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국토교통부 보고서 등 정부부처 반대 의견이 연달아 나오면서, 정치권의 선거용 신공항 추진이 도를 넘고 있다는 언론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일보, 국제신문 등 부산지역 주요 지역언론은 국토부 검토보고서를 깎아 내리며 가덕도 신공항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경제성·환경성·안정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기존 검증과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의 합의를 뒤엎고 추진된다는 점에서 지역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관련 특별법은 졸속으로 추진돼 이를 심사한 의원들 입에서 "동네 하천정비도 이렇게는 안 한다"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회는 26일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및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대해 국토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정부부처는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다. 특별법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시행자에 대한 각종 부담금 감면, 민간자본 유치, 민간개발자에 대한 지원 등 신공항 건설을 위한 각종 특혜조항이 담겨 있다. 특별법을 검토한 국토교통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법 조항에 난색을 표했다.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 "아무리 급해도 어떻게 이런 졸속한 법이 나왔냐", "이렇게 기가 막힌 법안은 처음" 등의 여야 의원 발언이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에 담겨 있다.

정부부처는 특별법의 적법성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토부는 이달초 국회에 제출한 15쪽 분량의 검토보고서에 가덕도 신공항이 안정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 등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비가 부산시가 추정한 예산 7조 5000억원이 아닌 28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토부는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발표하기 전후로 본격화됐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된 동남권 신공항 정책은 지역갈등과 논란을 반복하다 2016년 파리 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검증을 통해 김해공항 확장사업으로 결론이 났다.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이에 합의했다. 평가 당시 가덕도 신공항은 사업성이 없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결론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에서는 이번 가덕도특별법을 "아무런 기준도 원칙도 없는 망국법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진보·보수 성향을 가리지 않고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이 법이 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치"라고 총평했다. 경향신문은 "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압박에 소신을 버렸다"며 "국가의 대계를 생각하는 정치인의 바른 태도가 아닌 데다 표리부동하다. 아무리 선거가 중요해도 대규모 국책사업을 이런 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4월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대형 지역 개발 사업에 여야가 담합을 하다 보니 그야말로 막장 법안이 나왔다는 얘기"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법안이 선거용 카드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이렇게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면 이제라도 포퓰리즘 경쟁은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자 국민의힘이 올라탔다. 그러더니 전무후무한 괴물 법안을 만들어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관련 부처 대부분이 반대하거나 부정적이었던 만큼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특정 정파의 지도자가 아닌, 정부의 대표이자 국민의 지도자로서"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건설할지 계획도 없고, 공항이 안전한지조차 의문인데 '입 닥치고 무조건 하라'고 법으로 강제하는 격"이라며 "나라에 망조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반대를 "지독한 중앙 중심주의"라고 치부해 온 부산지역 주요 언론은 '신공항 띄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부산일보는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는 모든 주체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산일보는 이날 기사 <국토부, ‘억지 논리 보고서’로 가덕특별법 훼방 놓았다>에서 "부산·울산·경남과 여권이 추진하는 가덕신공항 계획과 무관한 활주로 2본, 군 공항 이전 등을 총망라한 터무니없는 건설안을 제시하며 28조 6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억지 논리로 여야 의원들을 사실상 ‘현혹’하려고 했다"면서 "다행히 ‘실패로 끝났지만’ 국토부 항공 관료들의 가덕신공항 훼방 작전의 실체가 사실로 드러난 셈"이라고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비판적인 정부부처, 언론, 정치인을 '부울경 폄훼세력'으로 규정했다. 부산일보는 "가덕신공항 특별법은 국토교통위에서 의결된 그대로 본회의를 통과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순리를 거스르는 세력이 있다"며 "부울경을 폄훼하면서 가덕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을 방해하는 관료들과 서울의 몇몇 언론, 일부 야권 정치인들"이라고 했다.

부산일보는 "주요 부처 관료들의 행태는 차마 눈을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서울의 몇몇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딴지를 걸고 있다"며 "본회의에서 통과시키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국회의원들을 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부산일보는 이날 기사 <국토부 일방 논리 앞세워… 수도권 언론들 또 일방적 가덕 때리기>에서 "수도권 언론의 십자포화가 또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부산일보는 "수도권 언론들은 현재 전혀 논의된 바 없는 활주로 2본 건설, 김해공항 완전이전 시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 '공사비 28조원'을 기정사실처럼 전달하면서 가덕신공항특별법을 '괴물'에 비유하는 편향적인 기사를 쏟아냈다"면서 "문제는 수도권 언론들이 국토부의 일방적 비판 논리만 부각하면서 부울경의 반박 논리는 전혀 반영하지 않는 심각한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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