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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언론자유 쉽게 뒤집지 못할 것"[인터뷰]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
서정은 기자 | 승인 2008.03.25 17:19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었는데(웃음). 건강도 좋지 않았고 그동안 살아온 삶의 방식도 바꿔보고 싶었거든요. 다시 돌아오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과정이 어찌됐든 제가 주체적으로 선택한 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할 겁니다."

지난 10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새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김유진씨는 10개월만에 돌아온 '현장'을 파악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고 했다. 1995년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의 전신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공채 1기 간사로 시민언론운동을 시작해 10년 넘게 운동의 현장을 지킨 그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면서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실은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언론계가 우려했던 내용들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대통령의 측근인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되면서 방송의 독립성 침해를 지적하는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게다가 야당인 통합민주당은 언론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투명한 절차로 방통위원을 선임하겠다던 약속을 깨버리면서 시민사회를 기만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 ⓒ서정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중동과 정치권력이 다시 한 편이 됐어요. 4월 총선 이후 정부 여당이 신문법을 비롯한 언론 관련 법안을 손보게 되면 상황은 훨씬 악화될 것이 뻔합니다. 이제는 기존의 언론운동 진영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예요. 언론의 문제를 전체 시민사회, 개혁진보 진영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과 결합해 함께 싸워나가야 합니다."

김 사무처장은 방송 독립성과 공공성을 역행하려는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의 과거 회귀적인 움직임을 우려하면서 지금까지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성장해 온 시민언론운동의 역할을 제대로 지켜내고 확장시켜야 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끝까지 싸우고 견제하고 버틴다면 희망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아무리 이명박 정부라고 해도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 대한 인식을 하루아침에 다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10년 넘게 시민언론운동 단체의 활동가로서 일하면서 그 변화와 성장의 흐름을 함께 해왔는데.

"95년에 민언련에 처음 들어왔을 땐 시민언론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대중적인 힘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변화, 언론운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운동의 로드맵을 갖고 있는 선배들의 노력으로 9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실질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게 됐다. 이제는 지금까지 일정하게 지속돼온 시민언론운동의 사회적 영향력, 제도 변화의 역할을 이명박 정부 아래서 얼마나 잘 지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아닐까 싶다. 과거 선배들이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고 여론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일정하게 성취했는데 우리 세대 활동가들이 이것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부담이 크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회귀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어 시민운동의 역할, 언론운동의 방향을 얼마나 지켜내면서 확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볼 수 있다."

- 민언련의 언론 모니터 활동은 일반 회원들의 참여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우리 단체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것이 모니터 활동인데 회원들의 참여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면서 점점 공적인 가치를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드는데 이를 고민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아온다. 언론의 문제를 통해서 사회를 바라보고 바람직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공간이 되고 있어 단순한 모니터가 아니라 좀 더 확장된 수준의 의미있는 활동이 되고 있다. 민언련의 소중한 자산이다."

- 회원 확대도 그렇고, 대중적인 활동과 시민 참여를 높이기 위한 고민도 클 것 같은데.

"고민은 하지만 솔직히 답을 못찾고 있다. 돈을 내는 회원들을 많이 모으려고 한다면 회원배가 사업을 통해 일정하게 효과를 얻을 순 있다. 하지만 단지 회비를 내는 회원수를 늘이는 것 외에 대중적 영향력을 높이고 각종 활동에 적극 결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시민운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다. 민언련의 사무처 활동가는 9명 뿐인데 우리가 영향력 있는 매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교육사업을 계속 확대하는 것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 결국 열심히 활동을 해서 우리의 뜻에 공감하는 숨어있는 많은 시민들을 끌어내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나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문제다."

- 매체 환경이 급변하면서 시민언론운동도 그에 맞게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지상파방송 중심의 모니터를 해왔다. 그나마 한걸음 나아간 것이 총선이나 대선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포털 모니터를 진행한 정도였다. 사실 지금은 지상파나 케이블이 똑같은 경로로 시청자들에게 노출이 된다. 리모콘으로 채널만 돌리면 지상파와 케이블을 구별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에 대해서만 모니터를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하는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다매체 환경에 대응하는 언론감시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방송통신 융합을 말하면서 우리의 감시활동은 계속 방송에만 국한된 측면이 있다. 통신 영역은 통신요금과 같은 소비자운동이나 인권 보호 측면에서 논의가 됐고 언론운동 영역에서는 통신산업에 대한 공적인 감시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이제는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맞게 통신산업에 대해서도 공적 담론을 만들면서 감시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만 방송통신 융합이 아니라 감시 운동도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확장돼야 한다."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이 됐다. 새 정부와 언론의 관계, 미디어 정책 등이 어떻게 재편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부터 총선 이후 한두달, 즉 집권 100일까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잘못하면 구시대적인 권언관계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프레스 프렌들리'는 권언유착의 영어식 표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근 언론인 성향조사, YTN '돌발영상' 삭제 파문 등 일련의 사건에서 현재 정부 여당이 갖고 있는 마인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언론인과의 관계를 '프렌들리'하게 유지하려고 할텐데 이것은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의 양태다. 방송에 대해서는 최시중씨의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고 KBS 정연주 사장에 대해서도 물러나라는 요구를 계속할텐데 이것은 우리사회가 그동안 확보해온 방송 독립성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다. 정부 여당이 이런 언론관을 바탕으로 신문법을 비롯한 언론관련 법안을 제도적으로 손보게 되면 상황은 훨씬 악화될 것이다."

-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미디어정책의 향방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텐데.

"가장 힘든 부분이다. 사실 법과 제도를 바꾸는 일은 밖에서 100명이 싸우는 것 보다 제도적 영역에서 역량있는 한두명이 잘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를 발휘할 때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이라던가 4월 총선 구도에 따라 의회나 정부 내부에서 법과 제도를 자기들 입맛대로 바꾸려고 할 때 대중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잘 싸워나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 ⓒ서정은  
 
- 최근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방통위원 구성 문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다.

"방통위 구성에서 여야 추천 비율 3대 2는 사실 크게 불리한 구도는 아니다. 그런데 5명 중에 대통령이 2명을 임명하는 것은 기형이다. 도대체 어떤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주고 받기가 된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통합민주당에서 어떤 거래를 한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럼에도 야당 몫으로 2명을 따낸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는데 힘들게 확보했으면 정부의 방송 공공성 훼손이나 독립성 훼손을 확실하게 견제해낼 수 있는 인물을 심사숙고해서 추천했어야 했다. 하지만 과정도 석연치 않았고 결과는 더 이상했다. 이런 구조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주장해왔던 일련의 방송정책들을 제대로 견제하고 막아낼 수 있을지 우려할 수 밖에 없다."

- 통합민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 2명(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경자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

"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 2명이 어떤 성향과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다. 방송 공공성 논의에서 우리와 파트너십을 갖고 함께 해온 분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그분들의 생각을 들어볼 기회가 없었고 이것은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그분들이 어떤 생각으로 활동해 나갈 것인지를 국민들도 사전에 검증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통위원장으로 내정된 최시중씨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명백한 도덕적 결격 사유가 있어서 분명한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이 가능했는데 야당 추천 방통위원의 경우엔 최소한의 판단 근거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야당인 통합민주당이 바보짓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방송 공공성을 확실하게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것이 정상이고, 유능한 사람이냐 아니냐는 또 다른 문제인데 방송 공공성에 대한 인식도 불투명하고 그것을 추진해 나갈만큼 유능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람을 추천한 것은 정당으로서는 바보같은 짓을 한 것이고 시민사회단체 입장에서 보면 한마디로 뒷통수를 맞은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민주당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이나 추천을 반영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정치권과의 관계에서 시민단체 영향력, 제도적으로 미칠 수 있는 힘이라는게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보고 자기 반성을 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방송 공공성을 비롯해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적 가치들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논의를 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본다."

- 총선을 거치면서 미디어운동 진영의 대응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조중동과 정치권력이 다시 한 편이 된 상황이다. 김대중 정부 5년, 참여정부 5년이 완전히 뒤집어진 상황이다. 참여정부 시절에 파병과 FTA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싸우긴 했지만 '조중동'이라는 언론권력과 집권세력이 한편은 아니었고 이것은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조중동이 자기들이 원하는 정권을 만들어냈고 이번 총선에서 드러나는 편파보도 뿐만 아니라 총선과 관련없는 여러 사안을 봐도 정권을 방어 해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모든 사회 주요 의제들에 대해 정권과 한 목소리를 내면서 방어를 해줄텐데 과연 이에 대한 모니터를 어떤 방식으로 해나가면서 싸워야 할지가 중요하다.

이 싸움은 기존의 언론운동 진영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조중동이 언론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외연을 넓힌 큰 틀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10년 동안 이른바 개혁진보진영과 그 가운데 한 분야였던 언론운동 진영의 평가 작업들이 전제돼야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과연 어떤 것을 이뤘고, 무엇 때문에 가능했고, 이루지 못했다면 왜 그랬고, 우리 운동 모습은 어떤가에 대한 전반적인 성찰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그 속에서 다양한 사회적 의제들과 언론운동 진영이 결합해서 함께 싸워야 한다. 언론의 문제를 전체 시민사회, 개혁진보 진영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우리도 주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연대를 해나가야 한다."
 
- 개혁적인 언론운동 진영의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세상 일엔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정치적 행위를 통해 과거로 회귀하려는 집권 세력의 움직임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현장의 언론인, 시민단체, 네티즌, 국민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다. YTN도 어찌됐든 안팎의 거센 항의를 받으면서 '돌발영상'을 복구했고 국민일보의 박미석 논문 표절 의혹도 결국 늦긴 했지만 후속 기사가 나가는 일련의 과정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분명히 존재했다. 87년 이후 우리사회가 쌓아왔던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에 대한 인식을 아무리 이명박 정부라고 해도 하루아침에 다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이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세상이 됐다. 대통령이 제대로 못하면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이를 억압하면 견디지 못한다. 87년 체제를 거치면서 알게 모르게 국민 일반 의식 속에는 권력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러워졌고 현업 언론인들도 자신의 기사나 프로그램의 외압 시도에 그냥 순순히 굴복하지는 않고 있다. 결국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력이 충돌할 때 그 역관계에서 누가 기선을 잡느냐 하는 문제다. 그래서 끝까지 싸우고 견제하고 버틴다면 일정하게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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