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0일 양찬승 포항 MBC 사장이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의 책임을 묻는 포항 MBC 이사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포항여성회 등 여성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양찬승 사장 처벌’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양찬승 포항 MBC 사장은 19일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14일 포항 MBC 방송기자협회에 따르면 3월 초 국장급 A 기자는 업무 시간 도중 이동하는 차 안에서 입사 1년 차 여기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 A 기자는 앞서 같은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MBC 로고

포항 MBC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는 사건 조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위계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결론 내렸다. A 기자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충심의위원회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향후 업무가 중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인사조치와 징계를 권고한다”며 가해자의 기자직 배제와 타 부서 인사발령을 권고했다.

하지만 고충심의위원회의 권고는 즉각 이행되지 않았으며 양찬승 사장이 피해자와의 개별 면담 자리에서 2차 가해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 사장이 피해자에게 ‘이번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식으로 말하며 피해자에게 회사 처분을 따르도록 종용했다는 것이다.

포항MBC 기자협회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엄중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사장이 직접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매도하며 회사의 미흡한 대처를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기자연합회 또한 “이같은 언행이 사실이라면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며 포항MBC가 피해자 요구에 따라 즉시 가해자를 타부서로 인사 조치할 것과 양찬승 사장 역시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고 응분의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양찬승 사장은 19일 ‘공개사과문’을 통해 “전 직원 면담 과정에서 피해자를 만날 기회가 생겨 관련 지침에 따른 여러 절차들이 진행되고 있고 가해자가 다시는 이런 일을 벌이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회사의 조치를 설명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저의 발언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추후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저의 발언으로 피해자에게 심리적 압박이나 좌절감을 느끼게 한 것은 모두 저의 잘못”이라며 “작은 발언이라도 피해자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피해자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이 부분은 크게 뉘우치고 반성한다”고 했다.

양 사장은 “뒤늦게나마 잘못된 점을 바로잡으려 여러 조처를 진행 중에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처 ▲사장 포함 전 직원 대상 성폭력 예방 교육 실시 ▲가해자에게 성인지감수성 향상 교육 실시 등을 약속했다.

양찬승 사장은 1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2차 가해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피해자와의 면담에서 의도를 잘못 전달했다”며 “회사 경영의 효율성에 따라 경영자로서 결정했던 부분이 피해자에게 상처가 된 것 같아 제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해자 인사발령 및 피해자에 대한 사과 조치는 현재 해결 과정에 있다”며 “지난주 가해자에 대한 인사발령을 내며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개사과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성단체측에 문의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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