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 등 코로나19 항체 기반 치료제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 전문가와 이를 기사화한 기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한국기자협회·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과도한 대응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방지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2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과 바이러스 변이 현황’ 토론회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 환자에게 코로나 항체 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지거나 바이러스 증식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자협회가 2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코로나 백신 치료제 개발과 바이러스 변이 현황' 토론회 (사진=유튜브 '한국과학기자협회' 채널)

방 센터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로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가 달라지면 기존 바이러스에 대응했던 중화항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변이 바이러스와 애매하게 결합해 세포침투와 증식을 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체가 바이러스와 결합했을 때 전신 면역세포 일종이 감염되는 ‘항체 의존성 면역증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방 센터장은 “항체치료제는 중증 환자한테 독이 될 수 있다”며 “항체는 바이러스 증식을 막기도 하지만 다양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항체가 원하지 않는 면역반응을 만들면 중증 환자에게는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연합뉴스 <“코로나 항체치료제, 변이바이러스에는 역효과 낼 수도”>, SBS <“코로나 항체치료제, 변이 바이러스에는 역효과 낼 수도”, 한겨레 <“변이 바이러스 대항할 수 있도록 백신 효능 높여야”>, 조선비즈 <“셀트리온 코로나 치료제, 변이 바이러스에 역효과 우려”> 등이다.

관련 기사 아래에 비판 댓글이 달렸다. 네이버 아이디 ‘파파*’은 “셀(셀트리온)을 욕하고 음해해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라며 “셀은 외국에서 매출 올릴 것이고 뭐라 떠들고 해도 선진 외국에서는 항체치료제 효과 좋다고 더 사갈 것”이란 댓글을 서울신문, 서울경제, 연합뉴스 기사 아래 달았다. 아이디 'less***'는 “그렇게 위험한 약을 승인 권고한 의사 약사들은 다 바보네요. 한국에서는 사용하지 말고 외국 수출만 해야겠네요”라고 썼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오는 5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의 허가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종점검위원회를 개최한다. 최종점검위원회에서 허가를 확정하면 렉키로나주는 첫 국산 코로나19 치료제가 된다. 이로 인해 셀트리온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네이버 관련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

또한 전문가들과 기자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이영완 한국과학기자협회장은 4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전문가뿐 아니라 전문가가 속한 중앙의료원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전화 공세를 퍼부었다. 전문가들은 소속 기관에 해가 될 수 있어 올바른 정보를 전하는 데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과학기자협회는 이날 ‘과학자의 의견 보도에 대한 과도한 대응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수 있다는 기대를 낳은 항체 기반 치료제들이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을 근거로 제시했고, 기자들은 이 내용을 신문방송을 통해 주요하게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과 허가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며 “집단으로 기자에게 욕설 메일을 보내고 과학자와 소속 기관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것은 정당한 반론이 아니라 입을 막기 위한 협박 행동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학자의 입을 막는 행동은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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