법을 정부입법 형태로 발의했으나 17대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2012년 대선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2013년 민주당 의원들의 발의법안이 보수 기독교계 대대적 반대운동 전개로 철회된 이후 오히려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민여론은 무르익었다. 지난해 인권위가 발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는 차별금지와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1대 국회, 국민이 바라는 성평등입법과제'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87.7%가 "성별, 장애, 인종, 성적지향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평등법·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 사회적 인식"이라며 "새해부터 이어진 비극적 소식 앞에 많은 이들이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보냈다. 평등법·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사회적 욕구이자 생존의 욕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 지도부 후보군에 '평등법·차별금지법 2021년 내 제정'을 주요 입법과제로 삼고, 지금 당장 발의해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차별금지법연대는 민주당 정책위, 인권위, 중앙당선관위에도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포괄적 차별금지법 연내 입법 촉구' 기자회견(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대표 후보들의 과거 관련 발언을 살펴보면 기호 1번 홍영표 후보는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인천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관련 질의에 "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부동의' 의견을 밝혔다.

기호 2번 송영길 후보는 지난해 8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 직원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뉴질랜드는 동성애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인 곳"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상대가 이성이든 동성이든 성추행은 말 그대로 성추행"이라고 비판했고, 정의당 배복주 여성본부장은 "성적지향과 성폭력은 완전 다른 것"이라고 질타했다.

기호 3번 우원식 후보는 4·15 총선 지역구 선거 TV토론회에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 역시 기독교인으로 동성애에 반대하고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후보는 과거 19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공동발의한 데 대해 "차별금지법이 나오고 나서 교계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면서 그게 문제가 됐던 것이지 그 법을 낼 때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4·15 총선 당시 당 사무총장으로서 비례연합정당 구성과 관련한 성소수자 인권문제에 대해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지형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념 문제나 성소수자 문제,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 간 연합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당시 비례연합정당 합류를 결정한 녹색당의 비례대표 6번은 고 김기홍 씨였다. 기자들이 녹색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가 어렵다는 의미인지를 묻자 윤 사무총장은 "(녹색당이)그 부분 이외에 많은 훌륭한 정책이 있어 함께할 수 있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하는 데 있어서는 좀 더 엄밀하게 협의를 해봐야될 사안"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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