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1991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간 SBS에 재직했다. 퇴직 후 학교에서 예비 언론인을 양성하며, 저널리즘 관련 토론회 토론자로 나서 비판과 제언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달 ‘새로 쓴 방송 저널리즘’(컬쳐룩, 김민표 SBS 기자 공저)을 출간했다.

미디어스는 심 교수를 만나 언론계가 맞닥뜨린 어려움과 해결방안에 대해 물었다. 심 교수는 ‘언론의 정치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된 이들이 보도활동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이 때문에 언론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이 정치적 의혹을 보도할 때 수용자를 충분히 설득하지 않았으며 문제적 보도를 작성해 비판의 빌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래는 심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17일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사진=미디어스)

Q. 언론 현장을 30년 만에 떠나 언론학계로 갔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사실 언론계를 완전히 떠난 건 아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예비 언론인 교육을 하고 있고, 현직 기자들을 상대로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크게 보면 언론 활동에 참여하는 방식이 바뀐 거다. SBS 소속으로 외부 교육이나 강의할 때는 혹시 내가 하는 말을 SBS 입장으로 오해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에 대한 염려가 줄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객관적으로 발언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나름 현업 경험을 살려 언론계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학계에서도 현장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나름 경청해준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30년 가까운 현장 경험을 존중해주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더 나왔으면 좋겠다.

Q. 언론학계와 언론 현장 간 괴리가 있다는 여러 의견이 있다. 서로 유기적인 연결이 잘 안 된다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언론학계와 언론 현장의 연계가 여러 측면에서 부족하다. 흔히 언론을 두고 전문 직종이라고 하지만 언론학계와 현장 간에 연결고리가 거의 없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저널리즘스쿨을 통한 전문 언론인 양성이라는 전통이 있지만 한국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말고는 정규 교육기관으로 저널리즘스쿨은 없다. 그러다보니 언론학자들이 하는 많은 연구가 현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학자들은 연구하고, 언론인은 외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언론학계는 언론현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방송통신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기관과 공영방송 이사회 등에 학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학자들의 발언이 수용자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계와 현장의 연결고리가 많이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해 돌아가신 김세은 교수가 특별했던 것이 바로 이런 점이었다. 김 교수는 학자로 왕성한 연구 활동을 했고, 언론 현장과 관련해서도 애정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했다. 특히 구체적인 언론인의 문제에 깊게 다가섰다. 언론학자로서는 매우 드문 경우다. 김 교수가 돌아가시면서 언론 현장과 학계를 끈끈하게 연결하는 창구 하나가 사라졌는데, 어쩌면 나 같은 사람이 그런 역할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론 현장과 학계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 최근 안수찬 교수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 왔는데, 그 또한 그런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다.

Q. 언론학계와 언론계는 어떤 연결고리를 가져야 할까

언론의 품질 향상이나 취재·보도 관련한 윤리적 문제는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언론학을 전공한 사람만 기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론인이 된 다음, 그리고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동안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스토리텔링 방식, 취재 방식, 저널리즘 윤리 같은 것을 가르치는 교육 과정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언론진흥재단이 현직 기자에 대한 교육 기능을 하고 있는데 교육을 받는 규모가 제한돼 있고 주제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교육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교육의 질에서도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언론진흥재단이 대학들과 협력해서 이런 교육을 하는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언론인이 된 뒤, 그리고 일정한 기간 일을 한 뒤에 저널리즘스쿨에 와서 재교육을 받거나 연구를 하는 기간을 둔다면 저널리즘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다. 1년씩 해외연수를 보내는 것보다 일정 기간 재충전 기회를 부여한다면, 여기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나 여건을 갖춘 다른 대학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Q. 최근 ‘새로 쓴 방송 저널리즘’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새로 쓴 방송 저널리즘’은 방송 저널리즘에 대한 포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널리즘이 뭔지, 취재에 있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등 기본적 내용부터 방송뉴스 제작 기법과 방송 기술의 측면,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언론의 내적 외적 소통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내가 신입기자 교육을 담당한다면 어떤 부분을 가르쳐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썼다. 또 학계를 비롯해서 외부에 있는 분들은 방송 뉴스가 어떻게 제작되는지 잘 모른다. 이런 분들에게 방송 저널리즘의 실제 현장 상황을 설명하려는 의도도 있다.

한편으로는 주 52시간제가 도입되고 방송뉴스의 총량이 증가하면서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두 가지가 합쳐지면서 노동의 밀도가 떨어졌다. 과거에는 과한 데스킹이 문제였다면, 현재는 데스킹과 취재활동 모두 엷어졌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방송뉴스를 모니터링하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보인다. 우려했던 것들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기자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책을 통해 언론인들이 실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 방송기자가 되려는 사람이나 일반인들도 읽어보면 방송 뉴스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Q. SBS 재직 기간 기억에 남는 것은

우선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마부작침 등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것이 떠오른다. 스브스뉴스나 비디오머그는 기존 방송이 어떻게 디지털 환경에서 변화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마부작침은 제대로 된 데이터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보여줬고, 특히 데이터 전문가와 기존 기자의 협업 모델로서도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고 본다. 새로운 사람들로 계속 바뀌고 있는데, 과거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계속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정말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보도와 관련해선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보도 때가 떠오른다. 한국 사회에 얼마나 정파성이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사건에 대한 모든 보도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언론에 가해진 비난은 여러 측면에서 지나쳤다. 물론 비판을 받을 만한 보도는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내부적으로 문제로 지적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통째로 매도될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앞으로 이런 문제는 두고두고 정밀하게 학자들에 의해 분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나온 평가는 인상비평에 머무는 것들이 적지 않다.

관련된 이야기인데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언론 혐오 문제는 현장을 떠나면서도 마음이 아팠던 대목이다. 언론에 대한 비판이 일상화되어 있다. 언론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으면 지식인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언론 혐오에 편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학자나 언론인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

아까 김세은 교수 얘기를 했었는데, 그분도 이런 문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었다. 나는 언론 현장에 오래 있었고 책임을 지는 위치에도 있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 생각을 해봐도 마음이 아프다.

Q. 손혜원·조국 보도와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부탁한다

두 사건에 대한 많은 보도는 의미 있었다. 하지만 대응 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의혹이 제기되면 당사자와 지지자들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실이 아닌 보도에 대해서만 대응했다. 지금은 일부의 문제적 보도를 바탕으로 보도 전체를 공격하는 방식의 대응이 나오고 있다. 언론이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고 있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10개의 보도 중에 잘못된 일부가 있다면 그 잘못된 보도를 들어서 전체 보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언론 소비가 그 자체로 정치 활동의 일부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

언론도 문제가 있다. 언론인이 정말 지식인이라면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취재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될지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 일부에서 특정 보도를 두고 ‘언론사가 의도를 가지고 비판기사를 생산한다’는 식으로 공격한다면 기자는 왜 그런 보도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며 시청자와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시청자와 독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도는 의미가 없다. 그냥 기록을 남기려고 보도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많은 언론은 이런 설명책임을 생략하고 과거의 관행에 따라 그냥 보도하고 있다. 항상 보는 사람만 보는 보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면밀하게 평가해서 전략적으로 보도하는 게 맞다.

또한 아직도 사실에 기반한 보도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언론은 정치적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충분하고 엄밀하게 보도하지 않았다. 아직도 큰 틀에서 방향이 맞으면 설익은 보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쟁점 사안들과 관련해서 오보를 포함해 문제가 된 보도들을 살펴보면 꼭 그 시점에, 그렇게까지 보도하지 않았어도 되는 것들이었다. ‘타사가 보도한다고 해서’ 혹은 ‘취재한 것이 아까워서’ 등등의 말이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안 해도 될 보도를 한 것이다. 그 때문에 공격받을 빌미가 생기고 전체적인 신뢰도가 공격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악순환이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는데, 그런데도 과거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결국 언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언론이 혐오 현상을 자조하지 말고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언론보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자성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전체 언론을 비난하면 정상적인 변화를 이끌어나가기 어려워진다.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Q. 현재 SBS가 임명동의제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측이 임명동의제를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SBS의 모든 문제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남아 있는 후배들이 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누구든지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가지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해결할 수 있고, 해결해야만 한다. 만약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 또한 현실이 아닐까.

Q. 최근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한 6대 언론관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그 안에 포함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한국에는 언론 관련 법이 너무 많다. 새로운 법을 만들 게 아니라 현재 있는 법부터 잘 정비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관련해선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니라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 법을 추진하는 쪽에선 ‘문제적 언론을 바로잡자는데 왜 반대하냐’는 1차원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법을 만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서부터 구체적으로 ‘문제적 언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까지 분명하게 논의해서 정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법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잘못된 것이다. ‘우선 법을 만들고 차후에 수정하자’는 접근방식은 언론 관련 법을 만들 때 할 말이 아니다. 처음에는 상법을 고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다고 했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른 방식으로 바꾼 것은 이 법을 졸속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게 하면 법을 추진하는 쪽의 진짜 문제의식이 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언론에 영향을 미치는 법을 만들 때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

Q. 도입이 필요한 언론관련 법 제도를 꼽는다면

방송·언론 관련 기구에 정치권의 개입이나 영향력 행사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통위, 방통심의위, 언론중재위, 언론재단을 비롯해 KBS,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정치적 입김이 줄어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까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현재의 여야 간 나눠먹기식 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언론계 전체에 아름답지 않은 일이 계속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를 바꾼다면 언론의 정파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언론이 위기라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해왔는데, 정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할 사람들이 엉뚱한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언론이 과도하게 정치 바람을 타서 그렇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든지 언론을 정치의 종속 변수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은 언론인도 마찬가지인데, 언론 활동과 정치 활동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것을 어떻게 법으로 만들 수 있겠나. 결국 언론 윤리적 기준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심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SBS에서 재직했다. 심 교수는 보도본부장, 뉴미디어국장, 논설위원 등을 거쳤으며 현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로 예비언론인 연수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심 교수는 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 방송기자연합회 저널리즘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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