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인들의 단순 발언 인용 보도는 늘어난 반면, 정책검증 보도는 전체 기사의 10%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31일 ‘2021서울·부산보궐선거미디어감시연대’는 2월 22일부터 3월 14일까지 5개 중앙일간지, 2개 경제일간지, 지상파 3사, 종합편성채널 4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제공=민주언론시민연합)

각 당내 경선이 진행된 2월 4주 차와 3월 1주 차(2월 22일~3월 5일) 선거 관련 보도는 305건, 3월 2주 차(3월 8일~14일)는 239건이었다. 미디어감시연대는 "같은 시기 LH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 부동산 정책 관련 이슈들이 보궐선거보다 주목받은 탓"이라면서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언론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보도형식은 78~84%가 후보자 관련 행보, 논란 등을 그대로 전달한 보도였다. 후보자들의 허황된 발언이나 공약을 검증하는 팩트체크 보도는 10건에 그쳤다.

언론의 정책과 공약 보도는 줄었다. 2월 4주 차~3월 1주 차에 36%였던 정책·공약 관련 보도량은 3월 2주 차에 17%로 급감한 뒤 회복되지 않았다. 감시연대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언론을 통해 정책과 공약을 접할 확률이 30%도 되지 않는 셈”이라며 “인물 중심 선거가 반복되는 원인에 언론 보도가 있다는 비판이 가능케 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정책 검증 보도는 이보다 적었다. 정책 관련 보도 중 검증 보도 비중은 22%로 대부분 보도가 정책을 단순전달하는 데 그쳤다. 검증 보도 비중은 3월 2주 차엔 18%로 감소, 3주 차엔 11%까지 떨어졌다. 반면 정책을 단순 언급한 보도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2월 4주 차에 42%, 3월 2주 차 53%, 3주 차 71%로 증가했다.

미디어감시연대는 “분석 결과만 놓고 보면 유권자는 언론을 통해 후보자의 공약을 접하는 것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현실성이 있는 공약인지 등 검증결과를 언론으로부터 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상황은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지 못하는 것을 넘어 언론 신뢰 회복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료제공=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의 관심이 높았던 이슈는 '거대 양당의 후보자 선출'로 분석 기간 단일화 관련 보도는 정책을 언급한 보도의 2배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단일화 관련 보도에서 안철수-오세훈 후보의 단일화 관련 보도는 3월 1주 차 51%, 2주 차 71%, 3주 차 86%였다.

2월 4주 차와 3월 1주 차 언론 인터뷰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경선 후보 중심으로 이뤄진 반면 3월 2주 차에는 소수정당 및 무소속 후보의 예비등록이 진행됐으나 한 차례의 인터뷰도 없었다.

거대 정당 중심의 공방을 부각하는 보도는 여전했다. 3월 3주 차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의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을 언급한 지역 언론 기사는 32건으로 이중 26건이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의혹을 제기하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대응하는 공방 보도였다. 의혹 검증·해소를 표방한 기사는 2건으로 부산일보의 ‘선거 기획기사’가 유일했다.

지역 언론은 시민사회 목소리를 외면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와 부산환경운동연합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다음날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 국민소송단 등 시민·환경단체도 박 후보를 고발,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도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으나 대부분 지면과 뉴스에 반영되지 않았다.

포털사이트 ‘많이 본 뉴스’는 여론조사 결과보도와 후보자간 이합집산을 다룬 기사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3월 2주 차 ‘여론조사’와 ‘후보자간이합집산’을 다룬 단어는 정책기사 중 3분의 1 수준이었다. 3주에는 80건 기사 중 절반가량인 37건 기사가 ‘이합집산’을 주제로 삼았다.

오세훈-안철후 수보의 단일화 협상이 최종 타결된 3월 4주 차는 후보 및 정치권 인사의 SNS 글 내용을 인용한 보도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많이 본 뉴스’는 중앙일보 <허경영 또 등장 “지지율 3위 날 왜 빼나, 토론 초청장 보내라”>(3월 26일)로 허경영 후보가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전달하는 단순 설명 기사였다. 그 다음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기사는 중앙일보 <전여옥 “철수씨, 오세훈 찍어서 미안해요…이유는 딱 하나”>(3월 25일)로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인용한 보도였다.

이준형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3주간 네이버 ‘많이 본 뉴스’의 선거 보도 경향을 분석한 결과 정치권 발언과 후보 간 이합집산을 단순 보도하는 기사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분석적이고 기획성 있는 기사들을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3월 1주 차 기획·분석기사를 제외한 이벤트 관련 기사가 전체의 68.8%, 3월 2주 차에는 78.8%, 3주 차 83.3%가 되면서 비중이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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