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끝내 롯데와 결별 선언을 하고 FA 시장에 나왔습니다. 롯데가 막판 100억이라는 금액을 불렀다고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면 이 역시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시점 부른 언론용일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진정 롯데가 이대호를 원하고 애착을 가졌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을 담보로 이대호의 꿈을 욕보이지 마라

이대호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이 자라고 야구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부산이라는 지역입니다. 프랜차이즈 선수로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그 누구보다 부산에 애착을 보인 이가 이대호라는 점은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산 야구 역사상 최고의 야구 영웅인 최동원에 이어 이대호라는 거물 야구인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팬들에게나 꿈나무들에게 그들은 영원한 희망이자 우상입니다. 이대호가 국내 프로야구 전무후무한 기록까지 세우며 부산 야구의 힘을 보여주었고 이제 보다 큰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포부 자체를 비난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 이대호 ⓒ연합뉴스
지역 야구 발전을 위해 웬만하면 롯데에 남아야 한다는 논리는 무의미합니다. 그는 지금까지 충분히 부산 야구와 롯데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이제 자신의 꿈을 위해 욕심을 부려도 좋을 시기가 왔다는 것만큼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 말입니다. 이대호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금액과 상관없이 롯데를 선택한다고 이대호에게 영광의 순간들을 보장할 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과거의 기록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부산 야구의 상징인 최동원을 선수협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내팽개치고 부산 야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그에게 코치 자리 하나 내주지 않았던 곳이 롯데입니다. 그의 사망 후 결번식을 가지는 등의 행사를 하기는 했지만 그건 그저 당연한 수순이었을 뿐입니다. 만약 그런 행사마저 하지 않았다면 팬들을 상대하는 프로구단으로서 존립 자체마저 의심받았을 테니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대호가 계속 한국 야구에 머물러 보다 많은 기록들을 쌓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그가 현재까지 보여준 근성과 실력만 몇 년간 꾸준히 보여준다면, 그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의 반열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기록의 경기인 야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대호 역시 그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습니다.

이승엽의 사례만 보더라도 그가 일본을 택하지 않았다면 프로야구의 기록은 지금과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승엽의 일본행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은 그의 꿈을 위해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삼성은 이승엽을 붙잡기 위해 100억의 돈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그는 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선택했습니다. 이대호 역시 돈보다는 자신의 꿈을 위해 보다 넓은 시장을 선택했다고 봐야 합니다.

롯데에 남으면 성공과 인기가 보장된 슈퍼스타가 굳이 모험을 하면서까지 일본 시장에 나가려는 이유는 단순히 금전적인 면만 바라봤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비록 금액에서 두 배의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칫 자신의 캐리어를 망가트릴 수도 있는 일이기에 신중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부담감을 감안하고도 일본행을 선택하려는 그를, 부산을 버리고 돈만 쫓아가는 존재라고 비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재벌의 편에 서서 롯데의 배팅 액을 근거로 이대호를 비난하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을 보면 씁쓸하기만 합니다. 롯데의 논리대로라면 그들이 야구단을 운영할 이유가 없습니다. 마치 자신들이 부산 시민들과 대한민국 야구팬들을 위해 희생이라도 하는 듯 선심 쓰듯 이야기하지만, 이미 금전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홍보 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야구를 통해 기업들이 얻는 유무형의 가치들을 무시한 채 단순히 수치만을 가지고 자신들이 큰 희생이라도 하는 듯 이야기하는 것은 모든 야구팬들을 농락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철저하게 이익이 최우선인 그들이 야구단을 이끄는 것은 그 어떤 홍보효과보다 커다란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대호가 4년 동안 옵션 포함해 100억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한정된 기간 선수생활을 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 선수가 이 정도의 금액을 받는 것은 무리한 수준은 아닙니다. 7년 전 60억의 가치를 봤을 때 이 금액은 절대 높은 게 아니니 말입니다.

이대호가 일본이 아닌,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면 그는 엄청난 금액을 벌고 인기와 지역민들의 우상으로 모든 것들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만약 그가 힘든 시즌을 보낸다하더라도 그는 의리를 지켰다는 이유만으로도 비난보다는 응원하는 이들이 더욱 많을 것입니다. 물론 구단에서는 연봉 삭감에 대한 의지만 불태우겠지만 말이지요. 달면 삼키고 쓰면 가차 없이 뱉어버리는 구단의 속성을 봤을 때,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대호에게 이제는 힘찬 박수와 응원을 보내줄 때입니다.

그 누구보다 지역정서와 지역야구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많은 그가 편안한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모험을 선택했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라고 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만약 비슷한 금액으로 롯데가 아닌 다른 구단을 선택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금액이 아닌 일본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포기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대단한 용기입니다.

그는 비난 받을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몸 사리지 않는 진정한 선수일 뿐입니다. 안주보다는 좀 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고자 하는 그를 이제는 박수로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재벌들의 논리에 편승해 이대호가 가질 수 있는 권리마저 비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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