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통신사가 유선인터넷 상품을 판매하면서 최고속도를 실제 사용하는 속도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통신사는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가 최고속도의 40~60%만 넘어서도 정상속도로 간주하고 있었다.

통신사는 인터넷 속도를 기준으로 상품을 광고·판매하고 있다. 인터넷 상품은 통상 100메가(Mbps)·500메가·1기가(Gbps)·2.5기가 등으로 나뉜다. 통신사는 상품 이름과 안내 그림에 인터넷 속도를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통신사들이 표시한 인터넷 속도는 최대속도로, 실제 이용자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이보다 느리다. KT는 'GiGA Wi 인터넷 최대 2.5G', '인터넷 최대 200M'처럼 상품명에 최대속도를 적시하고 '최대'라고 표기했다.

SK브로드밴드 인터넷 상품 소개 화면

통신사는 실제속도가 최대속도의 40~60%만 나와도 정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 A씨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기준속도는 가입상품의 60%"라며 "500메가 상품은 330메가, 1기가 상품은 600메가가 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고객이 원하는 속도는 80~90%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현장에서 고객과 언쟁이 벌어질 때도 있다”고 밝혔다.

유플러스 설치기사 B씨는 통화에서 “유플러스 기준속도는 40%”라며 “때문에 고객과의 갈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속도 문제는 설치기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축 케이블’로 연결한 인터넷을 ‘기가인터넷’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동축 케이블은 광케이블보다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리며 다운로드 속도와 업로드 속도의 차이가 크다. 헬로비전 설치기사 C씨는 통화에서 “헬로비전이 동축 케이블만 연결되는 곳에 ‘기가인터넷’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며 “헬로비전은 ‘1기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동축 케이블로는 1기가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법규에 따르면 통신사는 유의사항과 이용약관에 관련 안내문만 넣으면 된다. 즉 최대속도로 광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통신사는 요금제 설명 화면에서 최대속도를 일반적인 속도인 것처럼 표시하고, 유의사항에 “설치 환경이나 기기 성능에 따라 최대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통신사는 품질보장제도(SLA)를 마련해 인터넷 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 나오지 않으면 요금을 환불해주고 있지만 환불 기준 속도는 턱없이 낮다. 예를 들어 브로드밴드 '기가 프리미엄 x 2.5' 상품의 최대 속도는 2.5기가지만 최저보장속도는 1기가, '기가 프리미엄' 상품의 최대 속도는 1기가지만 최저보장속도는 500메가다. 유플러스 '스마트 기가안심' 상품 최대 속도는 1기가이지만 최저보장속도는 300메가에 그쳤다.

고가의 요금제일수록 최저보장속도 기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논란이 된 KT의 '10GiGA 인터넷 최대 10G' 상품 최저보장속도는 3기가, '10GiGA 인터넷 최대 5G'의 최저보장속도는 1.5기가에 불과했다. 인터넷 속도가 최대속도의 절반 이하라도 정상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영국은 통신사가 인터넷 최대속도를 평균속도인 것처럼 광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 통신사는 피크시간대 이용자 50% 이상이 체감할 수 있는 평균속도로 광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브로드밴드 측은 통화에서 “다른 통신사도 최대속도로 광고하고 있다”면서 “이용자가 체감하는 속도는 PC 사양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유플러스 측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용자가 오인할 여지는 있는데, 그 정도 속도(광고에 적시된 속도)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을 거란 것은 이용자도 알 것”이라고 했다

헬로비전 측은 통화에서 “동축 케이블로 기가인터넷을 제공하는 비율은 가입자의 10% 정도”라며 “동축 케이블의 업로드 속도가 느린 것은 기술적인 제약사항이라 어쩔 수 없다. 서비스에 대한 컴플레인은 많지 않으며, 동축 케이블 이용자에 대한 별도 요금감면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IT분야 유튜버 잇섭은 자신이 가입한 KT '10기가 인터넷' 실제속도가 100메가(Mbps)에 불과하다고 폭로했다. 잇섭은 KT 고객센터 상담 과정에서 스스로 인터넷 속도를 증빙한 자료를 제출하고, 요금감면 요구를 한 끝에 정상 속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KT는 인터넷을 설치할 당시에만 속도를 측정했고, 잇섭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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