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최근 프랑스·호주가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사에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라"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미디어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용료 지불 협상이 대형 언론사 위주로 이뤄져 전문·영세 언론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도 글로벌 플랫폼사에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1일 발표한 '미디어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프랑스·호주 언론사들은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사와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불 협약을 맺었다. 호주 의회가 올해 2월 뉴스콘텐츠 사용료와 관련된 법안을 통과시키고 프랑스 경쟁위원회가 지난해 4월 ‘구글은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급과 관련해 언론사와 협상을 진행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뉴스콘텐츠 사용료 협상, 전문·영세 매체에 ‘차별적’

구글은 프랑스 경쟁위원회 결정에 따라 올해 1월 '프랑스 종합신문사연합'(APIG)과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급에 관한 기본 협약’을 맺었다. 구글은 방문자 수·기사 발행량·독점 기사·특화 콘텐츠 등을 기준으로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산정했고 121개 언론사에 매년 250억 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구글은 뉴스 어플리케이션 ‘뉴스 쇼케이스’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에 113억 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글의 뉴스콘텐츠 사용료 협상이 전문 매체·영세 매체에 차별적이고, 산출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언론재단에 따르면 프랑스 소규모 언론사들은 뉴스콘텐츠 사용료 협약에 반대했다. 글로벌 플랫폼사가 주요 언론사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소규모 언론사는 협상에서 배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모든 프랑스 언론사에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전문 매체에 대한 차별 논란도 있다. 구글은 전문 언론과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매거진 발행자 노조는 구글이 모든 뉴스콘텐츠에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매체별 뉴스콘텐츠 사용료 차이가 크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몽드는 구글에 연 15억 원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규모 매체인 ‘라 브와 드라 오뜨-마른느’에는 연 1520만 원이 책정됐다.

뉴스콘텐츠 사용료 산출 방식이 투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당초 구글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산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프랑스 온라인 독립언론 노동조합은 “상세한 계산 공식과 함께 뉴스콘텐츠 사용료 지불 대상 선정 방식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언론인 단체 대표들이 2019년 저작인접권법을 우회하려는 구글의 태도를 성토하기 위해 모였다 (사진=언론재단)

호주 “모든 언론사에 지급될 가능성 없다”

호주 의회는 올해 2월 ‘뉴스미디어 협상법’을 통과시켰다. 언론사는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받기 위해 통신미디어청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글로벌 플랫폼사와 언론사가 뉴스콘텐츠 사용료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중재 기관이 합의를 돕는다. 구글은 호주 미디어 그룹 ‘나인’, ‘세븐 웨스트 미디어’와 연간 257억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페이스북 역시 언론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뉴스미디어 협상법’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법안에서 뉴스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규정하지 않아 영세한 언론사의 지위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언론재단은 “글로벌 플랫폼사가 혁신적인 기업의 발전을 제한하고 정치 권력에 가까운 전통적인 미디어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뉴스콘텐츠 사용료가 반드시 고급 저널리즘에 사용될 것이라는 보장도, 모든 언론사에 지급될 가능성도 없다. 지역 언론의 경우 몇몇 신문사가 사라질 가능성도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의회, 뉴스콘텐츠 사용료 부과 법안 발의

캐나다 의회는 2월 17일 뉴스콘텐츠 사용료 부과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골자는 ▲언론사는 정부가 지정한 디지털 플랫폼 업체와 공동으로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협상할 수 있다 ▲뉴스콘텐츠 사용료는 언론사에 지불되고, 이를 분배하는 것은 각 언론사에 달려 있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디지털 플랫폼이나 언론은 저작권위원회에 항소할 수 있다 등이다.

언론재단은 “보상 대상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다”면서 “어떤 콘텐츠에 보상이 필요한지보다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합의가 결렬됐을 때 저작권위원회에 항소하는 방식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어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도 뉴스콘텐츠 사용료 받을 수 있을까

언론재단은 프랑스·호주의 뉴스콘텐츠 사용료 부과 방침에 대해 “미디어 다양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언론이 플랫폼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언론사에 불공정한 협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재단은 “구글과 프랑스 언론사 사이의 협상은 대체로 몇몇 거대 미디어 기업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더구나 호주의 뉴스 미디어 협상법은 소규모 뉴스 조직을 희생하면서 거대 언론사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언론재단은 한국이 관련 법을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고 분석했다. 언론재단은 “한국 시장은 구글·페이스북에게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며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 이들의 위치가 지배적이라 볼 수 없다. 대부분의 디지털 뉴스가 무료라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다만 언론재단은 프랑스·호주가 콘텐츠 제작자에게 디지털 수익을 분배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언론재단은 “단순 보도가 아닌 퀄리티 보도에 뉴스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고자 하는 이들의 시도는 실제 이루어지기 힘들다 해도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역시 관련 규제에 대한 치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거대 플랫폼 수익의 공정한 분배 시스템 마련뿐 아니라 뉴스콘텐츠 퀄리티 개선, 언론의 독립성과 정보의 다원주의를 보호하는 조치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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