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쿠팡에서 일한 이들과 인터뷰하면 말을 잘 못 하신다. 생각나는 게 한두 개가 아니라 어떤 일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느낀 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속도에 대한 압박이 엄청나고 한시도 쉴 수 없었다”

쿠팡 물류센터에 일용직으로 잠입 취재한 이동경 MBC 기자의 소감이다. 21일 MBC <스트레이트>는 이 기자의 8시간 쿠팡 물류센터 체험기를 전했다.

2월 21일 MBC <스트레이트> '극한 노동에 시달리는 쿠팡의 일용직, 계약직 노동자들' 방송 이후 유튜브 채널에 방송된 '스트레이트취재후' (사진=MBC)

쿠팡 물류센터에서는 지난 8개월간 5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일용직 노동자로 1년 4개월 새벽근무를 해온 29살 장덕준 씨가 사망했고, 지난달에는 동탄 센터에서 여성 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 2020년 쿠팡 물류센터의 산재 신청은 239건이다.

이 기자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부천 신선식품센터 오후 작업조에 지원했다. 첫 배정 업무는 멀티포장이었으나 8시간 동안 이 기자의 업무는 세 차례 바뀌었다. 업무 속도가 느리고 실수가 잦다는 이유에서다.

관리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화장실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이 기자는 호출 당했다. 기자가 “노동자가 일하는데 화장실도 못 가냐”고 묻자, 관리자는 “보고 하고 갔어야 한다”며 “노동자 노동자 하시는데 그게 노동자가 지켜야 할 의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다른 노동자들은 UPH(Unit Per Hour, 시간당 물량 처리 개수) 90 정도인데 당신은 60”이라는 업무 평가에 따라 멀티포장에서 싱글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실수가 잦다며 상자접기와 빈상자 정리하기 업무를 배정 받았다.

쿠팡은 노동자들의 노동 성과를 UPH로 측정한다. UPH로 측정된 업무량과 속도는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보고된다. UPH가 낮으면 추후 계약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어 노동자들은 휴식시간을 쪼개가며 일한다. 또 1시간마다 돌아오는 마감 시한 압박을 받는다.

2월 21일 MBC <스트레이트> '극한 노동이 시달리는 쿠팡의 일용직, 계약직 노동자들' (사진=MBC)

노동자들이 UPH의 압박을 받는 이유는 쿠팡의 고용 구조에 있다. 쿠팡은 24개월의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일용직, 3개월 계약직, 9개월 계약직, 1년 계약직, 무기계약직’ 순으로 구성했다. 쿠팡 부천센터의 경우(지난해 5월 기준) 전체 직원 3742명 중 정규직은 98명이다. 정규직 2.6%, 계약직 25%, 일용직 70%로 비정규직이 전체의 95%를 차지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현행 근로기준법에서는 시간당 작업량 등을 기준으로 하는 규정이 없어서 근로기준법을 직접 적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스트레이트> 방송 이후 취재 후기를 전하는 ‘스트레이트후’에서 이동경 기자는 업무 압박에 대해 수차례 “기분 나쁘고 힘들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노동자들의 노동이 단말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측정된다. 데이터는 무선으로 메인 서버에 전달되니 노동자가 몇 시간 동안 얼마만큼 일했고, 몇 분 동안 쉬고 있는지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보고 된다”며 “업무가 느린 사람에게는 관리자가 바로 가서 ‘어디 다녀오셨냐’, ‘업무가 느리다’고 말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이 기자는 “화장실을 갔다 온 뒤 1분 있다가 바로 관리자가 왔다”며 “취재기자로서는 그 순간 희열을 느꼈지만, 취재원들이 말하는 게 이거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에는 못난 놈 취급받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물류센터에서 일한 한 여성 노동자는 “생리 기간에 화장실 가는 횟수가 잦아졌는데 이를 관리자에게 말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비정규직 보호법에서 규정한 24개월의 고용 기간을 쿠팡이 쪼개고 있다. 보고서상에는 ‘계약직 내부의 내부승진 구조’라는 표현이 나와 있다. 3개월간 별문제 없으면 다음 계약 기간은 9개월, 12개월 순인데 3개월씩 계약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이 기자는 “노동자들이 환장하겠다고 말하는 건 성과측정 기준을 절대 노동자들에게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하루 속도가 늦어서 계약이 해지되는 건지, 세 번 정도 누적돼서인지 당사자는 모른다. 측정 기준을 모르니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고 이를 기계가 체크하니 더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취재진은 미국 정부의 아마존 규제 사례를 들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3~2019년 아마존 물류센터에서는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2019년 14000여 명이 물류센터에서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미국 위생 당국은 26번의 걸친 안전 점검으로 아마존에 벌금을 부과했고 뉴욕 검찰 총장은 아마존을 노동자 불법 해고로 기소한 상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