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윤종신도 중징계를 받는 마당이다. 그런데 왜 이명박 후보는 제대로 된 사과와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언론은 왜 이런 이 후보에 대해 ‘관대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하나씩 짚어보자.

가수 윤종신이 라디오 방송 중 여성 비하 발언으로 방송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 말 그대로 중징계다. 윤종신은 지난 8월18일 MBC FM라디오 <두시의 데이트 윤종신입니다>에서 “여자는 신선해야 돼, 처야 돼”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신선한 여자를 찾는다. 이런 거다. 신선한 느낌이어야 하고 오래되면 좀 질려하고 말이다. 버려뒀더니 삭아서 맛있는 홍어회가 됐네” 등의 말을 해서 청취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윤종신의 ‘여성비하’보다 강도가 약해서?

▲ 조선일보 8월20일자 11면.
방송이 나간 후 윤종신은 같은 방송에서 직접 사과했지만 방송위는 ‘다시 한번’ 중징계를 내린 셈이다.

의문 하나. “여자는 신선해야 돼, 처야 돼” “내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신선한 여자를 찾는다. 이런 거다. 신선한 느낌이어야 하고 오래되면 좀 질려하고 말이다. 버려뒀더니 삭아서 맛있는 홍어회가 됐네”라는 윤씨의 발언과 “현지에서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가장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손님들을 받았겠지만 예쁘지 않은 여자들은 자신을 선택해준 게 고마워 성심성의껏 서비스를 한다고 하더라. 일종의 지혜라 할 수 있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발언 중 어느 것이 더 ‘여성비하’ 발언에 가까운 것일까.

물론 윤종신씨의 경우 방송에서 그 같은 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좀더 ‘혐의’가 무거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후보의 ‘혐의’가 무혐의가 되는 건 아니다. 비록 저녁 식사자리였다고는 하나 편집·보도국장들 10여명이 함께 있는 자리였고, 상대는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하나다. 오히려 ‘혐의’가 더 무겁다고 봐야 한다.

의문 둘. 그동안 여성인권을 강조해왔던 한나라당 내 여성의원들의 경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오늘자(19일) 한겨레에 이들 의원들의 반응이 실려 있다. 다음과 같다. 저널리즘 차원에서 이들 의원들의 태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한나라당 여성위원장으로, 경선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박순자 의원은 ‘진위를 더 두고봐야 한다’며 생각을 밝히길 꺼렸다. 이 후보의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진수희 의원도 ‘발마사지’, ‘기회균등’ 해명에 대해 “후보가 그렇게 말했으면 설명한 것이지, 말바꾸기는 아니다”며 이 후보를 옹호했다. 진 의원은 2005년 최연희 의원의 술자리 성추행 사건 때에는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가장 강도 높게 요구한 바 있다 … ‘이름을 밝히면 절대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한나라당의 한 여성 의원은 ‘술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마사지‘라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장애인 낙태 발언’ 때처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했더라면 수습이 더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9월19일자 8면.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의 ‘침묵’

의문 셋. 유력한 대선 주자가 ‘부적절한 여성 관련 발언’으로 파문을 빚었는데 ‘여성관’을 문제 삼는 언론이 없다. 이걸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물론 문화일보 누드 사진게재 파문 때와 비교해보라. 백 번을 양보해서 윤종신의 ‘여성비하’ 발언을 다룬 언론보도와 비교해 봐도 관심과 무게중심에 있어 너무 차이가 난다. 이 정도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문 넷.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들도 이명박 후보 쪽의 답변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오는 20일 연석회의를 여는 등 앞으로 계속 이 문제를 쟁점화 할 의사를 내비쳤다. 19일자 한겨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들 시민단체들은 △이 후보 발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이 후보가 지역에서 민심투어를 하는 동안 침묵시위를 벌이는 방안 △지역단체를 통한 대선 후보 여성정책 검증 등 여성 유권자 행동 차원의 다양한 대응책을 고려하고 있다.

통상(?) ‘부담스러운 아이템’의 경우 시민단체들의 성명이나 입장을 인용 보도하는 형식을 통해 우회적으로 치고 빠지는 ‘전법’을 쓸 것도 같은데 이마저도 없다.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한다.

의문 다섯. 21세기 여성의 시대라고 강조한 언론사들. 특히 방송사들의 침묵은 더욱 이해가 안간다. 최근 세계여성포럼을 주최한 MBC. 혹시나 해서 관련 뉴스를 찾아보려고 해도 뉴스를 찾을 수 없다. 각종 프로그램과 뉴스 리포트를 통해 ‘여성 인권’ ‘여성 지위 향상’ ‘21세는 여성의 시대’라고 강조해왔던 KBS와 SBS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사들의 침묵 … “21세기 여성의 시대라더니”

▲ 한겨레 9월14일자 4면.
SBS의 경우 지난 17일 <8뉴스> ‘추석 민심 총공세’라는 리포트에서 “신당은 또 이 후보가 특정업종에 종사하는 여성의 용모를 성적 농담의 대상으로 삼은 마사지 발언으로 여성을 비하했다며 후보를 사퇴하라며 맹비난했다”고 한 줄 걸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치고 빠질 바에는’ 그냥 안하는 게 낫다.

“그간 보육 발언, 충북지사 관기 발언 등 주목할 발언이 나와도 언론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렇게 유력 대선후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가 차단되는 현실에서 공정한 선거 운영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오늘자(19일) 한겨레에서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이 비판한 내용이다. 언론이 이 후보의 문제성 발언을 다루지 않는 점을 비판한 것인데 알아들었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파문이 불거지면서 새삼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가수 윤종신의 ‘영향력’과 비중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보다 더 강력하다는 사실. 역시 한국 언론은 상식과 금기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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