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을 20여일 앞둔 상황에서 방송과 신문 모두 정책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천 관련 보도가 총선 보도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후보들의 동정 따라잡기식 보도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대부분 공천 관련 보도…정책 보도는 실종"

▲ 3월 14일 MBC <뉴스데스크> '4년마다 진통'
2008 총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권미혁·김서중)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방송 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3사 모두 공천 관련 보도가 총선 보도의 8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경우 22건(81%)이었으며 MBC와 SBS는 각각 24건(80%), 26건(87%)에 달했다.

또한 공천 보도에 있어서도 후보들의 동정을 따라잡기 식으로 다룬 보도가 KBS 14건, MBC 15건, SBS 13건으로 절반 이상의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사 모두 후보와 정당의 공약·정책을 보도한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방송의 경우 그나마 심층·분석보도라고 분류된 기사(MBC 3월14일 <4년마다 진통>, 3월10일 <왜 물갈이하나?>, 3월15일 SBS <말 많은 개혁공천>)도 공천 배경에 대한 분석이었으며 깊이있는 분석이라고 보기에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의 동정을 중심으로 각 정당의 공천 관련 보도만을 내보낸 것은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총선미디어연대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을 분석한 결과 공천과 관련한 보도가 전체 선거기사의 77.8%를 차지했다. 정책과 의제를 다룬 기획기사는 역시 단 한건도 없었다.

"정책 정보 제공 안하면 유권자들 잘못된 선택할 수도"

선거와 관련된 사설이나 내부 칼럼, 해설기사, 인터뷰 기사 등이 조금씩 늘어나긴 했지만 해설기사도 정책이나 의제에 관련된 사안보다는 주로 정당의 전략이나 공천 전망 등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총선미디어연대는 "현재 공천 마무리 기간임을 감안하더라도 정책보도가 실종된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제공을 하지 않는 언론의 총선보도가 계속된다면 유권자는 지역주의에 의존해 투표하거나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또한 "한나라당이 한반도 대운하 및 교육정책을 공식 공약으로 제기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선과 전혀 연계시키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라며 "언론은 정확하고 다양한 보도를 위해 자신들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정권 인사 퇴진론…방송·신문 모두 총선과 연계 안해"

▲ 3월 13일 SBS <8시뉴스> '코드인사 물러가라'
한편 정부와 여당의 구정권 인사 퇴진론에 대한 언론의 소극적인 보도태도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우선 방송의 경우 MBC는 8건, KBS와 SBS는 각각 7건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특히 MBC는 3월 12일 <논란확산>에서 "임기 보장된 단체장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물러나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만 그렇다고 색깔을 칠해 내몰려고 하는 것은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이와 관련해 "'실용'을 표방하던 정부가 구태한 색깔론을 들먹이며 인적 청산을 이루겠다는 오만하고 독재적인 행태에 나섰음에도 MBC를 제외한 KBS와 SBS는 지나친 '몸사리기'식 보도태도를 보였다"며 "KBS는 '우리 사람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물갈이'라는 긍정적인 말로 표현했고 SBS도 한나라당의 주장으로 거론되는 과거 정부인사들을 '코드인사'라는 표현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SBS의 경우 기사 제목을 <"코드인사 사퇴" 논란>, <"코드인사 물러나라">라고 뽑았을 뿐만 아니라 "내모는 쪽이나 버티는 쪽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어 이른바 코드인사 사퇴론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이번 사태를 '논리 공방'으로만 다뤄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새 정부의 '구정권 퇴진론'을 총선과 연결시키지 않은 것은 신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경향과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 신문들 중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곳은 없었다"며 "이번 사안은 새 정부 인사의 오만과 독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비판적 분석을 해야겠지만 총선과 연관시켜 '제 2의 노무현 심판론'으로 부각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안정론'을 강화하려는 여권의 의중도 지적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 3월 12일자 한겨레 사설
"텃밭, 볼모지, 화약고 등 전쟁 용어 무분별하게 사용"

유난히 전쟁용어, 게임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도 총선 보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텃밭, 볼모지, 화약고, 대응카드, 격전지, 직격탄, 폭발의 뇌관 등과 같은 전쟁용어를 KBS는 4번, MBC와 SBS는 각각 7번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텃밭', '충청 삼국지' 등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지난 14일 영남지역 공천에서 박근혜 전 대표 측근들이 무더기로 배제되자 '영남 대학살', '화약고', '지뢰밭', '피의 13일', '단칼에' 등과 같은 잔인하고 선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전쟁과 게임의 프레임을 사용하며 선정적 용어를 남발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거 참여 의지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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