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 1년이 지나도록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언론·검찰·사법의 정치화'가 꼽힌다. 이로 인해 사실관계는 묻히고 의견의 대결구도만 분분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서울 종로구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열린 '채널A 검언유착 사건 1년을 돌아보다' 토론회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문제는 누구를 벌주고 싸우고, 이기고 지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의견과 의지가 제대로 경쟁해서 열매를 맺으려면 사실이 정확해야 한다. 사실이 부정확한데 의견이 제대로일 리가 없다"고 밝혔다.

12일 서울 종로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열린 '채널A 검언유착 사건 1년을 돌아보다' 토론회 (민언련 유튜브 중계 방송화면 갈무리)

김 의원은 "의견에 대한 싸움은 타협이 가능하지만 사실에 대한 싸움은 타협이 안 된다"며 "언론과 검찰과 사법이 '사실을 이렇게 얘기한다'하면 인정해주자는 게 사회적 합의인데, 이들이 사실을 다투는 일을 못하면 대한민국은 진영을 나누고 싸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이 건은 한 기자의 과욕 때문에 빚어진 일탈인지, 국가기관의 폭력성과 언론이 결합돼 만들어진 사건인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며 "한동훈 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유죄로 예단하고 공격할 필요 없다. 단, 국가공권력에 의해 행해진 일인지 아닌지는 반드시 사실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찰과 언론이 밉거나 한 게 아니라, 국가공권력이 폭력을 휘둘렀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가려 '사실이 아니다' 또는 '재발방지 하겠다'라고 할 수 있도록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의원은 채널A 자체 진상보고서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재판 등을 비추어볼 때 검찰과의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검언유착 의혹의 시발점은 이 전 기자의 입과 그의 증거인멸이다. 채널A 진상조사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취재원에게 가족에 대한 수사 등을 언급했다. 또 검찰 고위관계자와의 친분을 내세워 녹음파일을 들려줄 수 있다고 겁박했으며 진상조사 전 본인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초기화했다.

윗선개입 여부는 이 전 기자의 보고를 받은 법조팀장, 사회부장 등 책임자들의 관련 기록이 모두 삭제되면서 입증이 어려워졌다. 이 전 기자는 MBC 취재가 시작되자 '반박 아이디어' 문건을 작성하고 한 검사 녹음 일부를 목소리가 비슷한 후배기자가 녹음하게 하고 제보자를 만나 다시 들려주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와의 통화에서 '수사팀에 말해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 등의 말을 들었다고 후배인 백 모 기자에게 전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전 기자는 현재 해당 통화내용을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기 위해 그렇게 표현한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민언련 유튜브 중계 방송화면 갈무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8월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며 공소장에서 한 검사와 이 전 기자가 통화, 보이스톡,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 총 327회에 걸쳐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협박성 취재를 하던 시점 전후로 이 같은 연락이 오갔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두 사람 간 대화내용을 확보하지 못했다. 카카오는 2014년부터 자체 서버에 있는 모든 메시지를 1~2일치만 남기고 자동삭제 해왔다. 또 한 검사는 검찰의 휴대전화 포렌식에 협조하지 않았다. 한 검사의 휴대전화 기종은 지난해 6월 압수 당시 최신 기종이었던 '아이폰11'로 알려져 있다.

올해 들어 검찰은 '아이폰11'에 대한 해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이 최신 휴대전화 잠금 해제 방법을 확보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았다"며 "포렌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체적 진실이 과연 맞느냐는 강력한 문제제기가 있고, 이 부분에 대한 절차적 정의와 함께 실체적 정의를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언론은 해당 의혹을 일찍이 '권언유착' 의혹으로 사실상 확정지었다. MBC가 정권과 유착해 '기획보도'를 내놨다는 것이다. ▲열린민주당이 MBC 보도 전 내용을 알았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권경애 변호사에게 MBC 보도내용을 미리 말했다 ▲'제보자X'가 MBC 관계자와 취재 전 연락 주고받았다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제보자X'는 MBC 보도 전 관련 자료를 열린민주당측에 전달했다. 또 한 위원장이 보도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보도는 위원장이 휴대전화 통신기록이 공개되면서 오보로 판명났다. MBC 관계자와 '제보자X'와의 보도 전 통화기록이 확인돼 '사전기획설'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헤럴드경제 보도는 언론중재위 조정이 결렬되면서 헤럴드경제와 MBC 간 소송전으로 이어졌다. MBC는 PD수첩 제작진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 발생 이전에 다른 프로그램 취재 건으로 '제보자X'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헤럴드경제는 권언유착 의심은 자사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언론과 정치권, 한 검사 등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보도가 검찰 수사팀의 통화기록 은폐 의혹을 다루고 있는 만큼 정정보도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TV)

정철운 미디어오늘 기자는 '권언유착' 주장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제보자X'가 재판에 출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기자는 '특종 욕심이 지나친 기자가 신라젠 대주주였다가 금융 사기로 수감된 사람에게 여권 로비를 털어놓으라면서 한 검사와 잘 통하는 것처럼 처신한 것'이라고 규정한 조선일보 사설을 언급하며 "'제보자X'는 끝까지 재판정에 나오지 않았는데, 이런 모습이 '권언유착'이라는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기자는 "현재까지 채널A 윗선이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5차 공판에서 이 전 기자는 양주에 갈 때 법조팀장 지시아래 갔다고 했고, 백 기자는 '제보자X' 만나고 법조팀장에게 보고했다고 한다"며 "MBC 첫 보도 전까지 법조팀장과 사회팀장은 카톡대화를 지웠다. 윗선개입 건은 '확인불가'로 보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언련은 이르면 내일(13일) 검찰의 채널A 법조팀장·사회부장 무혐의(증거불충분) 처분에 대해 항고 이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언련 측 고발 대리인 이대호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수사팀은 법조팀장, 사회부장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이 전 기자와 백 기자의 말을 과도하게 신뢰하고 있다"며 "진상보고서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만으로도 가담행위를 포착할 수 있다"고 항고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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