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5·18 민주화운동' 모욕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구·경북 일간지 매일신문에 쇄신을 요구하는 시민사회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대주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로부터의 편집권 독립과 매일신문 내부에 민주적 소통구조를 만들기 위한 주체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뉴스민·대구M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96개 지역단체로 구성된 '5·18 민주화운동 폄훼 매일신문 대구경북대책위'는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토론회를 열고 매일신문 사과문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매일신문은 지난달 18일 <[매일희평]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만평에서 이른바 '보유세 폭탄론'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시민 폭행 장면에 빗댔다. 매일신문대책위는 매일신문 편집국장과 만평을 그린 김경수 화백의 사퇴 등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매일신문 18일 <[매일희평] 집 없이 떠돌거나 아닌 밤중에 두들겨 맞거나>, 2020년 8월 23일 <[매일희평]민주도 완장을 차면…>

매일신문은 사태 초반 입장문을 통해 5·18을 폄훼했다는 비판을 반박하고, 만평 작가를 옹호했다. 매일신문 "매일희평은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을 할 수 있는 최고의 강도로 비판한 것"이라며 "광주시민의 명예를 훼손하려 했다는 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논란이 거세지자 매일신문은 비판을 수용하고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매일신문은 지난해 8월 만평 <민주도 완장을 차면…>에 '친문' 완장을 찬 '코로나 계엄군'이 8·15 집회를 허용한 사법부를 진압봉으로 폭행하는 장면을 담아 같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토론회에서 은재식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대책위 요구를 매일신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연식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매일신문 사과에는 정작 사과가 빠졌다. 대신 변명만 늘어놓았다"며 "조직 내 다양한 목소리가 사장되고,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한 보도를 위해 언론인 출신의 사장을 임명하는 신문사 경영진의 변화와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등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매일신문의 구조적 문제가 5·18 폄훼 만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매일신문의 대주주는 천주교 대구대교구로 매일신문 사장은 관례적으로 신부가 선임되고 있다. 현 사장은 이상택 신부로, 이 사장은 지난해 4월 7일부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4월 28일 전교조 대구지부에서 열린 <천주교대구대교구,매일신문 그리고 대구경북 토론회> (대구MBC 유튜브 화면 갈무리)

대책위 등 시민사회와 학계가 매일신문 편집권 독립을 강조하는 이유는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전력과 관계가 있다. 지난달 23일 한겨레는 관련 기사에서 "이번 논란을 통해 매일신문 소유주인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전력도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며 "1980년 전두환이 만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대구대교구 소속으로 매일신문 사장을 맡았던 고 전달출 신부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사무총장을 지냈던 고 이종흥 신부가 참여한 게 대표적"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들이 국보위에 참여할 당시 천주교 대구대교구를 이끈 고 이문희 대주교는 1971년 선거유세에서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이 개밥 도토리 신세가 된다'며 최초로 지역감정을 '공식적으로' 조장했던 이효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이라며 "이들이 국보위에 참여한 뒤 전두환 정권 언론 통폐합 때 매일신문은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고 짚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매일신문 편집권 훼손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례도 있다. 2016년 천주교 대구대교구 유지재단이 수탁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2년 반 동안 120여명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고, 상습폭행·횡령 등의 의혹이 불겨지자 매일신문은 시립희망원측 일방적 해명 기사를 실어 지역사회 비판을 받았다. 당시 매일신문 기자들은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매일신문의 처지가, '편집권 독립' 헛구호가 돼버린 현실이 괴롭다"고 경영진을 질타했다.

임성무 대책위 공동대표는 "매일신문은 시립희망원 보도 사태에서 보듯, 천주교 대구대교구의 부정적 여론을 막는 등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 박정희·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 세력에 결탁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 활용한다는 의혹도 있다"면서 "지역언론으로서 매일신문의 개혁을 위해 신부를 사장으로 선임하는 관례를 깨고, 신문사 내 언론노조 활성화, 지역 언론시민단체 복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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