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방송사 뉴스는 물론이고 오늘자(24일) 아침신문들까지, 대부분의 미디어들이 현재 주목하고 있는 건 한나라당의 공천심사와 관련된 갈등이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2주일 정도 다가온 총선정국의 표정을 싣기도 하고, 통합민주당의 공천심사 소식도 종종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대다수 언론이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공천과 관련한 소식을 무수히 쏟아냈지만 여기엔 한 가지 빠져 있는 게 있다. 당 내부 갈등이나 계파간 이해관계 등 정치공학적 수준의 분석이나 이해관계를 따져보는 기사만 압도적으로 많았을 뿐, 그 공천내용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따져보는 기사가 없었다는 말이다.

▲ 한겨레 3월24일자 3면.
한 마디로 정리하면 공천의 ‘내용적 측면’을 주목한 곳은 거의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천갈등과 파동 … 핵심이 빠져 있다

지난 22일자 한국일보가 1면에서 보도한 기사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주목된다. 일단 한번 살펴보자.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천을 분석한 결과, 변호사 언론인 교수 등 일부 직업출신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조인 출신은 한나라당 공천자 245명 중 56명으로 22.9%나 됐으며 전ㆍ현직 의원이나 당협위원장 중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공천자를 제외한 신인 법조인 공천자만 해도 12.2%나 됐다. 통합민주당도 법조인 출신이 19명(전ㆍ현직 의원 포함)으로 지금까지 공천 확정자 153명 가운데 12.4%를 차지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직업별 고용구조 조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직업 종사자 중 판ㆍ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0.05%에 불과했다.

▲ 한국일보 3월22일자 1면.
국민 상당수를 차지하는 농업ㆍ노동자 출신이나 소외계층 대변자는 양당을 통틀어 이번 공천자 중 한명도 없었다. 특정 직업에 편중된 공천은 국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변호사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 어김없이 변호사들의 밥그릇을 지키기는 데 앞장 서 왔음은 이전의 각종 입법 사례에서 잘 드러난 바 있다. 때문에 비례대표 공천에는 소외계층 대변자나 농민ㆍ노동자 출신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된 공천결과 … 서민대변자는 몇 명이나 되나

한국일보도 지적했듯이 “공천자 중 법조인 비율이 전체 직업인 중 법조인 비율의 370배나 되는” 현재의 공천결과는 문제가 많다. 아니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법조인이 지나치게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은 기본이고, 국회가 특정 직업이나 계층만을 위한 기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됐는지도 모른다.) 만약 국회가 특정 계층을 위한 ‘기구’로 전락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노동자 농민과 같은 서민층은 물론이고 한국 사회 소수자나 소외세력은 더욱 소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회가 특정 계층 출신들로만 구성된다면 국회 대표성은 물론이고 “입법과정에서 민의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총선 관련 보도나 공천갈등을 전하는 언론보도의 문제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중요한 사안이고, 최대 관심사 중에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언론이 이 같은 보도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한나라당과 대척점에 서 있는 친박연대를 비롯한 무소속 연대의 득표력이 어느 정도 올라갈 것인지 역시 많은 국민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안이다. 통합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을 확보할 수 있을 지 그리고 수도권 주요 지역의 판세가 어떻게 될 지도 언론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언론 보도도 공천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쪽으로 방향전환 해야

하지만 언론의 관심이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친다면? 한계가 분명한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공천갈등이나 결과가 기본적으로 정치세력 또는 계파간 갈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그런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건 분명하다. 무시할 순 없다. 대다수 언론이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분석하고 보도하는 것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는 말이다.

▲ 경향신문 3월24일자 3면.
하지만 거기에서 그친다면 그건 문제다. 그런 보도와 분석은 국회의 대표성과 민의적 관점은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의 지난 22일자 보도처럼 “정치가 국가의 상부구조로 국민을 대표하고 통합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특정 직업에 편중된 공천은 국회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언론 보도의 초점이 공천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쪽으로 방향전환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파적 이해득실’에서 끝날 게 아니라 ‘민의적 관점’까지 반영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은 정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자(24일) 아침신문을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비례대표 1번을 ‘소외계층’에게 배려했다는 소식이 주요하게 실려 있는데 비례대표가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언론보도의 무게중심이 바뀔 필요가 있다. 비례대표라는 제도를 도입한 애초 ‘취지’도 바로 지역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여부도 언론의 평가대상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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