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이 자신이 꿈꾸었던 챔피언스 리그에 첫 출전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칼링 컵에서 보여주었던 한 방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박주영에게는 이번 마르세유와의 챔스 경기는 단순히 자신의 첫 번째 챔스 출전이라는 명분보다도 반 페르시와 함께 아스날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를 가늠해보는 자리였습니다.

마르세유에게 막힌 박주영, 한 동안 주전 출장이 힘들 수도 있다

박주영인 챔스리그 첫 출장을 한다는 소식은 반갑기만 했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꿈꾸었던 챔스리그에 아스날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다는 것은 대단하기 때문이지요. 오랜 시간 꿈꾸었던 챔스 출전을 했지만 아쉬움만 가득했던 경기였습니다.

박주영이 반 페르시를 대신해 원 톱으로 출전했습니다. 산투스-베르말렌-메르테자커-젠킨스가 포백을 형성하고, 아르테타-송이 수비 형 미드필더로 제르비뉴-램지-월컷이 미드필더로 나선 아스날은 최선의 라인업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베스트 멤버에 반 페르시를 대신 해 박주영이 대신한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는 그에게는 중요했습니다. 반 페리스가 리그 10골을 넣으며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가 전 경기를 출장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를 대신해오던 샤막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주영으로서는 반 페르시와 함께 아스날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존재로 각인될 수도 있는 시합이었습니다.

박주영으로서는 지난 칼링 컵에서 환상적인 골로 아스날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던 그로서는 이번이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아스날 팬들이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는 킹 앙리의 재림(너무 과한 칭찬이기는 하지만)이라는 평가까지 받을 정도로 부드럽고 아름다운 골을 넣었던 그가 챔스리그에서 반 페르시의 역할을 대신 해준다면 박주영의 아스날 생활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아에우 형제들을 전면에 내세운 마르세유의 공격은 초반부터 강하게 아스날을 압박해왔습니다. 빠른 스피드와 강한 압박 축구로 아스날을 흔들던 마르세유로서는 이런 상황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결정적인 골 찬스가 나지는 않았지만 아에우 형제들이 보여준 날카로운 패싱과 빠른 공격 침투 등은 충분히 골로 연결시킬 수도 있는 장면들이 나왔으니 말입니다.

아스날로서는 좌우를 옮기며 발 빠른 윙어로서 위력을 보여준 월컷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여기에 램지의 몸놀림도 괜찮았지만 원 톱으로 나선 박주영의 위치 선정이나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활약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전반 30분경에는 월컷이 밀어준 결정적인 패스를 터치 불안으로 놓친 것은 아쉬웠습니다. 만약 그 기회를 슛으로 연결해 골까지 만들어냈다면 박주영은 에미리츠 홈구장에서 영웅이 될 수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초반 공격들이 오가면서 뭔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했지만 양 팀 모두 골을 넣지 못하고 전반을 마쳤습니다. 후반 들어서도 양 팀의 공격은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루한 공방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최전방에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던 박주영은 제법 이른 시간인 62분 반 페르시와 교체가 되었습니다.

반 페르시에 이어 로시츠키, 아르샤빈을 이른 시간대에 교체하며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지만 끝내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홈경기에서 마르세유와 무승부를 기록해 남은 32강 두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부담은 안게 되었습니다.

아스날이 마르세유를 잡았다면 다음 단계 진출이 확정되면 리그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합니다. 리그 경기를 위해 반 페르시를 쉬게 하며 박주영 카드를 썼지만 실패로 끝나며 여전히 반 페르시 카드에 메달 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불안함으로 다가옵니다.

마르세유가 전반 공겨 후반 수비라는 좋은 전략적으로 아스날을 묶었다는 점에서 박주영만을 탓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후반 이른 시간 교체되었던 반 페르시 역시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으니 말이지요. 공격 라인들인 로시츠키와 아르샤빈까지 함께 움직이면서도 마르세유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는 점에서 박주영의 아쉬움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전반적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좀 더 강한 모습으로 마르세유를 공략해야만 했습니다. 착한 공격이 아닌 거친 공격으로 골에 욕심을 내야만 했습니다. 최전방 공격수임에도 사이드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고 제르비뉴에게 기회를 넘겨주며 욕심을 내지 못한 것은 아쉬웠습니다.

슈팅도 하나 못한 공격수. 볼 터치에서도 불안한 모습만을 보인 박주영으로서는 보완해야할 문제가 많은 경기였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좀 더 강한 공격 가담과 슈팅이 있어야 했지만 너무 소극적인 모습만을 보인 것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했다면 박주영으로서는 의외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지요. 더욱 주전으로서 활약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많지 않은 기회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만 하는 그로서는 더더욱 오늘 경기와 같은 모습은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박주영 개인에게는 챔스리그 선발로 출전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마르세유를 압도하지 못한 박주영의 모습은 실망이었습니다. 슈팅 '0'이라는 말이 대변하듯 그에 대한 기대는 다시 칼링 컵 수준으로 떨어지며 한 동안 기회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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