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 <저널리즘 토크쇼J> 시즌 2가 막을 내린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공영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2일 언론학자, 시민단체, 시청자가 미디어공공성포럼이 주최한 ‘미디어(저널리즘)비평의 성취와 한계, 방향’ 토론회에서 머리를 맞댔다. KBS는 후속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4월 중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이기형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지난 2월 26명의 언론전문가를 상대로 조사한 ‘<저널리즘 토크쇼J>의 특성과 성취 그리고 한계’ 연구보고 결과를 소개했다. 언론전문가들은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저리톡)에 대해 ‘기계적 중립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게 언론 안팎의 주요 쟁점을 다룬’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보냈지만 한정된 주제, 편향성 시비 등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관련기사 : 26명 언론전문가가 말하는 ’저널리즘토크쇼J')

KBS1TV <저널리즘 토크쇼J> (사진=KBS)

이기형 교수는 “공영방송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정파성·편향성의 굴레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제작진이 대면해야 하는 상수”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정치적 편향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매체가 몇 개나 있겠냐”며 “비평행위는 진공상태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기에 무엇을 하든지 논쟁과 쟁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제작진을 향해 “지금까지 추진해온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논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고 수용자 집단에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게 최대한 구체적이고 짜임새 높은 콘텐츠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호섭 다음(DAUM) ‘저리톡’ 카페지기는 “카페라는 공간이 있어 미디어비평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제작진과 거리감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밝혔다. 저리톡 시즌2는 종영했지만, 카페는 여전히 활성화되고 있다. 김 씨는 “저리톡을 통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카페를 계속 운영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들을 단순히 ‘팬덤’이란 두 글자에 욱여넣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하며 우리는 이 글자로 분류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조중동 비판’에서 벗어나야

전문가들은 저리톡이 어느순간부터 보수언론에 갇혀버렸다고 지적했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은 “한 주에 가장 뜨거운 주제 위주로 다루다 보면 프레임을 주도한 보수언론 시각에 갇히게 된다”며 “어느 순간부터 저리톡이 보수언론의 지적에 반박하고 잘못된 보도를 지적하는 데 치우쳤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시청자들의 시대정신은 환경, 노동, 인권에 가있으니 이런 주제들을 더 많이 분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동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모니터팀장은 “조중동 문제가 심각하니 조중동을 다뤄야 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조중동처럼 보도하지 않으면 괜찮나. 아니다. 진보 매체가 가진 문제점도 분명 있기에 가치를 떠나 레거시 미디어의 신뢰도 하락 등 언론을 정상화하는 방안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언론에는 출입처 제도, 관계자발 보도 등 해결해야 점들이 많다”며 “저리톡이 정파성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KBS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정하고 가야 한다. 현상을 쫓아가는 비평으로는 정파성 시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관점 있는 비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오른쪽 진영에서 제기하는 편향성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며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재인 정권 이후 조중동이라는 ‘전통적 성역’과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성역’이 생겼다고 보는데 저리톡은 새로운 성역에 대한 문제제기나 비판적 접근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나서는 미디어비평

저리톡 시즌2는 언론학자들과 취재 기자가 함께 출연했다. 기자는 취재를 담당했고 학자들은 비평을 맡았다. 박영흠 교수는 기자가 직접 비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학자나 비평가들의 입을 빌려서 하는 매체비평이 진정한 상호비평일까”라며 “KBS 보도국 기자들이 자신의 위치와 주위 시선, 경력 때문에 매체비평 역할을 피하지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기자들이 적극적인 상호비평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평과 해석보다는 기자들이 직접 취재해서 발굴해낸 정보를 기반으로 비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학과 강사는 “저리톡에서 학자는 시청자와 기자 사이에 언어를 번역해주는 역할”이라며 “기자들은 취재 방식, 제도 등 기자들만의 언어와 과정이 있는 반면 대중은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이를 알기 어렵다. 연구자들은 성난 대중의 분노를 대신 옮겨주는 역할이 아닌 미디어가 어떤 방식으로 기사를 내보내는지 해설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보도비평 프로그램이 KBS 보도국에서 벗어나야 된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편성은 KBS가 하고 독립재원을 가진 공유제작사에서 제작하는 시민들과 대화하는 포맷을 제안했다.

언론혐오 피하려면은

임동준 민언련 정책팀장은 모든 언론을 힐난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시민들이 이전에는 조중동을 묶어 비판했다면 지금은 모든 언론사 기자들을 ‘기레기’로 칭하며 깎아 내린다”며 “좋은 보도를 쓰는 기자들 조명해줘야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흠 교수는 “저리톡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언론혐오를 자극하는 데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우려가 든다”며 “언론혐오는 언론개혁에 있어 상당히 큰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저리톡이 기자 개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지적한 적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방식”이라며 “후속 프로그램에서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방식보다는 해법을 구체적으로 논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긍정적인 기사를 어떻게든 일정하게 소개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후속 프로그램에서는 바람직한 저널리즘 관행이나 현상이 무엇인지 내부적으로 정하고 이를 제시하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0년 12월 13일 KBS <저널리즘토크쇼J> 시즌2 마지막 방송 장면 (사진=KBS)

이기형 교수는 시즌2 종영 당시 논란이 됐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KBS가 이번 계기를 통해 학습효과를 제대로 세겼으면 좋겠다”며 “비평하는 주체들이 자신들이 해야 할 고용 안전성, 신실한 대화 등이 내부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동준 팀장은 “시즌2 종영 과정에 비정규직 문제가 발생한 건 저리톡이 현상을 쫓아갔기 때문”이라며 “고 이재학PD를 다루며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가치를 추구했더라면 KBS 내부 비정규직 문제도 들여다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평프로그램이 현상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쫓아간다면 정파성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S 시사제작1팀은 2일 미디어스에 “후속 프로그램은 4월 중 방송 예정으로 준비중”이라며 “조만간 예고편을 통해 방송에 대해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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