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어지러운 정국이다.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이 폭발 직전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현 정권의 정치적 급소(?)를 직접 타격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바람과 만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알 수 없다.

LH 일부 직원들의 투기 행태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라는 말이 무색해 보인다. 언론은 앞다투어 서민들의 박탈감을 말한다. 정치권도 비슷한 얘기들이다. 여당은 이낙연 대표를 필두로 거듭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정부 대응도 정세균 국무총리의 “패가망신” 발언 등, 말만 보면 공사 직원 또는 공직자 투기를 응징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기세다.

정부 여당이 호떡집에 불난듯 하는 이유는 뭘까? 언론은 이게 ‘공정’의 문제라고 보는 모양이다. 1차원적으로 생각할 때 이런 규정은 토지에 대한 투자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보장되어야 하는데 LH 직원들이 ‘룰’을 어긴 것이 문제란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자산투자 열풍을 고려하면 그런 측면이 분명히 있다. 동시에, 토지에 투자하는 것은 아직까지 여웃돈이 좀 있는 사람들의 얘기인 것도 사실이다.

정부 여당에 타격이 되는 것은 이게 전형적인 정치적 냉소주의에 불을 붙일 만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개혁을 내세우는 정부가 투기의 온상이 된다며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 등을 어렵게 하고 대신 공공재개발을 추진했는데, 정작 이게 ‘나눠먹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권력이 겉으로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추진한 일이 실제로는 자기들끼리 사익을 나누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의심은 그야말로 ‘전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사태는 주택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을 넘어 정부가 주도하는 모든 정책을 의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부동산 문제는 대선에까지 이르는 승부처가 될 서울시장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슈이다. 그러니 정부 여당으로서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할 수밖에 없다. 전수조사와 합동특별수사본부가 나오는 것도 이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분위기는 싸늘하다. 정부 특히 국토교통부도 생선을 맡은 ‘고양이’들과 한편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전에 LH 사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이런 의심은 근거가 있는 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하나 의심을 살만한 일은 이 사건 수사를 주도할 합동특별수사본부에 국세청 금융위 등이 참여하는 것과 달리 검찰은 배제돼 있는 것이다. 최근까지 정권은 검찰과 갈등을 빚었기에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금 시점에 정권과 대척점에 서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언론을 통해 정부 대응의 한계를 지적하며 검찰의 전면적 수사를 주장하면서 이런 시각은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당 일각의 주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이 사건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검찰은 4급 이상 공직자, 부정부패, 경제, 방위사업, 선거, 대형참사 등에 대해서만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부동산 투기는 이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수사를 맡는 것이 옳다. 여기까지는 법의 해석 문제로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합동특별수사본부를 꾸린 시점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가령 실제 수사에 착수하지 않고 뇌물수수 알선수재 등 부정부패에 해당하는 범죄 사실이 확인될지 여부를 미리 어떻게 알겠는가. 합동특별수사본부에 검찰이 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으로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혹시나 권력이 검찰의 직접수사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사례가 될까 우려하거나 사건이 검찰 손에 들어가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면 버려야 한다. 이 사건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체계가 처음 시험대에 오르는 사례가 될 것이다. 봐주기 수사가 되거나 문제를 제대로 발본색원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검찰개혁 시즌1’의 정당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즉 LH 투기 의혹은 이미 부동산과 검찰문제라는,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직접적으로 달려있는 사건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불러올 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의 실패는 필연적으로 권력을 단죄할 수 없는 검찰이 되는 걸 막아야 한다는 정당성을 내세운 윤석열 전 총장의 무책임한 사퇴와 정치권 진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게 불러올 정치적 파장은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 어렵다.

이건 정권을 갖고 잃는 문제가 아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적 파괴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한민국 정치는 ‘검찰이냐 아니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당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자기 행보의 정치적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행보에 나선 상황을 보라.

재보선 이후 여당은 당권 선거 국면을 예정하고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존재 때문에 ‘검찰 개혁’은 여기서도 주요 주제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사실상 ‘속도조절’을 주문했지만,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와 같은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다. 당원 다수가 윤석열 전 총장의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권주자 누구라도 눈앞에 놓인 떡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래 때문에라도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개혁이 단지 검찰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수사에서 얼마든지 협업이 가능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근거가 돼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이 8일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며 “검찰은 수사 노하우 및 기법 공유, 수사 방향을 잡기 위한 논의 등에서 경찰과 보다 긴밀히 협의해 달라”고 한 것은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실 과거 같으면 오히려 검찰이 권력 수사를 덮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검찰 개혁의 정당성은 ‘윤석열 검찰’이 아니고 이런 차원에서 찾아야 할 텐데, 집권 세력은 그런 얘기를 꺼내기 어려울 정도로 이번 사건에 너무나 많은 걸 걸게 되었다. 여기까지 온 정치를 반성적으로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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