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연일 학교 폭력 문제로 시끄럽다.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배구선수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사회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배구계에 이어 야구, 연예계까지 학교 폭력에 관한 폭로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 재학 시절, 동급생과 후배에게 행한 폭력 행위가 십 년이 지난 지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 실재했으며 진실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결국 배구계 쌍둥이 자매는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했으며, 모든 국제대회에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 선발에서 제외되었다. 배구연맹은 쌍둥이 자매의 자격을 박탈하며 학교 폭력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엄중하게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왼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배구연맹에서 입장을 밝혔지만, 석연치 않고 찜찜한 기분은 지울 수 없다. 무기한이라고 말은 아주 긴 시간을 의미하는 무시무시한 처분인 것처럼 보이지만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이상열 감독은 2년 뒤 한국배구연맹 경기위원 선임되는 것으로 보아 배구계의 무기한은 어쩜 가해자에 대한 선처의 의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분명하게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와 같은 문제는 배구계만의 문제로 규정하지 말고 체육계 전반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체육계에 폭력은 만연한 것처럼 보인다. 철인3종경기, 빙상 등에서 선수와 선수 사이에도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가혹한 폭력이 일어났다. 폭력이 만연한 것에 비해 피해자의 고발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의외지만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는 없는 경우가 많다. 피해 사실을 알려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연맹은 피해 선수 편이 아니다.-실제로 징계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아주 적었다고 한다- 체육계의 권위와 체면이 우선인 연맹이 피해자 편을 들어 줄 리가 없다. 피해자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만 부랴부랴 액션을 취한다. 액션도 불을 끄기 위해 급급한 모습일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다영, 이재영 선수의 학교 폭력 문제가 대두하였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쌍둥이 자매의 소속 구단은 잘못은 했지만,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라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철없던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이며 그 일로 모든 것을 박탈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철없던 시절의 일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피해자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태도이다. 여전히 가해자 입장만을 생각하는 태도다. 학교 폭력이 일어났을 때 분명 폭력을 당한 피해자인데 징계위원회로 넘어가 조사가 이루어지기 시작되면 피해 사실이 모호해지고 피해자가 아닌 패배자로 무력감과 모멸감만 느끼게 된다. 가해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버젓이 학교생활을 하는데 피해자는 도리어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 하거나 하던 운동을 그만두어야 한다.

적반하장의 상황은 좋은 성적을 내야 하며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우선시 되는 체육계의 풍토에서 비롯되는 일이라고 본다. 감독과 소위 잘나가는 선수 몇 명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목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 폭력은 대물림되고, 프로 세계로 이어졌다.

폭력의 대물림을 끊고, 체육계에 만연하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방안과 조치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감독과 코치, 감독과 코치와 선수, 선수와 선수 간 수직적 체계의 변화와 개인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체육협회, 체육연맹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하며 폭력을 근절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확고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맞아야 실력이 향상되고, 맞아야 집중력이 높아지고, 선배가 후배를 때리는 일은 관행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부터 바뀌어야 체육계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바뀔 것이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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