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 에어스 때문에 4·7 보궐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저품질 기사를 다수 접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에어스가 기사의 최신성과 집중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해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기사가 우선 추천됐고, 이러한 기사가 반복적으로 소비됐다는 분석이다. 알고리즘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해결책으로 나왔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는 29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포털은 어떤 뉴스를 많이 보게 했나> 토론회에서 정치인의 자극적 발언, 여론조사 인용 등의 내용을 다룬 단편적인 기사가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상위권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강사는 네이버 뉴스 추천 알고리즘인 ‘에어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에어스 안내화면 갈무리

유봉석 네이버 서비스운영총괄, 최재호 네이버 에어스 책임리더, 최창렬 네이버 뉴스개발 기술리더 등이 지난해 겨울 관훈저널에 기고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이렇다’에 따르면 에어스는 단시간에 다수의 보도가 나온 최신 이슈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관련 기사를 묶어 상단에 위치시킨다. 이 중 최신성, 기사 길이, 다른 기사와의 관련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사가 최상위에 노출된다.

또한 에어스는 이용자가 과거 접한 기사와 단어·표현·문장이 유사한 보도를 ‘유용한 뉴스’로 판단해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유사한 기사가 다수일 경우 ‘최신성’이 주요 기준이 된다. 에어스는 비 로그인 이용자에게 최신 뉴스 중 조회 수와 체류시간이 높은 기사를 우선적으로 추천한다. 즉 에어스는 기사의 품질, 취재력보다는 집중도·최신성 등을 고려해 기사를 추천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용자가 접하는 기사가 특정 이슈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김동원 강사가 3월 8일부터 4월 8일까지 네이버 ‘많이 본 뉴스’에 오른 선거기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후보자 관련 논란, 정치권 반응, 정치인 발언 소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 인용 등의 내용을 다룬 기사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김동원 강사는 “심층·기획 보도가 포털에서 결코 주목받지 못하며 언론사는 정치인과 유명 인사의 발언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모니터 기간 중 '네이버 많이 본 뉴스' 조회수 순위 상위 10건 보도

선거 초반(3월 8일~13일) 여론조사 보도가 조회 수 상위권에 있었다. 이 기간에 조회 수 1위를 기록한 기사는 중앙일보의 <박영선 39.8 VS 안철수 47.3…박영선 41.6 VS 오세훈 45.3>이다. 해당 여론조사는 중앙일보가 의뢰했다. 뒤이어 다른 언론사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 기사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선거 중반(3월 21일~27일)의 경우 오세훈 시장 단일화 기사, 안철수 대표 행보 소개 기사가 상위권에 있었다. 또한 정치인의 라디오 인터뷰와 SNS 게시글을 단순 소개한 기사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선거 막바지(3월 28일~4월 3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내곡동 투기 의혹 등 의혹 제기를 다룬 기사가 조회수 상위권에 있었다.

김동원 강사는 “정치권은 단일화 후보 결정, 공식 선거일, 사전 선거일에 의혹을 쏟아냈다”며 “언론사는 라디오 인터뷰나 SNS를 단순 인용했다. 그러는 사이 심층·기획 기사의 노출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선거 기사 558건에 등장하는 정보의 절반 이상(57.9%)은 라디오 인터뷰, SNS, 토론회 발언, 타사 보도를 출처로 하고 있었다.

언론사 간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다른 종합일간지와 비슷한 양의 기사를 송고했음에도 조회 수 순위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많이 본 뉴스’ 조회 수 상위 20위 보도 중 중앙일보·조선일보 기사는 14건(중앙일보 8건, 조선일보 6건)에 달했다.

김동원 강사는 “알고리즘은 언론사가 얼마나 많은 투자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했는지 격차를 보여준다”며 “중앙·조선은 최근 상당한 투자를 통해 통합 CMS를 만들고 디지털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했다. 언론사 간 빈익빈 부익부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강사는 “네이버 에어스의 이슈·기사 추천은 이번 선거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알고리즘의 언어와 저널리즘 교과서가 말하는 언어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 강사는 “언론 노동자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려는 언론사, 투자 없이 디지털 성과만을 요구하는 사주, 조회 수와 댓글로만 기사 품질을 파악하는 이용자에 포위된 상태”라며 “이는 정치적 외압과 대기업의 압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주관하고 보궐선거 미디어감시연대가 주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포털은 어떤 뉴스를 많이 보게 했나>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인링크 제휴 시스템을 아웃링크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링크 제휴 시스템이 없어지면 에어스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되고, 언론사의 품질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에어스 알고리즘이 공개되면 언론사는 이를 남용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언론사는 어떻게 포털을 벗어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포털이 뉴스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포털의 결단이 필요하다. 포털이 스스로 결단하게 만들기 위해 사회적 압력을 가해야 할 때”라고 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네이버에 알고리즘 공정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인링크 언론사가 한꺼번에 네이버·다음과 제휴를 끊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네이버에 알고리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네이버가 응답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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