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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파고드는 방송협찬과 연계편성방송에이어 신문-홈쇼핑 연계편성…방통위 협찬고지 신설, 연계편성 규제 여전히 취약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2.26 09:06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해 11월 12일 JTBC <알짜왕>에서 '최악의 경우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질병'으로 ‘혈관 여드름’을 꼽았다. 패널들이 놀라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예방책으로 ‘아보카도 오일’을 소개했다. 방송이 끝나갈 무렵 NS홈쇼핑에서는 아보카도 오일을 판매했다. 방송과 홈쇼핑의 연계편성 사례다. 

홈쇼핑 연계편성은 방송에 국한되지 않았다. 11월 9일 중앙일보는 S03면에 <추위 닥치면 혈관 건강 빨간불…‘착한 지방’으로 파란불 켜세요> 제목의 아보카도 효능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S04면에 <아보카도 20여 개 영양소 든 오일 할인> 기사형 광고가 실렸다. 중앙일보 보도 3일 뒤 NS홈쇼핑에서 판매한 상품이다.

중앙일보 2020년 11월 9일 기사 (위), JTBC <알짜왕> 방송화면(아래 왼쪽), 중앙일보 9일자 광고형 기사

25일 언론인권센터, 뉴스타파, 정필모 의원실이 주최한 <방송 협찬고지·연계편성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김강민 뉴스타파 기자는 “11월 9일 지면 기사가 나오고 포털에 송고돼 검색 상단에 노출될 즈음 연계편성으로 방송에 등장한다.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포털에 아보카도 오일을 검색하면 중앙일보 기사가 검색된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홈쇼핑 연계편성뿐 아니라 기사형 광고까지 연계 편성되는 현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2018년 7월 TV조선 <내 몸 사용 설명서>에 방영, 조선일보 기사형 광고에 실린 ‘카탈로프 멜론’ 사례와 비슷하다. 이후 몇 년이 지났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인권센터가 지난해 10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종편 건강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채널A <닥터 지바고> 20건, <나는 몸신이다> 17건, JTBC <미라클 푸드> 18건, TV조선 <내 몸 사용 설명서> 9건, MBN <엄지의 제왕> 4건, <알약방> 7건의 연계편성을 찾아냈다. 

건강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는 효능 실험의 모호성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고,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TV홈쇼핑 피해 사례 8건 중 7건은 60대 이상 노년층이 건강식품 구매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협찬, 간접광고 화면

협찬과 간접광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14일부터 12월 21일까지 JTBC <18어게인>, JTBC <경우의 수>, SBS <센트하우스>, tvN <스타트업>을 모니터링한 결과 협찬 지원 브랜드로 올라와 있는 제품들이 간접광고처럼 노출된 경우가 많았다. 

가령 SBS <펜트하우스>에서 장소 협찬받은 소파 매장의 제품 특징을 상세히 묘사하고 이후 T커머스 ‘SK스토아’에서 ‘드라마 속 상품 기획전’ 제품으로 소개되는 식이다. 모바일 라이브에서는 드라마 콘텐츠를 활용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2015년 3월부터 시작된 네이버의 ‘TV 속 이 상품’은 프로그램명을 적으면 가격 비교 쇼핑몰로 연결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언론인권센터 모니터단과 뉴스타파 김강민 기자는 보다 상세한 방송법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인권센터 모니터단은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의 협찬거래에 대한 방송법 규정을 신설했으나 OTT에는 구체적 협찬고지 규정이 없다. 또한 협찬 관련 부당행위 규정이 강화되었으나 연계편성을 근본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은 여전히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협찬 고지 의무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하는 동시에 총 협찬 목록 고지 필수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강민 기자는 “변종광고의 통로가 된 방송 협찬 제도는 간접광고와 일원화하고 광고로 간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일관성 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협찬 고지 의무를 모든 종류의 협찬에 대해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방송의 수익원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무너진 시청자의 신뢰를 복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소비자 교육,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제작, 사전고지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형식적인 고지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소비자들이 협찬광고나 간접광고, 허위 과대광고를 자체 판단할 수 있게 미디어 교육이나 소비자교육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규제받지 않는 OTT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같다면 같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게 맞다”며 “협찬이나 간접광고는 모두 광고로 보고 광고방송에 대한 별도 지침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전문가들은 방송에 나가면 하고 싶은 얘기보다 준비된 광고에 맞춰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만’처럼 상업적인 부분과 밀착된 방송은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앞에서 효능을 강조해 이야기한 뒤 방송 말미에 협찬 고지를 해봤자 소용없다”며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제작진이 건강프로그램을 어떻게 제작해야 하는지, 협찬을 어디까지 반영할 수 있는지 가이드라인이 없다. 섭외할 때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면 ‘교수님은 앞에서 동맥경화 얘기해주시면 뒷부분은 다른 선생님이 얘기하실 거에요’라는 식”이라고 전했다.

이어 “방송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을 피드백해줄 전문가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특히 의학 관련 내용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방송사가 묻고 이를 바로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방송 전 사전고지’를 제안했다. 프로그램에서 광고제품이 무엇인지 등을 사전고지해야 시청자들이 정보를 분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다양한 협찬 종류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지만, 협찬 고지는 의무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종관 전문위원은 “협찬 관련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협찬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나 환경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프로그램 내 광고를 하나로 묶어 관리 감독할 수 있는 형태로 흡수하거나 협찬 고지 대상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거라 본다”고 했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연계편성이 성행하는 원인을 협찬 관련 법 조항 미비로 보고, 지난해 10월 필수협찬 고지규정을 신설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돼 검토 중이다.

방통위는 개정안에서 협찬을 ‘방송프로그램의 제작 또는 공익적 성격의 행사·캠페인에 직접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한 ‘필수적 협찬고지’에 따라 방송프로그램에서 협찬주가 판매하는 상품 또는 용역과 관련된 효능이나 효과 등을 다루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반드시 협찬고지를 하도록 했다. 방송사업자가 5년 동안 협찬 관련 자료를 보관하도록 자료 보관·제출의무 조항도 마련했다.

최윤정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광고정책과장은 “법 개정이 이루어져서 빨리 논의되길 원한다”며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편 재승인·재허가 심사 때 연계편성이 이뤄지는지 살펴보고 협찬 사실을 3회 이상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추가 개선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과 달리 OTT에는 협찬 관련 규정이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 최 과장은 "OTT는 방송법상 방송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다 보니 방통위가 규제하기란 어렵다"며 "이러한 부분이 통합방송법 제정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최 과장은 협찬과 간접광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실제로 경계가 모호해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어 올해 추가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 과장은 포털같은 외부 플랫폼과의 연계편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방송광고 협찬 상품이라고 마케팅하는 걸 문제 삼기보다는 이러한 행위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측면이 있는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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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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