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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성소수자 죽음과 반복되는 인권위 촉구제도개선·평등법, 정부-국회의 외면 넘지 못해…"이제는 혐오차별 멈춰야"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03.04 17:46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트랜스젠더 여성인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국회에 평등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4일 인권위는 최 위원장 명의로 <당당한 군인이었던 故 변희수 하사의 죽음을 애도하며>라는 제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군 복무 중 성전환한 부사관으로 뿌리깊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다 사망한 故 변희수 하사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성전환 수술 이후에도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다하고자 했을 뿐인 고인의 노력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슬픔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혐오와 차별로부터 보호받아 평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국회에도 평등법 제정 논의가 조속히 착수되기를 재차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논바이너리(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성정체성) 트랜스젠더 김기홍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 알려지자 최 위원장은 성명을 내어 국회에 평등법 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에서 최 위원장은 "이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을 멈추어야 한다"며 "고인의 죽음은 성소수자가 겪는 혐오와 차별이 당사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더 이상 성소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해 6월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의견표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권위는 그간 국회와 정부에 평등법 제정과 제도개선을 촉구·권고해왔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침묵하고 있다. 육군은 변 전 하사가 성전환 수술을 마친 뒤에도 계속 군 복무를 희망하자 그를 심신장애 3급판정을 내리고 전역 심사위원회에 회부, 강제전역시켰다. 변 전 하사는 전역심사 직전에 인권위에 전역심사 중지를 요청하는 긴급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곧바로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육군본부에 전역심사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지만 육군은 심사를 강행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12월 변 전 하사에 대한 전역처분을 취소하라고 육군에 권고한 사실이 지난달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14일 변 전 하사에 대한 강제전역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인정, 육군참모총장에게 전역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육군이 명확한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성전환 수술을 심신장애 요건으로 해석해 피해자를 전역 처분했다"면서 "변 전 하사의 건강 상태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볼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육군 측은 변 전 하사의 전역 처분은 관련법규에 의거한 적법한 행정처분이었다며 행정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변 전 하사는 강제전역 이후 법원에서 성별정정 허가를 받고, 자신의 전역 처리처분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군은 기각했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군을 상대로 전역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 다음 달 15일 이 소송 첫 변론을 앞두고 있었다. 

고 변희수 하사 (사진=연합뉴스)

변 전 하사의 죽음 직후에도 군은 이 같은 태도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육군 측은 3일 "민간인(변 전 하사) 사망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면서 "고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애도를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 상에서는 변 전 하사를 '민간인 사망'으로 치부한 군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4일 국방부 문홍식 부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변 전 하사 죽음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안타까운 사망에 대해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트랜스젠더 군복무 관련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다"고 답했다. 인권위 권고와 변 전 하사의 죽음에도 제도개선 검토를 한 적 없다는 입장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받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모의 마음은 다른 추모객들과 똑같다. 그런데 이 문제를 기화로 해서 제도개선을 할지 말지는 정부 내에서 좀 더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방부 의견을 듣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 총리는 "국방의 의무나 군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답변하는 게 옳을 것 같아 지금 당장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말씀이 준비돼 있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정의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법안심사소위에도 상정되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이상민 의원의 '평등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당 안팎의 반발기류에 발의 요건을 채우고도 발의가 미뤄지고 있다. 

인권위는 정의당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직후부터 국회에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표명'을 결의했다.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법안 명칭을 '평등법'(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변경하고, 평등법 시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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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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