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만 원이 아까웠던 롯데는 FA로 나선 이대호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존심 대결에서 선수를 굴복시키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면 그들로서는 너무 커져버린 시장에서 이대호를 잡는 것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팀 전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이대호는 대체불가 선수라는 점에서 롯데가 과연 잡을 수 있을까요?

롯데 이대호를 잡을 수 있을까? 만약 이대호를 놓친다면 대안은 있나?

롯데의 2011년은 성공적인 한 해였습니다. 새로운 감독이 부임해서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화끈한 야구로 팬들을 즐겁게 하더니 시즌 2위라는 놀라운 결과까지 내면서 야구 도시 부산을 후끈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SK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롯데로서는 2012년을 기약할 수 있는 한 해였다는 점에서 소득이 많은 2011 시즌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대호가 FA로 풀리면서 그를 잡을 수 있느냐는 점이 고민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롯데에서는 무조건 잡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그들이 과연 그들이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것처럼 실질적인 액션을 취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작년 타격 7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음에도 이대호와의 연봉 협상에서 굴욕을 주고 조정신청까지 하며 7천만 원을 아낀 롯데의 모습은 팬들이나 이대호 본인에게 상처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롯데로서는 협상의 기준이라는 것이 있고 그래야만 하는 내부적인 이유는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큰 금액의 차이도 아니고 최고의 기록을 세운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달라는 이대호의 요구를 묵살하며 자신들의 주장만 폈다는 점에서 롯데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합니다. 더욱 시즌 초반 구단주가 직접 오더를 내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월권 시비까지 일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롯데 구단에 대한 야구팬들의 평가는 좋지 못합니다.

만약 롯데가 후반기 대약진을 하며 시즌 2위로 마감하지 못하고 전반기처럼 5, 6위 수준에서 시즌을 마감했다면 논란은 롯데 구단에 대한 성토로까지 이어지며 커졌을 수도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불펜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폭발적인 야구로 승승장구했다는 점에서 구단으로서는 고맙기까지 했을 듯합니다.

타격 7관왕에 연타석 홈런 세계신기록까지 세우며 부산을 야구 열기로 몰아넣었던 이대호에 대한 구단의 좀스러웠던 행동은 그에게 자연스럽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었습니다. 만약 작년 계약 시 롯데가 시원하게 이대호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었다면, 현재 FA로 나온 이대호에게 이토록 불안함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7천만 원을 아끼려다 대어 이대호를 놓치거나 100억 이상의 계약서를 내밀어야 하는 롯데로서는 소탐대실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롯데의 상대는 국내 구단보다는 일본 구단과의 싸움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벌써부터 일본에서 신분조회를 할 정도로 이대호에 대한 관심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통상 원 소속팀과의 계약을 보며 신분조회를 하던 기존과는 달리, 본격적인 협상도 하기 전부터 일본에서 이렇게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이대호가 가지고 있는 상품성이 대단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거대한 몸집에 걸맞게 시원한 한 방을 가지고 있는 그는 단순히 홈런 생산 능력이 있는 타자가 아닙니다. 홈런왕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교타자의 상징인 타격왕을 차지할 정도로 그는 섬세한 야구에도 능숙한 타자입니다. 27 홈런, 113 타점, 3할 5푼 7리의 타율 등 이대호가 올린 올 시즌 성적도 준수합니다. 홈런이 아쉽기는 하지만 100타점을 넘기고 3할 중반을 치는 타격이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성적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대호에게 가장 강력한 러브콜을 보내는 구단은 오릭스입니다. 올 시즌 이승엽과 박찬호가 뛰었던 이 구단은 이미 이대호에 대해 60억이 넘는 금액을 배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지요. 한국 스타 선수를 데려가면 국내 방송 판매가 가능하기에 투자금액은 쉽게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구단은 '꿩 먹고 알 먹는' 조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호라는 한국 최고의 타자를 데려가 최소 20 홈런, 100 타점만 뽑아내준다고 해도 충분히 성공적인 상황에서 국내 방송 판매까지 더해진다면 오릭스로서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60억 이상의 자금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이대호의 몸값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오릭스가 노골적으로 영입의사를 드러내고 있지만 다른 구단들에서 이대호 영입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롯데로서는 답답할 듯합니다.

만약 롯데가 첫 만남에서 이대호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면 국내 구단들의 접근도 가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호의 몸값이 만만치는 않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상품성을 봤을 때 충분히 도박을 치를만한 가치는 가지고 있습니다. FA 최고 금액을 기록한 심정수와 비교 불가인 이대호이기에 그를 데려가는 팀으로서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올라설 수밖에는 없습니다.

노쇠화가 급격하게 진행 중인 SK나 서울 팀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기록을 양산한 엘지와 두산의 경우도 이대호를 영입할 자금력은 충분합니다. 두산이 현재 FA로 나선 선수를 잡는 것을 우선한다고 봤을 때 SK와 엘지의 영입전도 흥미로울 수 있습니다. 선동열 감독을 새롭게 영입하며 명가재건에 나선 기아 역시 모기업의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이대호 영입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설이지만 팀의 전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수라는 판단이 든다면 이대호 영입이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기아가 이대호를 영입하게 된다면 '이범호-이대호-최희섭-김상현-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초호화 대포 타선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롯데와의 협상이 원활하지 않고 선 감독이 이대호 영입에 관심이 있다면, 기아 프런트는 적극적으로 선수 영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 이대호가 기아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프로야구 사상 가장 강력한 홈런포 라인이 구축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물론 최희섭과 김상현의 멘탈 문제가 시급하지만 말이지요.

롯데로서는 이대호가 없는 2012년을 상상조차 하기 싫을 듯합니다. 전준우를 시작으로 홍성흔, 손아섭, 강민호, 김주찬 등이 내년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되기는 하지만 이대호가 빠진 롯데는 빈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호 효과를 톡톡히 봤었던 홍성흔이 집중 공략 대상이 되면 롯데의 중심 타선은 의외로 쉽게 무너지며 몰락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롯데는 대체불가 선수인 이대호 잡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만 합니다.

항간에서는 계약금과 다년 연봉을 포함해 100억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합니다. 일본 구단들이 오릭스 뿐 아니라 다른 구단들까지 영입 전에 나서고 국내 구단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접촉을 하기 시작하면 금액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대호로서는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며 자신이 원하는 선택만 하면 되는 유리한 입장입니다.

7천만 원을 아끼려 팀의 핵심 선수에 상처를 주었던 롯데는 여전히 '돈'이라는 화두로 이대호를 폄하하려는 움직임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돈 문제라는 식으로 접근하게 된다면 다시 한 번 이대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힐 수도 있음을 롯데 구단은 늦었지만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채 넘쳐나는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논리는 모두를 실망시키게 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대호를 롯데가 놓친다면 대안 찾기에 분주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 대안이라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장 풍성한 FA 시장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대호와 비교해 대체 가능한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롯데의 고민은 깊어지고 선택은 단순해집니다. 그들은 무조건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대호를 잡아야만 합니다. 롯데가 진정 명가로 재건되기 위해서는 이대호가 존재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명예롭기 원하는 선수에게 굴욕과 상처를 안겼던 롯데가 과연 어떤 식으로 이대호를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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