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로 지목된 박수종 변호사가 뉴스타파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 패소했다. 박 변호사는 뉴스타파 기사에서 자신의 실명이 언급돼 명예가 훼손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실명을 보도함으로 얻는 공공의 이익이 더 우월하다”고 판결했다.

뉴스타파는 2019년 '죄수와 검사' 기획보도에서 제보자의 진술 등을 근거로 박 변호사가 스포츠서울 주가조작 사건, 사기대출 사건 등에 관련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박 변호사를 ‘박재벌’로 칭하고 그의 실명을 공개했다.

박 변호사는 그해 10월 “뉴스타파 기사는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실명이 그대로 보도돼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면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심인보·김새봄 기자를 상대로 3억 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뉴스타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서울중앙지법 14민사부는 14일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고 박 변호사가 소송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실명 보도로 박 변호사의 명예가 훼손되고 사생활이 침해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이 유지됨으로써 얻는 이익이 실명 보도로 얻는 공공의 이익보다 더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변호사를 특정하지 않고서는 범죄행위의 구성과 연계성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박 변호사가 (스스로) 의혹이 제기될 만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뉴스타파는 박 변호사의 통신·형사처벌·계좌 내역, 대검찰청 감찰기록 등 객관적 자료와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충분한 취재 활동을 했다”며 “또한 박 변호사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뉴스타파가 사건을 진실로 믿는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1심 판결과 관련해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19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보도 과정에서 고민이 있었지만, 박 변호사의 범죄 개연성이 높아 보여 실명을 쓴 것”이라며 “특히 박 변호사가 3억 원을 배상하라고 했기 때문에 압박이 있었다. 언론사가 비공직자 실명보도 관련 소송에서 쉽게 이긴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기자는 “판결문을 보면 뉴스타파가 지기 어려운 소송이었다”고 말했다.

심 기자는 “한국 언론은 검사, 변호사의 실명을 어지간해서 쓰지 않는다”며 “언론은 실명 대신 ‘법조계에 따르면’이라는 알 수 없는 표현을 사용한다. 반면 피의자의 이름은 경쟁적으로 쓰는데 이런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기자는 “뉴스타파는 관련 사건에서 책임이 있는 검사와 변호사의 실명을 다 쓴다”며 “모두 권한을 가지고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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