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주민을 두 번 울린 해당 기자와 언론사는 태안 주민에게 공개 사과하라 -

설마가 사람잡았다. 시사IN 26호와 27호는 삼성이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서 일부 기자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시사IN은 당시 태안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의 고백을 토대로 진상을 보도했는데 상황이 너무 충격적이다. 즉, 삼성 직원이 숙소 열쇠를 들고 다니며 기자들에게 방을 할당해줬고 아예 식당도 단골로 잡아 놓고 기자들에게 밥을 샀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자들에게 값비싼 방한복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일부 기자들이 사상 초유의 기름 유출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은 태안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척하며 한편으로는 가해자 삼성의 돈으로 잠을 청하고 배를 채웠던 것이다.

물론 일부 기자에 국한한 것이라는 고백이 곁들여졌지만 이같은 도덕 불감증, 취재 윤리 실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이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삼성 중공업과 관련된 사건이다. 즉 삼성이 가해자 편에 서있다. 피해지역을 취재하면서 가해자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것은 가해자에게 일정부분 면죄부를 주고 취재를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건 상식이다. 기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덕목이다. 하지만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 기업 앞에서 이런 상식은 여지없이 증발되고 말았다. 혹시 삼성이 취재진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가해자로서 속죄하는 방법의 하나로 착각했는가?

변명도 낯부끄럽다. 원거리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고 취재 비용이 부족하다 보니 그랬단다. 국민들이 이 대답을 듣고 언론을 어떻게 바라볼 지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항상 상황 논리에 굴복하며 타협을 합리화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약자와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참된 노력을 기대할 수 없다. 해당자들은 삼성의 편의 제공이 기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이 또한 답답하다. 그렇다면 편의를 제공받고도 객관적으로 기사를 작성한 기자의 높은 도덕성을 칭찬하란 말인가?

부끄럽다. 거대 악의 근원을 파헤치고자 삼성 특검이 진행되는 와중에 기자들이 삼성의 편의를 제공받다니. 만약 그 기자들에게 삼성특검 취재를 맡긴다면 같은 이유로 삼성의 편의를 제공받을 것인지 묻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면 그 기준이 왜 달라졌는지 되묻고 싶다. 해당 기자들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해당 언론사들도 삼성에게서 편의를 제공받은 자사 기자를 모르고 있을 리 없다. 언론사로서 최소한 양심이 있다면 엄중 문책하고 당장 피해지역 주민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

삼성도 더 이상 언론 공작을 중단하고 겸허히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해 책임질 것을 촉구한다. 자연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기름유출사고는 법의 판단에 앞서 도의적 책임을 먼저 져야 한다. 회사 문을 닫을 각오로 피해지역 복구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런 뒤에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한다. 삼성이 은근슬쩍 이 문제를 피해가려 한다면 국민들은 불매운동 등 보다 가혹한 방법으로 삼성을 응징할 것이다.

2008년 3월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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