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보수언론의 사면론과 관련해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비판해 온 이들이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 중 하나인 사면권을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과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면을 제한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박형준 부산시장은 21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건의했다. 중앙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 27일 칼럼 <사면론, 야당과 보수언론의 자가당착>

이와 관련해 박찬수 한겨레 선임논설위원은 27일 <사면론, 야당과 보수언론의 자가당착> 사설에서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의 사면권만큼이나 비민주적인 제도를 찾기도 힘들다”며 “우스운 건 명목상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나라에선 왕 또는 여왕의 사면권이 거의 행사되지 않고 사문화한 반면, 민주주의 제도로서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과 한국에서만 전근대적 사면권은 가장 빈번하게 행사되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논설위원은 “더 우스운 건 사면을 주장하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자가당착”이라며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제왕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를 공격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의 가장 두드러진 ‘제왕적 권한’인 사면권을 자기 당 출신 전직 대통령을 풀어주는 데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논설위원은 “선거 전엔 ‘제왕적 대통령제와 단호히 결별할 때’라고 밝혔던 ‘중앙일보’는 최근 사설에서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미국에 특사로 보내 백신·반도체 외교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며 “검찰개혁이 법치주의를 훼손한다고 비난하더니, 비리 혐의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과 재벌 총수를 풀어달라고 할 때는 ‘제왕적 권한’을 마음껏 써서 법치주의를 훼손하라고 부추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 논설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은 뇌물·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후보 시절 약속했다”며 “이명박·박근혜·이재용 세 사람은 모두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하는 혐의로 수감돼 있다. 현시점에서 이명박·박근혜·이재용의 사면과 이걸 주장하는 이들의 사적 이익이 무관하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박 위원은 “제왕적 사면권의 무절제한 행사를 버젓이 요구하는 퇴행을 21세기에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보수언론은 사면권을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17년 11월 법무부가 정치집회 관련 특별사면을 검토하자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지만 국회의 동의도 받지 않을뿐더러 국가사법작용에 대한 중대한 예외 조치여서 제한적이어야 한다”며 “사면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최소한 국민 통합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사면이 오히려 정쟁을 부추겨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면 그런 사면은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2019년 2월 청와대가 6개 시위·집회에서 처벌받은 사람에 대해 특별사면을 실시하려 하자 “사면은 기본적으로 사법부의 최종 결정을 뒤집는 반법치적 조치이기 때문에 정말로 최소화돼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하더라도 법치를 도를 넘게 흔드는 경우만은 피해야 한다. 정권에 대한 지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대상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썼다.

현재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 사면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52.2%에 달했다. “사면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견은 40.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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