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우승 팀 삼성과 절치부심 명가 재건에 나선 기아가 FA 선수보다는 내부 신인들을 키워서 전력을 유지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삼성의 경우 이승엽이 합류할 가능성이 99% 이기에 형식적인 외부 영입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자체적으로 선수를 키우겠다는 입장에서 흔들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선동열의 외부영입 없는 내부 승격, 삼성이어 기아에서도 성공할까?

선동열이 삼성 감독으로 있으며 만들어 놓은 것들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체질을 바꿔 놓은 것입니다. 삼성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재계 1위의 모기업을 가진 야구단입니다. 돈으로 한다면 그 누구와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철저한 스포츠 비즈니스를 펼치는 미국의 경우 양키즈의 물량공세나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처럼 삼성 역시 최고의 선수들을 사모아 최고의 전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취하던 팀이었습니다. 삼성 선수들의 면면에는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고 조금만 못해도 다음 해 돈다발을 들고 새로운 선수들을 사 모으면 된다는 분위기는 삼성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삼성 특유의 스타일은 선동열이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선동열 혼자의 판단으로 모든 것이 바뀐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선동열이 감독으로 있으며 선택한 기조는 현재의 삼성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잦은 FA 영입 실패로 인해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팬들에게 욕만 먹던 어설픈 삼성이 체질 변신을 하게 된 것은 감독의 결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부 영입에 방점을 찍지 않고 내부 자원들을 키워서 스타로 만들어가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선동열의 삼성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현재의 전력으로도 어느 정도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불가능하기는 합니다. 전력 적으로 문제가 있는 팀에서 내부 승격을 통한 팀 리빌딩을 하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100% 활용하지 못한 채, 조급하게 스타 사 모으기를 하던 삼성이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전설적인 투수 출신 선동열의 감독 입성이 큰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선동열을 어렵게 모셔놓고 허수아비로 만들 수 없었던 구단으로서는 최대한 선 감독의 요구에 맞출 수밖에는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FA 영입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FA 활용은 선수나 구단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스타 선수만 사모아서 최강의 팀으로 만들겠다는 무모함은 이젠 무의미하다는 말입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천명했듯 FA 영입보다는 내부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삼성이 지니고 있는 엄청난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이기에 맨유의 '퍼거슨의 아이들'처럼 삼성에서도 '류중일의 아이들'이 황금시대를 영위할 가능성은 높아졌습니다. 이미 검증을 마친 뛰어난 2군 선수들이 많은 삼성에서는 이런 선택은 너무나 자연스럽기만 합니다. 막연한 욕심보다는 현명한 현실적 판단을 하면서 선 감독이 유지해왔던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류 감독의 선택은 환영 받을 만합니다.

기아 역시 모회사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기에 원하기만 한다면 필요한 스타 선수들을 사들이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더욱 새로운 구장 건립을 시작했고 선동열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감독이 영입된 상황에서 선 감독이 원하기만 한다면 이승엽이나 이대호 배팅도 불사할 수 있을 정도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무모한 영입 전을 통해 과다 출혈이 아닌 팀을 추스르고, 어린 선수들 옥석가리기를 통해 스타로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겠다는 선 감독의 발표는 반가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대형 FA 선수들의 경우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전력도 문제이지만, 팀 적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다 출혈을 하면서까지 라인업을 갖춰야 할 정도로 기아의 전력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전임 감독과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도 함께 영입하는 경우들도 있기는 하지만 선 감독은 벤치 라인업만 자신이 구상하고 선수들이 현재의 인원들을 검증과정을 통해 가려낸 후 그들을 통해 새로운 기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구동성으로 기아의 라인업은 우승할 수밖에 없는 전력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2011 시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였고 전반기를 압도적인 파워로 1위를 내달렸다는 점에서도 기아의 전력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전력에서 부족한 한두 가지를 외부 영입을 통해 완성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입니다. FA로 나온 선수 중 즉시 전력 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테니 말이지요.

FA라는 제도 자체가 선수들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준다는 점에서 좀 더 체계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현재보다 활발해질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특정 몇몇 구단의 쇼핑 목록으로만 활용되던 방식을 떠나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현재 기아는 FA 선수에 눈독을 들여 선수 보강을 하기보다는 선동열 감독이 60여 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마무리 훈련을 떠나듯 내부에서 가능한 인원들을 찾아내고 새로운 기아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원년 만들기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선 감독은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고 이미 삼성이라는 구단을 통해 이런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선택은 환영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그 어느 팀보다 좋은 자원들이 많은 기아로서는 1, 2군 통 털어 새로운 기아를 만들 수 있는 선수들로 진용을 다시 재정비하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고, 이런 구성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FA든 트레이드이든 필요한 방법을 통해 채우는 것은 다음 순서일 뿐입니다. 원하면 뭐든지 해줄 수 있는 구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부 영입보다 내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말에서 선 감독의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야구를 시작하고 최고가 되었던 고향 팀에서 감독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흥분만큼이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성적에 대한 집착이 부르는 과도한 욕심보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먼저 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의 2012 시즌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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