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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폐지하자'는 조선일보의 절묘한 타이밍삼성 상속세 납부 계획 발표하자 "국민에게 도움 안 된다"…경제지는 '이재용 사면론' 불 붙여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04.29 12:4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삼성 일가가 고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세에 대한 납부 계획을 발표하자 조선일보가 ‘상속세 폐지·감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 일가가 상속세를 납부하지 않고 사업 확장에 투자하면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일경제 등 일부 경제신문사는 이재용 사면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에 대해 한겨레는 “상속세 납부를 사면과 연계시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회장의 유산은 삼성전자·삼성생명 등 삼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을 합쳐 26조 원에 달한다. 삼성 일가는 이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기로 하고 상속세 12조 원을 5년 분할로 납부하기로 했다. 또한 삼성 일가는 의료분야에 1조 원을 기부하고,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기증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29일 사설 <‘반도체 전쟁’ 지휘할 사령관이 감옥서 상속세 대출 상담 받는 나라>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29일 사설 <‘반도체 전쟁’ 지휘할 사령관이 감옥서 상속세 대출 상담 받는 나라>에서 삼성 일가에 대한 상속세가 과도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건희 회장 유산 상속세는) 가족이 내는 상속세 규모로는 세계 사상 최고액 기록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국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다. OECD 회원국 평균 26%의 2배가 넘고, 상대적으로 상속세가 높다는 미국 40% 독일 30%보다 훨씬 무겁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상속세가 세금으로 귀속되는 것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삼성이 독일·일본 기업이었다면 사업 확장에 재투자됐을 재원이 세금으로 징수돼 투자 효과도 낮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안 되는 선심성 세금 살포에 소모될 판”이라며 “한국 전체 수출의 20%, 법인세 납부액의 18%를 기여하는 기업 대주주가 경영권 방어에 전전긍긍하면서 상속세 납부에 천문학적 빚을 내는 것이 나라 경제와 국민에 무슨 도움이 되나. 그 돈과 시간으로 삼성을 더 키워 고용을 늘리고 법인세를 더 내는 것이 나라에 몇 배, 몇십 배 이익”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한국 경제의 생명줄인 반도체가 격랑에 휘말렸는데, 진두지휘해야 할 반도체 기업의 사령관은 상속 문제 때문에 감옥에 갇혀 상속세 낼 돈 마련을 위해 신용대출 상담을 받아야 하는 신세가 됐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건희 회장 유산에 대한 상속세와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상속세를 직접 비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삼성 상속세는) 2011년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 유족에게 부과된 상속세 28억달러(약 3조원)의 3배를 웃돈다”고 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유산은 70억 달러로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앙일보 29일자 1면

중앙일보는 삼성 일가의 1조 원 기부와 미술품 기증을 “이건희의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중앙일보는 1면 <이건희의 선물, 기부 역사 새로 쓰다> 기사에서 삼성 일가의 기부·기증을 높게 평가하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삼성가 사상 최대 상속세·사회 환원, 신뢰 회복 계기 되길>에서 “이번 삼성 일가의 기증으로 우리 국민은 동서고금의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 일가의 기부·기증을 ‘선물’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기부·기증은 이건희 회장이 2008년 삼성 비자금 사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약속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장은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중에서 누락된 세금 등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매일경제와 이데일리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 매일경제는 사설 <이재용 풀어줘 경제헌신 기회 주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에서 “'뉴 삼성'을 진두지휘할 이 부회장이 자리에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는 와중에 이 부회장의 부재는 삼성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이데일리는 사설 <이재용 사면 '국민 통합, 위기 극복 앞장 '큰 틀에서 보라>에서 “개인적 능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온 삼성 총수 일가의 탄탄한 인맥으로 볼 때 그(이재용)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베테랑 민간 외교관과 소방수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외부의 지배적인 평가”라며 “정치 불신 풍조가 만만치 않은 한국적 현실에서 이 부회장 사면은 정치가 국민 통합 차원에서 기업, 기업인의 허물에 크게 눈 감고 기업인을 위기 극복의 첨병으로 중용했다는 소중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결단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29일 사설 <‘12조 상속세’ 평가할 만하나 ‘편법 승계’ 짐은 남아>

이에 대해 한겨레는 사설 <‘12조 상속세’ 평가할 만하나 ‘편법 승계’ 짐은 남아>에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상속세 납부와 기부를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과 연계시키는 주장을 펴는데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전혀 별개의 사안을 억지로 엮어 사면 여론 조성에 이용하는 건 상속세 납부와 기부의 의미마저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상속세 정상 납부와 거액의 기부가 편법적 사전상속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가 유산 상속과 무관하게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무려 13조 원에 이른다”며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에스디에스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활용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에 뿌리를 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을 부당 합병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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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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