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기아가 LG를 상대로 10회 연장에서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원정에서 2승 1패로 우위를 얻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값진 결과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하고 가치 있게 다가왔던 것은 고졸 루키 이의리의 호투였다.

기아의 문제는 너무 많다. 그렇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신구 조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고, 신인들 중에 특출난 선수도 없었다. 수비가 되면 공격이 안 되고, 공은 빠른데 새가슴이고 등등 좀처럼 완성형 신인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기아에 ‘진짜’가 등장했다.

이의리는 광주가 낳은 최고의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좌완이라는 타고난 강점에 빠른 공, 좋은 제구력, 든든한 담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기아에서도 이제 리그를 대표하는 루키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반갑게 다가온다.

이번 경기에서 이의리는 완벽했다. 마지막 타자에게 가운데로 몰린 공으로 홈런을 내준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하지만 신인으로 그런 호기도 나쁘지 않다. 도망치다 볼넷만 남발하기보다는 홈런을 내줘도 상대와 승부하려는 그 자세가 중요하니 말이다.

특급신인 이의리 역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의 타선은 엉망이다. 올 시즌은 시작부터 좋지 않다. 물론, 4월이 지나고 나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홈런이 없는 상황, 최형우 홀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뿐이다. 다른 타자들은 장타 비율이 급격하게 줄었고, 득점 기회에 점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루에 주자들은 많이 나가는데 이를 불러들이지 못하는 타선은 무기력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신인 이의리가 마운드에 올라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팀 타선은 이를 돕지 못했다. 물론 상대 선발이 기아에게 강했던 에이스 켈리였다는 점에서 점수를 못 낸 것은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켈리에게만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올 시즌 경기를 보면 결정적 순간 홈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타격감을 가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최형우가 그나마 홈런을 치며 분전을 하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그렇지 못하다.

최원준, 김선빈, 이창진 등이 초반 기아 타선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최원준과 이창진 등 향후 기아의 핵심 자원이 될 수도 있는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다는 점이 반갑게 다가올 정도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의 타격감이 언제 돌아올지 답답하기만 하다.

유격수 자원인 박찬호에게 수비 지적을 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좋은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항상 타격 지적을 받았던 박찬호는 올 시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박찬호만이 아니라 이번 경기 선발 유격수로 나선 김규성 역시 세 번의 기회에서 볼넷을 얻은 것이 최선이었다. 유격수 수비는 최상이지만 좀처럼 타선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하다. 전반적으로 다른 타자들이 잘 쳐준다면 유격수 한 자리는 비워도 되겠지만 말이다.

KIA 최형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에서도 최형우의 선제 홈런으로 앞서나갔지만, 이후 추가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 6회 1사 상황에서 터커가 펜스를 맞추는 2루타로 기회를 열고, 최형우가 고의 4구로 나가며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창진마저 볼넷으로 나가 1사 만루라는 절대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만루 상황에서 첫 타자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그 승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김민성의 켈리의 빠른 유인구에 속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말 그대로 최악이다. 나지완이 사구를 맞지 않았다면 6회 만루 찬스에서도 득점하나 내지 못하고 무산되었을 것이다.

7회에도 2명의 선수가 연속 볼넷을 얻어나가며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 타자들이 제대로 타격을 하지 못하며 추가 점수를 내는 데 실패했다. 무사 1, 2루 상황에서 2번부터 4번까지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는 점이 기아 타선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이번 경기는 연장에서 류지혁이 역전타를 치며 3-2로 승리했다. 승리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지만, 쉽게 이길 수도 있는 경기를 연장까지 간 것은 팀의 전력이 약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반부터 연장 승부들이 유독 많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류지혁이 승리를 이끄는 타점을 얻어냈지만,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이의리였다.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하는 직구 승부를 벌인 이의리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한 신인이다. 앞선 경기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을 보인 이의리는 빠르게 프로야구에 적응하고 있다.

3회 이후부터는 변화구까지 적절하게 구사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5회까지 투구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며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더욱 높였다는 점에서도 이의리에 대한 기대치는 더욱 높아진다.

기아는 이의리를 위해 목요일에만 선발로 나서도록 배려하고 있다.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정된 날짜에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기회이고 특권이다. 구단에서도 이의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의리는 이번 경기에서 6과 3/2이닝 동안 89개의 공으로 4 피안타, 1 사사구, 1 피홈런, 5 탈삼진, 1 실점으로 선발로서 임무를 완벽하게 해주었다. 만약, 타선에서 좀 더 지원을 해줬다면 신인은 7회를 스스로 마무리하며 보다 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인이라는 점에서 경험치가 적고, 7회 2사까지 잡은 상황에서 순간적인 방심이 결국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는 경험이다. 이의리가 돋보였던 것은 다른 기아 투수들이 보인 제구력 난조 때문이다. 장현식은 1이닝을 책임지는데 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마무리로 나선 정해영은 2이닝 동안 무려 다섯 개의 사사구를 내줬다.

KIA 타이거즈 이창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럼에도 실점하지 않고 승리투수가 되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정도다. 볼넷이 남발되고 주자가 가득한 상황에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기는 지루할 수밖에 없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기아의 경기는 전반적으로 지루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꼴찌를 하지 않고 중위권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전반적으로 프로야구의 질적 하락이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기아의 불균형은 아쉽게 다가온다. 이는 결국 새로운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창진의 경우 롯데에서 데뷔해 KT로 갔다 2018년 기아로 옮겨왔다. 만년 져니맨이 될 수도 있었던 이창진은 2019 시즌 133경기에 나서 0.363의 좋은 타율까지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후 주전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대타 요원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올해 다시 기회를 잡았다. 대타로 나서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자 선발 기회가 찾아왔고, 이제는 중심타선에 고정되어 있다.

모든 선수들에게 그만큼 기회가 열려 있는 기아다. 이번 경기의 수확은 이의리다. 좌완으로서 두둑한 배짱과 빠른 공과 제구력을 갖춘 신인 투수가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야구팬들로서는 환호할 일이다. 올 시즌은 이의리를 매주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야구 시즌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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