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역 민영방송사가 대주주 관련 방송보도 횟수를 축소해 보고하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일 뉴스타파는 7개 지역 민방이 방통위에 제출한 ‘대주주 보도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역 민방은 지난해부터 1년에 두 번, 자사 뉴스와 프로그램에 최대 주주 관련 내용이 몇 회 방송됐는지 집계해 방통위에 보고해야 한다. 재허가 조건이다. 뉴스타파 연수생 취재팀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CJB, G1, JIBS, JTV, KBC, TBC, UBC의 ‘대주주 보도 보고서’를 입수했다.

(자료제공=뉴스타파)

지난해 7개 지역 민방이 방통위에 제출한 최대주주 관련 보도 건수는 25건이다. CJB 8건, KBC 7건, G1 6건, UBC 3건, JTV 1건으로 JIBS와 TBC는 대주주 관련 보도를 한 건도 하지 않았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결과 누락된 수치가 드러났다. 최대주주가 언급되거나 등장한 보도를 누락하거나 같은 내용의 보도를 여러번 송출하고도 1건으로 처리한 경우가 있었다. 뉴스타파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결과는 총 60건으로 G1 19건(단순 누락 7건+반복송출 12건), CJB 9건(단순 누락 5건+반복송출 4건), JTV 6건(단순 누락 4건+반복송출 2건), KBC 단순 누락 1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러한 이유는 검색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CJB 측은 뉴스타파에 “대주주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 검색 시스템에서 ‘두진건설’, ‘청주상공회의소’로 검색해 집계한 실적”이라고 했지만 CJB 사주인 이두영 회장은 충북상공회의소 협회의장, 충북경제단체협회장 등 다양한 직함으로 보도됐다. 강원 G1도 비슷했다. 조창진 G1대표이사는 G1 대주주인 SG건설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G1은 자사 뉴스에서 조 회장이 강원경찰장학회 이사장, 원주상공회의소장 등으로 보도되는 경우를 집계에서 제외했다.

CJB가 방통위 보고에 누락한 최대주주 관련 보도들. (사진=CJB,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방통위의 관리 책임을 제기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민영방송의 재허가 조건 이행 여부를 감독하지 않냐는 질문에 “방통위가 방송사의 보도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뉴스타파는 "취재팀이 방통위에 '최대주주 보도 보고서' 정보공개를 청구한 직후 G1과 CJB의 보고 내역이 수정 보고됐다"며 “방통위는 각 민방이 제대로 된 자료를 제출했는지, 보도 건수를 축소·누락한 것은 아닌지 점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 정보공개 요청 전까지 2020년 상반기 G1과 CJB의 대주주 보도는 0건으로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최대주주 관련 보도·방송프로그램 판단을 위한 별도 기준이나 세부 지침이 없다”며 “각 민방이 다양한 직함별로 사주의 동정을 취사 선택하는 방식으로 보고 건수를 축소해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민방을 지배하는 대주주 관련 보도 보고서를 방통위에 쌓아둘 게 아니라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공시해야 한다”며 ‘최근 5년간 지역 민방 대주주 관련 보도 목록’을 뉴스타파 데이터 포털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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