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여간 이명박 정부 내각구성과 함께 인사청문회가 봇물 터지듯 연달아 진행됐다. 청문회 자체가 무산되기도 하고, 또는 비리 의혹 등 자질 논란이 거센 끝에 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대다수 언론들은 27일 이전에 대통령이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현행 국회 인사청문법에 따라 두 후보자의 임명요청안이 제출된 지난 3일과 4일로부터 20일이 경과된 24일~27일 사이에 임명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연합뉴스는 24일자 <李대통령, 최시중.김성호 주초 임명 보도>에서 “현행 국회법은 인사청문 요청안을 접수한 뒤 20일이 지나면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장관 내정자를 자동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성호 후보자는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김용철 변호사(전 삼1성그룹 법무팀장)가 지목한 인물이다. 사제단 발표 등으로 금품 수수 의혹에 지난 18일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도 못했다. 임명도 안 받은 김 후보자는 지난 19일 단행된 주요 부서장과 시·도 지부장 등 국정원 1급 인사에 관여했다는 논란이 일어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 지난 3월 17일 열린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KBS 화면캡쳐
최시중 후보자는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탈세 및 병역비리 의혹 등에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던 중 소위 ‘귀신이 땅을 샀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야당이 방통위원장으로 ‘부적격하다’는 의견을 고수하여 결국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최시중 임명 철회’ 요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의거해서 청문회가 무산되더라도 대통령은 임명을 한다. 정확히 말자면 인사청문회법 제6조 3항과 4항에는 대통령은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하여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에 10일 이내로 기일을 정하여 재요청할 수 있고, 이 기간내에도 송부하지 않은 경우는 임명할 수 있다. 국회 의안과 관계자는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우도 재요청이 접수된 이후에 임명된 것’이라고 밝혔다.

항간에는 ‘하나마나한 인사청문회’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헌법학 교수는 “대통령제에서는 어쩔수 없는 한계”라고 답한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무위원 임명권을 가지므로 3권분립의 원칙을 위배하지 않을 정도로만 국회가 간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실효성을 볼 때 현행 국회의 인사청문회법만을 특별히 강화하는 방식의 개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최대한 철저히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면서 “이번 김성호 국정원장 내정자의 경우도 국회가 삼성금품 수수 의혹이 커진 것을 명백히 밝혀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 의혹을 핑계로 유야무야 무산시킨 것은 ‘직무 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늘(24일) 삼성특검팀은 김성호 국정원장 후보자와 임채진 검찰총장 등에 대해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삼성특검 측은 '처벌은 안하지만 국민들의 의혹이 제시된 만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참여연대는 ‘삼성 주장 되풀이하는 앵무새 특검의 면죄부 수사’라며 비판성명을 냈다. 결국 국회에서도 특검에서도 김성호 후보자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은 풀리지 않은 채 ‘판도라의 상자’로 둔갑한 것이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대부분의 인사청문회가 집권초기에 이루어지다보니 집권세력의 안정에 혈안에 되어 인사청문회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김영삼 정권때 박기태 법무부 장관직 임명 당시 입시부정 비리등으로 일주일만에 탈락했다”면서 “그 때 김영삼 대통령은 국민이 무서운 줄 알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과연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로 만들 수는 없을까? 윤현식 진보신당 정책팀장은 “국회의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유권자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들의 관심과 여론이 의사표시가 되고, 그것이 곧장 국회의원들에게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윤 팀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인 국무위원 후보자의 정보공개 수준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을 감시하기 위하여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거나 혹은 인사청문회장에 국민방청객과 패널을 참석시켜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국민패널제가 도입되면 인사청문회장에서 카메라만 의식하는 부실 국회의원들이 상당히 긴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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