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중앙일보 칼럼에서 이준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과 군가산점 등을 언급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 '반여성주의'에 편승해 그릇된 처방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중앙일보에 반론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21일 중앙일보에 실린 칼럼 <남한 청년과 북한 노인>(인터넷 제목 : "태영호만 제정신이다…'이대녀'를 보는 여야의 착각")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이대남'의 야당 몰표를 '반여성주의' 캠페인이 먹힌 결과로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성평등이라고 이름 붙인 왜곡된 남녀갈라치기 중단하지 않으면 민주당에 20대 남성표가 갈 일은 없다"고 적었다.

중앙일보 4월 21일 <[진중권의 퍼스펙티브] 남한 청년과 북한 노인>

진 전 교수는 "이는 순전히 그의 개인 이데올로기로, 객관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79%가 민주당이 싫어 야당에 표를 줬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했다. 15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이유에 대해 '민주당이 잘못해서'라는 응답이 61%, '전임 시장에 대한 심판' 응답이 18%로 나타났다. 반면 '국민의힘의 정책과 공약이 좋아서'는 3%, '국민의힘 후보가 좋아서' 3%, '국민의힘이 정당 활동을 잘해서'는 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승리했다'는 응답이 7%에 그친 것이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진 전 교수는 "이준석의 반여성주의 캠페인이 이중 어느 항목에 속할지 모르겠으나, 그 영향은 무시해도 좋을 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사실 젠더 이슈에 반응한 것은 이대남이 아니라 이대녀(20대 여성)들. 그들 중 15%가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선택하지 않았다"며 "이대녀에게서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적은 표를 얻었다. 요인은 '젠더' 밖에 없다. 즉, 이대녀들이 민주당에 실망을 했다면 국민의힘에는 아예 기대 자체를 안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해 "기계적 공정을 위해 구조적 불평등을 보정하는 장치들을 없애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 할당은 어떤가? 그저 젊다는 이유만으로 공천을 주는 것은 공정인가 불공정인가"라며 "기존 정당에서 '박근혜 키즈'가 아닌 평범한 청년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천받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썼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에 인사이트의 기사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 35%는 '여학생'한테 주라고 권고한 한국장학재단>을 공유하며 "이공계 여성학생의 비율이 20%인데 국가장학금의 35%는 여성에게 주라고 칸막이를 세워버리면 이게 공정이냐 불공정이냐"고 했다.

하지만 국민일보는 ▲2018년 기준 이공계 재학 여학생 비율이 30.2%라는 점 ▲'이공계 여학생 비율 20%' 주장은 '자연계' 여학생(51%)을 제외한 '공학 계열'만을 대상으로 한 수치라는 점 ▲한국장학재단 권고엔 강제력이 없어 많은 대학이 장학생을 성적순으로 선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 전 최고위원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했다.

진 전 교수는 "지역·성별·인종에 따른 차별을 보정하는 제도로 불이익을 보는 ‘개인’은 당연히 그것을 부당하다고 여길 것이며, 그 감정은 정당하다. 그럼에도 그 제도가 필요한 것은 그로 인한 ‘사회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갈등은 불가피하며, 그것을 조정하는 활동을 우리는 '정치'라 부른다"고 했다. 이어 "혐오는 좌절의 산물"이라며 "정치인이라면 반여성주의로 표출되는 그들의 분노를 합리적으로 가다듬어 올바른 정치적 요구로 정식화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 전 교수는 "이대남은 여당의 페미니즘 정책(그런 게 있었나?)에 반발해 야당을 찍은 것이 아니다. 그저 청년실업률 10%의 현실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 평등을 외치며 공정마저 무너뜨린 여당의 위선을 심판하기 위해 제1야당에 표를 준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인터넷상의 반여성주의에 대해 "여론이 아니다. 그것들은 애초에 공론장에 들여올 만한 게 못 된다"면서 "얼마 전 어느 편의점 주인이 알바 채용 공고에 페미니스트 사절이라 적었다. 영웅으로 칭송받기는커녕 그는 빗발치는 비난에 사과를 해야 했다. 이게 여론이요, 이게 공론"이라고 했다.

이날 이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앙일보에 반론권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여성주의 운동에 올인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제 주장을 반박하면서 오히려 제 주장을 뒷받침 하는 '79%가 민주당이 싫어서 야당에 표를 줬다'라는 근거를 가지고 저에게 역으로 지적을 한다"며 "서두부터 모순"이라고 적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노골적인 성별 갈라치기 행보를 했고, 그래서 민주당이 싫어졌다는 20대의 이야기가 그렇게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저런 글을 쓰셨나"라며 "동일한 분량으로 중앙일보에 진중권 교수 글에 대해 반론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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